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03일차
며칠 전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책은 제목도 중요하다. 내가 이제 마흔을 곧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더 공감이 되었다.
작가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병수 작가님이다. 정신과 의사로는 최초로 이라크 자이툰 병원 정신과 과장으로 근무했다. 정신건강증진, 스트레스, 우울증 분야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2012년도)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공감되고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 필사 및 내 생각을 남겨보고자 한다.
프롤로그: 중년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다.
중년이 되면 인생이 허무해집니다. 젊음을 불사르며 열심히 살았던 사람도 중년이 되면 사무치는 허무함을 느낍니다. 온갖 고생을 했어도 아무도 자기 마음 몰라준다며 ‘인생 헛살았다’고 가슴을 칩니다. 남들보다 못한 인생을 살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나이에 더 이상 어떻게 할 것이 없다.’며 좌절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중년이 되면 온갖 시련들이 찾아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죽음이 성큼 다가온 듯 느껴져 섬뜩해 집니다. 잠시라도 긴장을 놓치면 인생이라는 ‘판’에서 쫒겨 날 것 같아 불안해지는 것이 중년입니다.
중년은 전투입니다.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입니다. 중년이 되면 몸과 마음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가속기를 몇 번씩 밟아주어야 시동이 걸리는 중고차가 된 느낌이 듭니다.
→ 40이 가까워오니 건강에 대해 부쩍 관심이 생기고 뭔가 허무하고 불안한 느낌이 들곤 한다.
“이런 걸 중년의 위기라 하나? 누구는 중년에 사춘기가 다시 찾아온다던데, 그래서 ‘사추기’라 하던데, 나도 그런 건가? 요즘은 내 마음 나도 모르겠고, 혼란스러워, 누가 말 좀 해줬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도 다 그런지 아니면 나에게만 문제가 생긴 것인지!”
저를 비롯한 모든 인간은 정신적 고통과 상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사람 때문에 상처 입고, 인생의 고달픔을 맛봐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나만큼 힘든 사람은 없다”거나 세상의 고통은 오직 자신이 짊어지고 가는듯한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아물지 않아 피가 철철 흐르는 생채기를 갖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바로 옆에 있는 내 배우자, 부모, 자녀들, 친구들, 지인들 모두 나름대로의 고통과 괴로움이 있다.
중년이 되면서 공황장애만 해도 40~50대 중년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습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고, 산다는 것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냥 쓰러질 수 없는 사람이 느끼는 마음의 병이 ‘공황장애’라고, 공황장애에서 찾아오는 죽을 것 같은 공포는, 아직도 인생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 여기서 그냥 쓰러질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힘든 등산 뒤에 찾아오는 ‘근육통’입니다. 마음이 지친 사람은 고단한 인생을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잠시 지쳐 있는 것입니다. 중년은 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몸은 씻고 만지고 주무르고 관리한다. 하지만 그 몸의 주인인 마음을 보살피는 일은 하지 않는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무너진다.
지혜로운 마음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중년에 지혜를 가지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큰 충격을 받거나 마음에 고통이 찾아왔을 때 그것이 나에게만 생기는 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와 남들이 다르지 않고,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만 합니다. 지금 내 삶보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해도 막상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고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인생을 살만큼 살았어도 인간은 모두 어쩔 수 없이 상처 받고 깨지기 쉬운 나약한 존재와 불과하다는 것을 자연히 깨닫게 됩니다.
→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자.
중년의 힘과 지혜가 더 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삶에 시련이 닥쳐오고,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중년의 가슴에서 뜨거운 열정이 사라지지 않기를, 삶에 대한 헌신이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 인생에서는 항상 시련이 온다. 그 시련이 오더라도 견디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과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
오늘은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보낼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해보자. 육아와 삶은 하나다. 오늘은 오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