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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감사합니다!>

육아휴직 216일차

by 허공

우리 가족은 이번 여름휴가라고 할 만한 여행을 떠나지 못했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꼭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닌 조용한 장소로 여행을 갈 수도 있었는데 어쨌든 가지 못했다.

저번 달에 아내와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큰 맘 먹고 강원도의 전망이 좋고 수영장이 있는 한 호텔로 숙소를 정했다. 아내는 꼭 여기를 가야겠다며 예약을 하였다. 아이들에게 여행을 간다고 하자 소리를 지르고 난리였고, 아내도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한 달이 남았던 여행이 어느 덧 다음 주로 다가왔다.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도 어느 덧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게 인생인 듯싶다.

여행준비를 하기로 했다.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지만 아이들 물놀이 용품 준비를 해야 했다. 집에 있는 수영복을 입혀보니 올해까지는 입힐 수 있는 듯 보였다.

“짠”

둘째 행복이가 수영복을 입고 와서 포즈를 취했다.

“아이고 이뻐라”


수영복은 됐고, 물 위에서 놀 튜브, 발이 커져 신을 수 없게 된 아쿠아슈즈가 필요했다.

아침을 먹고, 근처 수영용품을 파는 곳으로 온 가족이 출동했다. 아이들은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공주 옷을 입고 서로 이쁘다고 칭찬하기 바빴다. 역시 아이라도 여자는 여자였다.

수영용품을 파는 곳에는 여러 물건을 팔고 있었다. 튜브, 아쿠아슈즈, 물안경 등등 가게 안에도 밖에도 가득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들의 몸에 맞는 튜브와 아쿠아슈즈를 골랐다. 각자의 취향이 달라 한 번에 고르지 못했지만 어쨌든 물놀이를 위한 준비는 끝났다.

이제 다시 차를 타러 가는 길에 비눗방울이 나오는 장난감을 발견하고 사려고 하는데 가게에서 금붕어 잡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 1명 당 10분당 천원이었다. 아이들은 금붕어를 잡는 게 신기한지 한참 동안 금붕어를 잡아서 대야에 담았다.

금붕어 잡기가 끝난 뒤, 장모님이 아욱국을 끓였다고 하셔 모시러 가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장모님 댁, 금방 도착하니 아파트 정문에 장모님이 무거워 보이는 냄비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들고 계셨다.

장모님은 정이 참 많으시다. 옛날 어른들이 일반적으로 그렇지만, 정성스레 음식을 해서 자식들에게 주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우리 집에서 어른 반찬을 깔아보면 열에 일곱은 장모님 표 음식들이다. 아마 장모님이 음식을 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식탁 위에 반찬이 거의 없이 밥을 먹었거나 사먹었거나 했을 것이다.

장모님은 냄비 가득 아욱국을 끓이고, 아내가 좋아하는 오이김치를 잔뜩 해 오셨다. 저번에 시켰던 중국집 맛집에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오 이 짬뽕 맛있네”

장모님은 맛있게 준비한 음식이 아닌 배달 음식임에도 맛있게 먹어주셨다. 아이들은 외할머니가 집에 오시자 신나서 할머니 옆에 찰싹 붙어 밥을 먹었다.

며칠 전에도 계란한판, 포도 한 박스를 먹으라고 주신 장모님, 정말 감사드린다. 장모님이 맛있게 해주신 음식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꼭 다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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