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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작과 끝>

육아휴직 201일차

by 허공


2021년 8월 22일, 새벽에 아내와 서재 방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던 중 문을 열렸다.

둘째 행복이가 얼굴을 내밀며 씩 웃어 주었다.

“잘 잤어?”

곧이어 첫째 사랑이는 “엄마”를 다섯 번 외치며 자신에게 와달라고 한다.

우리 집 하루의 진정한 시작을 알리는 귀요미 시계 2명이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산책을 나가자고 하였다.

“아빠, 산책 나갈래”

“...”

“아빠?”

“...”

“아빠아아아”

“응?”

아침을 먹고, 빨래를 돌린 뒤 잠시 쉬고 싶었지만 귀요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세찼다. 사람 마음이 간사했다. 날씨가 옷을 갈아입어 찬바람이 몸을 쓰다듬자 한기가 느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시원하다며 좋아했건만 춥다고 난리다.

“오우 왜 이렇게 춥지? 너희들 잠바 입어야겠다. 안 춥니?”

“추워요, 아빠 옷 가져 다 주세요”

“....”


놀이터에서 아이들 그네를 밀어주었다. 주말 아침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 나와 신나게 놀았다. 퀵보드를 타고 나왔다가 자전거로 갈아타고 다른 놀이터로 이동하였다.

‘쿵’

“아야”

“왜요?”

“어 요기 위에 부딪쳤어”

아이들과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놀이기구에 머리를 부딪쳤다. 순간 눈에 별이 보였다. 애들에게 조심하라고 하다가 어른이 다치다니, 칠칠치 못했다.


“아이고 어깨야”

놀이터에서 돌아온 뒤, 택배로 도착한 철봉을 조립해 방 나무틀에 달았다. 가족들에게 시범을 보인다며 몇 번 오르락내리락 한 게 화근이었다.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턱걸이를 해서 왼쪽 어깨가 아픈 것이었다.

평소 하루에 팔굽혀펴기 100개를 하고는 했다. 턱걸이 5개 이상은 하겠지 했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겨우 3개 하니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아내가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했다. 평소에 쓰는 근육과 달랐다. 턱걸이와 팔굽혀펴기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과유불급’

넘치면 부족함보다 못하다. 그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빠, 미술놀이 할래”

“아빠, 물감”

“...”

“아빠?”

“사랑아 아빠 조금만 쉬고”

“싫어, 지금 할래”

“...”

나들이를 가지 않고 집에 오래 있다 보니 아이들이 이것저것 요구한다. 아이들 책상에 도화지를 깔고 테이프로 붙인다. 물감을 짜주고 물을 받아서 놓아 주었다. 잘 논다 싶었었다.

“으앙 물감이 섞였어 다시 짜”

행복이가 물감끼리 섞였다며 울기 시작했다. 낮잠을 자지 못해서 피곤한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빠, 산책갈래”

“...”

“아빠?”

“복숭아 다 먹고 갈 거야”

저녁을 먹고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여 산책을 가기로 했다. 아이들도 다시 산책을 나간다고 하니 신나했다.

‘윽, 괜히 나가서 더 피곤한 거 아닌가’


이미 말은 뱉어졌다. 가족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잠자리를 잡고 비눗방울 놀이를 했다. 밤에 나온 게 좋은지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어댔다. 아내는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웃겼던지 연신 휴대폰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아빠, 잠자리 한 마리 더 잡을래”

“...”

“아빠~~~~~”

“사랑아 이제 들어가야지”

“싫어, 한 마리만 더”

승부욕이 강한 사랑이, 잠자리를 스스로 잡는 법을 알자 계속 잡겠다고 난리였다.


“행복이는 벌써 자네”

산책을 마치고 아이들을 씻긴 뒤 행복이는 어느 새 침대에 올라가 잠이 들었다. 사랑이도 재우려고 다 같이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


“이따가 애들 재우고 맥주 한잔?”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 잠을 깨고 잠이 든다. 삶은 이 하루하루의 반복이다. 인생의 축소판이 하루다.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기자.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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