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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에 마음이 제일 편안해

<육아휴직185일차>

by 허공

어제는 오랜 만에 아내와 점심을 먹었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항상 옆에 있기 때문에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들다. 음식점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어야 한다. 별거 아닌데 아내 구두를 내 손으로 들어 신발장에 넣었다. 음식이 나왔는데 아내가 나에게 국자로 음식을 덜어 주었다. 몸보신을 해야 한다며 고기를 많이 먹으라고 한다. 나도 국자로 음식을 덜어 아내 그릇에 덜어 주었다. 서로 음식을 덜어주고 많이 먹으라고 말해줬다.


밥을 먹고 와서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아내가 주문한 커피캡슐로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한 잔 건네 줬다.

“오, 맛있네”

아내가 평소에 먹는 커피보다 맛있다고 했다.

나는 커피를 점심 먹기 전 마셨었다. 아내가 거실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날씨는 찌는 듯 했지만 부엌 쪽 창 밖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에어컨을 키지 않고도 괜찮았다.


“나는 요 몇 년 사이에 마음이 제일 편안해, 자기가 집과 애들 말고 나한테도 관심을 나눠 주자나”

괜히 미안해졌다. 물론 관심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관심을 주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변명했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설사 100프로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느꼈다면 내 잘못이다.


거실 소파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등에 기대고 싶었다. 아내의 등에 내 등을 맞대었다.

“나 근데 무거운데”

“에 그래?”

서로 등을 기대고 싶었는데 바로 등을 떼었다.


휴대폰을 쳐다보니 결혼하고 첫째 사랑이가 생기면서 사랑이맘, 사랑이파파로 서로 휴대폰에 저장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음, 서로 애칭을 바꿔볼까’

“우리 서로 휴대폰에 다르게 저장해볼까? 내가 생각해봤는데 알콩달콩이나 오순도순이 어떨까?”

“음, 나는 알콩달콩이 좋을 것 같다”

“그래, 그럼 누가 알콩이고 누가 달콩이야?”

“내가 달콩이, 자기가 알콩이”

결국 나는 알콩이, 아내는 달콩이로 부르기로 했다.


어느덧 결혼한 지 6년 차,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생기면서 제대로 된 신혼생활은 즐기지 못했다. 연애를 오래한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가 생기고, 다시 아이를 낳고 둘째가 생기면서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들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 배려를 잊어 버렸다. 아니, 나만 그랬던 것 같다. 이제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랐다. 아직은 다 키우려면 멀었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고, 부부는 부부다. 꽃에 물을 주는 것처럼 서로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어야 한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미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바꿀 수 있다. 행동할 수 있다. 이제 알콩달콩하게 살아보자.

어제 밥을 먹고 차에 탈 때, 조수석 문을 닫아주지 않았던 게 생각난다. 앞으로는 문을 닫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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