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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Sep 06. 2022

온 몸이 촉수인 사람

책은 도끼다(7)


죽음이 임박했을 때 갑자기 생기는 삶에 대한 애착은, 우리가 흥미를


잃은 것은 목적이 보이지 않는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라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불만이 생기는 것은 인간의 경험이 돌이킬 수 없도록 음울하기 때문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특정한 방식 때문이라는 것을암시한다.



우리가 죽겠다, 힘들다 하는 건 영위하고 있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에 흥미를 잃었다는 거죠. 아침에 아이들 이부자리 개주는 행복을 우리는 잊고 있다는 거죠. 아침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점심 먹고 싸우기도 하고 저녁때 사람 만나고 집에 가는, 이런 사소한 것들에 대해 '아우, 지겨워'라고 했는데 내가 내일 죽는다? 그럼 다 그리워지는 것이거든요.


삶의 조건들은 동일해요. 그러니까 결국 흥미를 잃은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일상적인 태도라는 의미입니다.



알랭 드 보통에 의하면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의미는 바로 이것,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겁니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말이죠. 죽지 못해 산다면서 평생을 놓치고 있으니까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삶에 대해 감사해하며 현재의 순간순간을 모두 사랑하라는 얘기를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수업의 목적이기도 하고, 제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말로 그림을 그리듯 자세히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읽고 나면 촉수가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혹은 없던 촉수가 생겨나는 느낌인데요. 세상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내 인생을 온전하게 살고 있어요. 오늘의 날씨,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사람과의 만남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해요.



오스카 와일드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인생이라는 포도를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씨까지 다 씹어먹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끝까지 다 꼭꼭 씹어먹고 싶어요. 여러분도 알랭 드 보통과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또 다른 책을 통해 온 몸 가득 촉수를 만들어 인생을 남김 없이 꼭꼭 씹어 즐기시길 바랍니다.







내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의 잠을 깨워


인생의 단 맛, 쓴 맛을 모두 먹여보자.


먹어봐야 인생의 참 맛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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