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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Feb 18. 2022

제주도 한 달 살기 5일차

(1100도로와 기원 은갈치)

   

어제 오전,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지 않고 말도 듣지 않았다. 집이나 제주도나 말 안듣는 것은 같다. 어쩌면 24시간 붙어있기에 더 힘들 수도 있다. 결국 밥을 거의 2시간에 걸쳐 먹고 12시가 다 되어 집을 나섰다.     


1100고지, 1100도로는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1,100m인 데서 붙은 명칭으로, 가장 높은 곳이 바로 1100고지이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한라산의 남쪽과 북쪽을 가르는 경계 역할을 한다. 설경이 특히 유명해 겨울철 눈이 내리면 한라산의 눈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1100고지     


아내가 1100고지를 가고 싶어 했다. 아침에 1100도로를 통제한다는 안전문자가 와 스노우 체인을 당근마켓에서 검색하고 설레발 쳤다. 결론은 갈 때는 도로 통제가 풀렸다.      


1100도로 휴게소 가는 길 처음에 올라갈 때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휴게소가 가까워 올 무렵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우리 가족의 마음도 하얗게 변했다. 산 위와 산 밑이 이렇게 달랐다니. 나무와 풀이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다. 온 세상이 하얀 세상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도로가에 차를 세워두고 연신 카메라로 찍어대기 바빴다.      


산에 눈이 많이 쌓여 깊이는 들어가지 못하고 길가에서 눈을 만지고 사진을 찍었다. 아내와 나는 좀 더 사진을 많이 찍고 싶어 했지만 아이들은 신발에 눈이 들어갔다며 난리를 쳤다. 동상이몽인 것인가?   

   

1100고지를 뒤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선택한 곳은 중문의 은갈치 맛집인 ‘기원은갈치’였다. 통갈치구이 소자와 해물뚝배기를 시켰다. 성게미역국과 해물뚝배기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자신의 팔보다 긴 갈치를 본 아이들은 ‘우와’라며 감탄을 했다.  아내는 음식을 다 먹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도 정말 맛잇었다, 지금도 군침이 흐른다며 엄지척을 들었다.

   

오고 가는 길 내내 요새 아이들이 꽂힌 ‘똘똘이’의 노래를 계속 들었다. 100번 넘게 들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지만 첫째 사랑이는 끝없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금도 귀에 환청이 들리는 듯하다.  

    

제주의 겨울은 정말 춥다. 누가 제주가 따뜻하다고 했는가? 적어도 바닷가의 겨울 제주는 절대로 따뜻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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