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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Apr 14. 2022

필사의 탈출

"오늘 찍찍이 집 청소할까?"

"어우, 냄새가"

우리집의 새 식구인 햄스터 '찍찍이', 찍찍이의 집은 약 3~4일에 한 번 내가 청소한다. 아직 아이들이 제대로 청소하기에는 나이가 적고, 아내는 쥐를 무서워해 건들수가 없다. 



어제 저녁 찍찍이의 집에서 냄새가 너무 많이 나 청소를 하기로 했다. 먼저 찍찍이의 집에서 목욕통을 분리한 뒤 목욕통과 연결된 본 집의 구멍을 다른 상자로 막아놓았다. 목욕통의 목욕모래를 깨끗이 물로 씻은 뒤, 다시 본 집에 연결, 찍찍이를 작은 목욕통에 들어가게 했다. 



목욕통 입구를 아이들 블럭 통으로 막은 뒤 본 집을 화장실로 들고가 똥과 바닥재를 비닐봉지에 넣고 물로 깨끗이 씻었다. 

씻는 도중에 갑자기 쎄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목욕통에서 튀어 나가진 않았겠지?'

불안한 느낌을 뒤로하고 열심히 찍찍이 집을 청소 중, 화장실을 나서 아이들 방에 있는 찍찍이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으악, 찍찍이가 사라졌다"

"뭐?"

"으엑"

거실에 있던 아내와 아이들이 놀라 달려왔다. 블럭통으로 막아놓았던 목욕통 입구가 살짝 틀어져 있었고 찍찍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와 아빠가 사고 쳤다."

온 가족이 아이들 방, 거실, 작은 방, 안방을 뒤졌지만 찍찍이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어디 갔지?"

심지어 창문 위로 올라갔나싶어 방 창문을 열어보았지만 찍찍이는 없었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찍찍이를 찾지 못하면 어떻하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아이들 방을 뒤지던 중 아이들 옷걸이를 살짝 들어보았다.

"여깄다"

순간,  옷걸이 밑에서 두손을 모으고 새까만 두눈을 뜨고 있는 찍찍이를 발견하였다. 다행히 멀리 도망가지 않고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찍찍이를 손으로 잡아 다시 목욕통에 넣고, 서둘러 찍찍이의 집을 청소 후 다시 집에 넣었다. 



한밤중의 대소동, 찍찍이 덕분에 십년감수한 날이었다. 찍찍아 다음에는 도망가면 안된다?

찍찍이는 다음 기회를 노리듯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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