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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기, 보고 싶다 친구야>

by 허공


‘8월 10일이 후니 6주기네’

‘그러네, 시간 참 빠르다’

‘시간 되는 사람?’

‘나!’

8월 10일,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 ‘일진회’의 멤버 중 한 명이 하늘나라에 간 이후 6주기가 되는 날이다.

‘일진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일진이라는 뜻이 아니다. 한자로 참 진자, 眞, 변하지 않는 이라는 뜻으로 모임 이름을 지었다.

일진회의 멤버는 하늘나라에 간 친구 포함 총 6명이다. 약 6년 전, 친구 후니는 필리핀에서 어학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취직을 하지 않고 외국에서 혼자 일을 했었다. 후니가 하늘나라에 간 뒤 필리핀 아이들, 유학 간 한국 아이들과 찍은 사진들을 보았었다. 자신의 일을 그래도 좋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후니는 어학 학원에서 일을 하였고, 출근을 하기 위해서였던지, 아니면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후니는 화장실에서 숨을 쉬지 않는 상태로 발견이 되었다.

“00야”

“네 안녕하세요 후니 어머니”

“후니가, 후니가”

6년 전 신혼여행을 막 다녀와 직장에 복귀를 한 즈음, 후니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흐느끼는 후니 어머니의 목소리,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후니 어머니는 후니가 필리핀 어학 학원 숙소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고, 사인은 심장마비 같다고 말씀하였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었다.

‘니가 결혼한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결혼 진심으로 축하하고 신혼여행 잘 다녀와’

후니는 내가 결혼을 한다고 하자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었고, 그렇게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받은 게 마지막이었다.

필리핀 영사 쪽에 연락을 해서 알아보았지만 우리나라 같이 부검을 해도 사인을 알아내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또 화장을 하지 않고 그대로 한국으로 고인의 몸을 데려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화장을 한 상태로 후니는 한국으로 왔다.

친구들과 함께 상복을 입고 인천공항으로 갔었다. 눈물을 흘리며 후니의 몸이 들어있는 함을 들고 걸었다. 눈물이 흘렀다. 사람들이 보던 말던 펑펑 울고 싶었지만 옆에는 후니의 가족들이 있었다. 친구들인 우리가 너무 슬퍼하면 가족들이 더욱더 슬퍼할 것 같았다. 그렇게 후니는 서울의 한 절로 옮겨져 49제를 하였고, 이후 지금은 파주의 ‘보광사’라는 절에 있다.

보광사에는 생전 살았던 사람들의 물건을 태우는 장소가 있다. 그 곳에서 후니 어머니와 동생을 만나 후니의 물건을 태우는 모습을 보았었다. 후니가 연기와 함께 하늘로 올라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을까?

후니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생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죽은 사람은 아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 추억은 남은 가족들, 남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억될 뿐이다.

나는 불교를 믿는다. 부모님이 불교를 믿는 것도 아닌데 왜 불교를 믿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주위 사람들이 허망하게 하늘나라에 가는 모습들을 보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신나고 좋은 음악을 듣기보다는 법문을 듣는 게 더 좋고 거의 매일 108배를 한다. 오늘은 후니를 위해 절을 해야겠다.

“난 전생에 스님 이었나봐”

“그러게, 참 신기하다, 가족 중에 어떻게 혼자만 믿지?”

심지어는 아내에게 전생에 스님이었던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제 후니가 떠난 지 6년 째, 살아 생전 후니의 모습은 가끔씩 보는 그 시절의 사진들과 동영상에 남아 있다. 친구들은 늙어가고 있는데 후니는 아직 그 모습 그대로다. 아마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조금 있다가 친구들을 만나 후니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내일 누구 차로 가냐“

‘네가 우리들 집에 와서 태우고 가면 되겠다’

‘카시트 2개 있어서 안되는데’

‘다들 카시트 2개다, 네가 하나 떼서 와’

본전도 못 건졌다. 조금 있다가 보자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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