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공 Jul 31. 2022

<전 이번에 처음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아빠, 나랑 산책가자!”

“산책?”

“응”

2022년 7월 30일 토요일 오후 5시 30분, 첫째 사랑이가 집에서 놀다가 산책을 가고 싶다고 하였다

.

“그래~ 행복이도 같이 갈까?”

“아니야, 난 집에 있을래”

둘째 행복이에게도 나가자고 물어보았지만 집에 있겠다고 하였다. 행복이는 책상에 앉아 세이펜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     

아내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사랑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비가 그쳐 시원할 것 같았지만 갑자기 나가자마자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랑아, 집에 가서 우산 가져오자”

“응”

다시 집으로 돌아가 우산을 가지고 나오자 거짓말같이 비가 또 그쳐버렸다.     

“뭐야, 비가 안 오네”

변덕스러운 하늘을 원망하며 사랑이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아빠, 달팽이 찾아봐요”

“그래, 어딘가 있을거야”     

비 오는 날이면 달팽이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꼭 기어다니곤 했다. 그럴 때마다 한 두 마리씩 집으로 데려와 일주일가량 키우다가 방생을 시켜주었다. 


하지만 비가 금방 그쳐서인지 달팽이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무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랑이와 함께 아파트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지만 달팽이가 보이지 않아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아빠, 달팽이가 왜 없어요?”

“글쎄다 비가 금방 그쳐서 그럴 수도 있고, 달팽이도 피서 갔나?”

“피서가 뭐에요?”

“휴가, 여행을 말하는 거야”   

  

사랑이와 같이 걸어가다가 뒤집어져서 바둥바둥거리고 있는 매미를 보았다. 들고 있던 우산으로 살짝 매미를 뒤집어 주었다.

“윽, 징그러, 징그런 애를 왜 뒤집어줘요”

“사랑아, 뭐가 징그러워, 그리고 너도 나중에 매미로 태어날 수도 있어, 개미도 될 수 있고, 그러니까 착한 일을 해야 하늘에도 태어나도 사람도 되는 거야”

“음, 저는 이번에 처음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뭐?”

처음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사랑이 말에 절로 웃음이 났다.   

  

비록 달팽이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아이와 함께 걸은 산책 시간은 나름 행복한 시간이었다. 달팽이들아 다음에는 꼭 나타나라! 


                    

작가의 이전글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