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198일차
2021년 8월 19일 새벽 5시 30분, 잠에서 깨어 세수를 하고 아이들 방에 들어갔다.
깨어 있는 사람들보다는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많은 시간이다.
불과 며칠 전, 창밖은 환했지만 점점 어두워진다.
새벽에도 28도까지 온도가 올라가 덥다고 난리쳤건만 이제 아침 기온이 20도다.
제법 찬 기운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 잠을 깨운다.
유달리도 더웠던 이번 여름이었다.
모두 그랬겠지만 코로나라는 불청객을 맞이해서 집 밖을 돌아다니기 보다는 집 안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더울 때는 시원한 곳으로 가서 몸을 식혀야 하건만 바이러스가 무서워 자발적으로 집에 갇혀 있었다.
어른들도 힘들었는데 아이들도 얼마나 답답했을까
매해 해외까지는 아니지만 제주도라도 가보자고 얘기했었다.
사람들 마음은 모두 같은가보다. 해외로 못가는 사람들이 모두 제주도로 모였고 이제 제주도도 방역 4단계로 격상되었다. 동거 가족은 2인이 넘어도 함께 다녀도 된다고는 하지만 제주도를 가더라도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제주도도 신선하겠지?
어제 하원 후, 날씨가 선선해 져서인지 아이들과 부모들이 아파트 놀이터로 모였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아도 숨이 차지 않고, 부모들의 얼굴도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더라도 날씨만 시원해지니 훨씬 좋았다.
“행복아 너 쉬야 마렵지?”
“응”
미끄럼틀 위에서 놀고 있던 둘째 행복이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동동거리기 시작한다. 오줌이 마렵다는 신호다.
“사랑아, 행복이 쉬야 하고 올 때니까 친구들하고 놀고 있어?”
“응”
첫째 사랑이에게 집에 다녀온다고 말해 놓고 집으로 서둘러 갔다. 다행히 놀이터에 다른 친구들 부모들이 있어 잠시 동안 마음 놓고 집으로 갔다.
행복이가 오줌을 눈 사이, 냉장고를 뒤졌다.
아이들이 10여명 정도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 집에서 먹을 것이 있나 살펴보았다.
며칠 전 샀던 요거트 6개와 유기농 주스 음료수 5개, 잡히는 대로 비닐봉지에 넣고 놀이터로 갔다.
“사랑아 친구들하고 요거 나눠 먹자”
“저 주세요”
“까주세요”
아이들이 몰려들어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간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 내 자식들은 아니지만 먹는 것을 보면 귀엽고 웃음이 지어진다. 정신없이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먹고 난 쓰레기를 수거한다.
아이들 부모님들이 고맙다고 한다. 서로 음식을 가져와 나눠준다. 같이 놀이터에 모여 아이들 얘기, 사는 이야기를 한다.
“행복아, 너 왜 맨발이야?”
행복이가 어느 새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었다.
“행복아 신발 신어야지”
행복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친구와 함께 앞으로 쌩 달려간다.
“요놈아! 신발 신어”
장난꾸러기 아이들, 반대로 아빠는 아이발이 더러워질까봐 두려워 벌벌 떤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 창밖을 바라보니 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 안에서 동동 떠다니고 있다.
아이들은 오늘도 신나게 놀겠지? 이제 신나게 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