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196일차
“얘들아, 어서 양치하고 옷 입자”
2021년 8월 16일, 첫째 사랑이가 노래를 부른 서울랜드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몇일 전 강원도에 놀러갈 때 아침밥을 먹고 치우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기억이 있어 아침은 차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전날에 미리 바나나를 사놓고 아침에 계란을 삶았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주먹밥을 해주려고 햄과 김으로 밥을 만들고 있었다.
“엄마, 나도 만들래?”
“사랑아, 늦게 가면 서울랜드에 다른 친구들도 많아져서 놀이기구를 타기가 힘들어”
“내가 만들 거야”
사랑이는 스스로 비닐장갑을 이용해 주먹밥을 만든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았다. 가기 전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엄마에게 혼난 사랑이, 아이들을 겨우 챙겨서 9시 30분이 다 되어 집에서 출발을 했다.
“맛있다, 주먹밥 맛있어요”
아이들은 다행히 차 안에서 주먹밥과 바나나, 계란을 맛있게 먹어 주었다. 도로도 대체휴일이라 그런지 막히지 않아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서울랜드에 도착했다.
“와, 차 별로 없다,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저번에 왔을 때와 달리 주차장이 꽉 차지 않아 사람들이 아직 많이 오지 않은 것을 알고 안도했다.
“얘들아 어서 놀이기구 타자”
“저거 어때?”
“싫어”
“저건?”
“무서워”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 놀이기구를 타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천천히 가는 기차 외에 조금만 무서워도 타지 않으려고 했다.
“얘들아, 자유이용권 사서 들어왔는데 이렇게 안타면 어떻게 하니”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나 혼자 ‘라바’라는 놀이기구를 타게 되었다. 비록 혼자 밖에 타지 못했지만 밑에서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신나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역시 놀이공원은 애나 어른이나 재미를 주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과 솜사탕을 먹으며 행복해 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뿐이었다. 둘째 행복이가 갑자기 배를 잡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틀 째 똥이 나오지 않았는데 갑자기 똥이 마려운 것이었다. 행복이는 엄마와 화장실로 가고 사랑이와 함께 근처에서 기다렸다. 20분에서 30분이 지났을까? 행복이는 손톱만큼만 똥을 못 싸고 화장실을 나왔다.
행복이는 몇 년 동안 변비로 고생을 했었다. 기저귀를 때기도 힘들었고 변비를 마침내 졸업했을 때 아이도 부모도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아직 가끔씩 변비가 올 때마다 그 때의 안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얘들아 우리 이제 다른 놀이기구 타러 갈까?”
전에 잠실 롯데월드에서 태웠던 놀이기구가 보여 애들을 태웠다. 살짝 위로 올라가서 내려오는 기구였는데 그것마저 아이들은 무서워하고 말았다.
“으앙, 내려줘, 으앙”
“으이그, 얘들아 그거도 못타면 뭐를 타니”
아이들은 계속 떼를 쓰다가 유모차에 앉는 문제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만하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울음도 멈추지 않았다. 놀이공원에는 모두 웃는 사람들 밖에 안보였지만 우리 가족은 예외였다.
“안 되겠다 너희들, 집으로 가자”
“안 갈래, 안가,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화가 난 아내와 나는 아무리 아이들이 떼를 쓰고 매달려도 굳은 얼굴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밥을 먹을 기분도 나지 않았고, 더 이상 서울랜드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더위와 피곤에 지친 아내와 아이들은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에어컨을 키고 달렸지만 자꾸 눈이 감겨 왔다. 껌을 두 개나 씹고, 손으로 얼굴과 허벅지를 꼬집으며 겨우 집에 도착했다. ‘정신 바짝 차리자, 큰 일 나겠다.’
집으로 도착하자 어느 덧 3시가 넘었다. 아내가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동안 집 근처 치킨 집에서 후라이드 치킨, 순살 치킨 한 마리를 사왔다. 가족들은 모두 배가 고파 정신 없이 밥과 치킨을 먹었다.
“아빠, 앞으로 치킨은 계속 이 치킨만 먹을래요”
“그래, 알았으니 밥 많이 먹어”
3일 간 아이들과 가깝고 먼 곳을 매일 여행 다녔다. 힘들고 몸이 축축 처졌다. 지지고 볶고 야단치고 울고 웃고 떠들었다. 여행은 힘들다. 마냥 좋지만 않다. 특히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쉽지 않다. 부모도 아이들도 그렇게 성장한다.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여행, 인생과 닮았다. 우리는 어느 덧 다음 여행지를 찾고 있다.
“여기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