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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Aug 25. 2022

책은 도끼다(1)

소독과 정독



              저자소개            


박웅현,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대표 CCO로 일하고 있다.


마음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건을 바탕으로 하는 많은 광고를 만들었다.


늘 거기에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어 매일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다는 것이 진짜 사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2. 저자의 말(울림의 공유)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았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콩나물 줄기 속에 물기가 가득하구나"


"단풍잎의 전성기는 연두색이구나!"


"그 사람의 표정이 그런 의미였구나!"







책을 빨리 읽지 않기로 했다. 대신 천천히 읽어서 하나라도 내 머리 속에, 가슴 속에 남기기로 했다.


저자는 첫 들어가는 말부터 우리의 뇌리를 도끼로 부순다.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잠에서 깨우지 않으면 왜 책을 읽는 거지? 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책이란 우리 안에 있는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된다는 1904년 글을 적으면서.



내 생각의 틀을 도끼로 부수고 싶다. 다독, 속독이 아닌 소독, 정독이 필요한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소독과 정독이 필요하다.



내 촉수를 예민하게 하고 싶다. 눈으로 보이는, 귀에 들리는, 코로 냄새 맡는 모든 것들에 대해 느끼고 싶다.



천천히 읽고 생각하자. 그리고 부수고 다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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