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결정했어!”
“얘들아, 오늘은 심학산 둘레 길을 가는 거야, 거기 산도 가고 절에 가서 부처님도 보고 오자”
“아~ 싫어~ 서울대공원 갈 거야”
“왜, 부처님도 보고 잘못한 것도 얘기하고”
“아~~ 서울대공원”
“일요일은 서울대공원에 사람이 제일 많을 때야, 우리 내일 가자”
“그럼 내일 꼭 가야해요”
“그래”
2021년 8월 15일 광복절이자 일요일, 오늘 어디를 갈지는 아내가 정하기로 했었다. 전날 춘천에 있는 육림랜드라는 놀이공원을 갔었다. 장거리 여행에 지친 우리는 가까운 장소로 가기로 했고 아내는 근처 심학산으로 정했다. 첫째 사랑이는 전날부터 계속 서울대 공원(서울랜드를 서울대 공원으로 생각함)에 놀러가자며 노래를 불렀었다. 다행히 내일가자며 설득 성공 했다.
십여 분 만에 도착한 심학산 교하배수지 주차장, 선크림을 발랐지만 하늘에서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으, 쉽지 않겠는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산 안으로 들어가자 나무들이 해를 가져주어 햇볕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 걸음으로 산을 올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모든 것이 신기한 나이였다.
“우와, 도토리다”
“아빠, 도토리에요, 우와 진짜 작은 도토리다, 큰 도토리다”
산행 초반, 도토리가 보일 때마다 아이들은 계속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추면서 도토리를 주웠고, 어느 새 작은 손 가득 도토리가 들어와 있었다.
처음에는 도토리를 줍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지만 자꾸 걸음이 멈춰지니 산행의 흐름이 끊기기 시작했다.
심학산, 심학산은 파주시 동패동에 위치해 있고 높이가 해발 192미터에 불과하다. 강원도나 경기도 북쪽에서는 산 취급도 받지 못할 높이다. 그러나 산은 높이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산이 솟아난 자리에 따라 높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즉, 산이 많은 곳에서는 동네 뒷산 취급받을 높이지만 평야지대에서는 대접이 달라진다. 사방을 아우르는 전망대로서 위엄과 존경을 받는다. 심학산이 그런 산이다.
심학산은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뒤편에 자리잡고 있다. 자유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한강을 바라보며 우뚝 솟아있다. 주변에 산이 없어 이 산의 존재감은 훨씬 부각된다.(출처 네이버 지식 백과)
심학산 둘레길은 아이들도 걷기 좋게 조성되어 있었다. 높낮이가 심하지 않고 평평한 흙길이 많아 6살, 5살인 우리 아이들도 크게 힘들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산은 산이었다.
더군다나 도토리 때문에 계속 멈춰서 흐름이 끊겨 점점 힘이 들기 시작했다.
입추가 왔다고는 하나 아직은 날이 더웠다. 산에는 우리 가족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가족들도, 등산객들도 심학산 둘레길을 걷고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모든 것을 신기해했다. 주변에 바위 하나하나며, 산에 있는 지렁이, 새소리, 벌레들, 자주 보는 것들이 아니어서 더 그랬나보다. 하지만 몸이 힘들어오자 징징되며 보채기 시작했다.
“언제 부처님 봐요?”
“언제 도착해요?”
“응 금방 도착해”
심학산 약천사, 높이가 13미터가 되는 남북통일약사여래대불이 있는 절이다. 둘레길이지만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한참 남은 것 같다고 얘기할 수 없어서 계속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첫째 사랑이는 엄마 손을 잡고 먼저 앞장서 걸어가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둘째 행복이와 손을 잡으며 걸었다.
“으앙”
행복이가 나무 부리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괜찮니?”
행복이의 왼쪽 바지가 구멍이 뚫려 있었고, 무릎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으이그, 행복아 그러니까 발밑을 잘 봐야해, 괜찮을 거야, 이따가 집에 가서 약 바르자”
행복이를 달랜 후 다시 힘을 내 걷기 시작했다.
“와, 다 왔다”
드디어 심학산 약천사에 도착했다. 먼저 와있던 아내와 사랑이를 만났다. 아이들과 부처님도 보고 대웅전에 들어가 같이 절도 했다. 아이들은 신기한지 안에 들어가 “이게 뭐에요”하고 물어보았다. 역시 산은 경치가 좋고 산에 있는 절은 경치가 더더욱 좋았다. 저 멀리 사방이 뻥 뚫려 있는 게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다시 차를 주차했던 곳으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아내가 힘들어했지만 내려갈 때는 괜찮을 거라며 걸음을 옮겼다.
“아빠, 근데 진짜 부처님은 어디 있어요”
“행복아 아까 본 게 진짜 부처님이야”
아내가 대답해 주었지만 둘째 행복이는 다시 같은 질문을 했다.
“응 진짜 부처님은 바로 행복이야”
“아니야”
“맞아, 행복이 마음에도 부처님이 있고, 언니 마음에도 부처님이 있고 아빠, 엄마도 마찬가지야, 진짜 부처님은 모습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는 거란다”
아이에게 선문답 같은 말을 해주자 가만히 듣고 걸음을 옮겼다. 이해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산을 내려갔다. 도중에 힘들어해서 몇 번은 안아주고 걸었다.
“와 드디어 다 왔다”
주차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평평한 길이 있고 울퉁불퉁한 길이 있다. 기쁜 일이 있고 슬픈 일이 있다. 산행은 마치 인생과 같다. 꼭 높은 산을 오르지 않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한 산행에서도 알 수 있었다.
“자, 우리 돈까스 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