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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Apr 03. 2023

벚꽃의 향연이 미세먼지를 밀어내다

어제는 벚꽃이 만개한 날이었다.

오전에는 전부터 아이가 가고 싶어한 서울식물원에 갔다. 서울식물원은 집에서 2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위치는 서울 강서구, 다들 밖으로 나들이를 갔는지 식물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와서인지 우리 가족 모두 얼굴이 밝았다.

이름도 잘 모르는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물론 이름을 잘 아는 식물들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들판에 피어 있는 식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아이들(식물들)이 많았다.

전에 왔을 때는 날이 덥고 사람도 많아 정말 힘들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날씨도 선선하고 사람도 적어 구경하는 맛이 났다. 

오르골을 사랄라는 첫째 사랑이의 떼를 뒤로 하고 도착한 이조면옥, 맛집답게 사람들이 식당을 가득 메웠다. 물냉면과 갈비탕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간 곳은 일산 호수공원이었다.

공용주차장에 차를 데기 힘들것 같아 근처 건물에 차를 대고 도보로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호수공원 뒷 도로에는 차들이 가득 차 있었다. 벚꽃 시즌이라 나라에서 특별히 주정차를 허용해 주었던 것이다.

어쨌든 육교를 건너 도착한 호수공원에는 정말 사람 반, 꽃 반이었다. 걷는 곳마다 벚꽃들이 인사를 해서 가다 멈춰 같이 인사를 해 줄 정도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족, 친구, 연인들끼리 나들이를 나와 꽃놀이를 즐겼다. 

마침 미세먼지도 거짓말처럼 사라진 날씨, 벚꽃이 향연이 미세먼지를 밀어낸 듯 했다.

겨우 자리를 잡아 가져 온 돗자리를 깔았지만, 먹을 간식이 없는 게 문제였다. 혼자 아까 처음에 주차했던 건물로 뛰어가 무인편의점에서 간식을 사왔다.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라왔지만 간식을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하니 다리를 멈출 수 없었다.

벚꽃과 호수 앞에서 먹는 새우깡과 빼빼로는 정말 맛있었다. 1시간 만에 흔들그네에 자리가 났다. 모르는 오빠와 섞인 아이들을 그네에 태워 호수 끝까지 밀어 주었다.

이제 며칠 뒤면 비 예보가 있다. 올해는 그래도 벚꽃 구경을 제대로 해서 아쉽지 않을 것 같다. 안녕 벚꽃아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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