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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Apr 12. 2022

사랑이의 첫 기부

"와 머리 길다"

첫째 사랑이를 보면 사람들이 하는 말이었다. 그만큼 사랑이는 머리숱이 풍성했다. 머리숱이 많은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그런 것 같았다. 

며칠 전 사랑이의 어린이집 친구를 우연히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났었다. 그 때 그 아이는 머리를 기부했다며 단발머리를 보여주었다. 이후로 사랑이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하자고 하니 자신도 하고 싶다고 하였다.

2022. 4. 10. 일요일, 드디어 사랑이와 아내가 미용실로 향했다. 둘째 행복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뒤늦게 나간다고 하여 행복이와 천천히 미용실로 걸어갔다. 미용실을 들어서자 이미 사랑이는 단발머리가 되어 있었고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짧아진 언니 머리가 낯선지 행복이가 언니 주위를 서성거렸다. 

행복이가 미용실에서 계속 조잘조잘대며 머리카락을 밟고 다녀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있기로 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사랑이가 엄마와 함께 오고 있었다. 아름다운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그동안 길고 풍성한 머리를 감고 말리는 일은 이제 당분간 끝이었지만 왠지 사랑이의 긴 머리가 아쉬웠다. 하지만 단발머리가 된 사랑이는 더욱 귀여워졌고, 머리카락을 잃어버린 삼손처럼 센 기운이 부드러운 기운으로 바뀐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제 4. 11. 아이들을 등원시킨 뒤 아내는 우체국에서 사랑이의 머리카락을 '어머나운동본부'로  등기로 보냈다. 어머나운동본부는 소아암 환우를 위한 머리카락과 헌혈증을 기부 및 후원하는 단체이다. 

사랑아, 네가 나눈 사랑으로 누군가 행복하고 웃을 수 있을거야. 엄마 아빠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아빠가 너무 엄하게 해서 미안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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