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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Feb 26. 2023

"아줌마, 왜 이렇게 젊어 보여요?"

"얘들아, 손 안 다치게 조심해"

"꺅"

아이들은 미끄럼틀 위에서 아래로 한 몸이 되어 내려왔다. 물론 둘째 행복이는 기브스 한 손가락을 가슴으로 모은 상태로 말이다.

어제 오후, 아이들을 데리고 어머니 댁으로 갔다. 오늘 일요일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주중에 아이들을 돌보고, 일요일도 아이들을 돌보게 된 아내에게 휴식이 필요했다. 큰 아이는 그래도 새끼 손가락을 다쳐 발레 학원에 가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왔다. 작은 아이는 감기까지 겹쳐 집 안에만 갇혀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 집에서 그림그리기를 하고, 잠시 티비를 보여 주었다. 저녁은 어머니가 준비한 고기국에 치킨을 시켜 먹기로 했다. 혼자 다녀오려는 순간, 첫째 사랑이가 밖에 나가 놀고 싶어 했다.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어 집에 있으라고 했지만, 쇠 귀에 경 읽기였다.

결국 어머니, 아이들과 함께 나가게 되었다. 치킨은 미리 주문해 놓고 집 앞에 놀이터로 나갔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다른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몸이 되어 미끄럼틀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미끄럼틀을 타기 전 구름 사다리를 타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손가락이 불편해 한 번 밖에 타지 못했다.

"으악, 재밌어"

"또 타자"

세 번, 네 번, 다 섯 번, 한 7~8번은 탄 것 같았다.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더 놀다가는 감기가 더 심해질 것 같았다.

"얘들아, 이제 가자"

"네"

오래 놀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욕구가 풀렸는지 순순히 따라 나왔다. 어머니 집 바로 근처 치킨가게, 아직 치킨이 나오기 전이었다.

아이들은 카운터 앞에 있는 뻥튀기 과자를 보았다

"팝콘 먹고 싶다"

사장 아주머니가 아이들의 소리를 들었는지 비닐에 뻥튀기를 담아 각각 싸주셨다.

"아줌마, 왜 이렇게 젊어 보여요?"

치킨 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 앞으로 가자, 사랑이가 사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순간 사장님의 얼굴에 꽃이 활짝 피며 "응, 아줌마 나이 많아, 큰 애가 벌써 군대도 다녀오고, 아마 마스크 때문일거야"라고 말을 해주었다.

뻥튀기를 받은 나머지 기분이 좋은 사랑이가 사장님에게 예쁜 말을 하였다. 만약 뻥튀기를 주지 않았다면 나이 들었다고 했을까? 어쨌든 뻥튀기 하나, 젊어 보인다는 말 때문에 행복했던 아이들과 치킨 사장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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