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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받기>

육아휴직 202일차

by 허공

요새 거의 빠지지 않고 하는 일과가 있다. 바로 아침에 일어나 네이버 블로그에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다.

감사 일기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그냥 모든 것에 감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목표 등을 한 번씩 적는 것이다.


적고 나면 받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네이버 온라인 기부 포털인 해피빈에서 주는 100원짜리 콩이다. 글을 쓰면 해피빈에서 콩을 하나 준다. 팝업 창이 떠서 클릭하면 콩을 하나 더 준다. 그리고 여러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기부를 할 것인지 묻는다. 돈이 많고 여유가 있다면 만원 단위로 결제해서 기부를 해도 된다. 여유가 없고 부담이 된다면 받은 콩을 기부하면 된다.

사연을 보면 어려운 사람들이 진짜 많다. 아동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다문화, 지구촌, 가족 여성, 동물, 환경 등으로 나누어 기부를 할 수 있다. 사연들을 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그냥 블로그에 일기를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근데 해비핀이라는 곳에서 콩을 주고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소액이라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뭔가 마음이 뿌듯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으면 뭔가 하루에 할 일을 빼먹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글을 써서 받은 콩으로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 금액을 떠나 정말 멋진 일 아닐까?

분명 요새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콩을 받아도 그게 뭔지 몰라서, 관심이 없어서 넘어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물론 시간을 내서 남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매달 정기적으로 큰 돈이나 작은 돈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써서 기부하는 것은 큰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단지 작은 노력과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남을 돕고 기부하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다. 해피빈 콩 기부는 티내지 않고 할 수 있는 기부이자 봉사이다. 무엇보다 내가 다시 따뜻한 마음을 받으니 일석이조 아닐까?


복福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살면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행복을 말한다. 복을 받으려면 복을 받기 위한 콩을 심어야만 한다. 콩을 심어야 열매가 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유루복과 무루복이란 말이 있다. 유루복은 끝이 있는 복이고 무루복은 샘이 없는 복으로 끝이 없는 복이다. 무루복을 지으려면 내가 주는 자이고, 너는 받는 자이다, 지금 복 받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버려야 한다. 일명 무주상보시, 상이 없는 보시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돕는다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물론 일반 사람들이 그런 경지, 마음으로 보시나 복을 짓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그 흉내라도 낼 수 있는 유루복을 짓는 행동이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자꾸 흉내를 내면 닮아간다.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것을 원한다. 이런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해주세요. 하지만 그런 원이 있으면서도 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복을 짓지는 않는다.


내가 복이 있어야 원하는 게 이루어진다. 꼭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분이 될 수 있게 해보자. 매일매일 꾸준히, 그게 평범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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