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17일차
“엄마, 나 여기”
2021년 9월 6일 아침, 첫째 사랑이가 일어나 자기 발목 복숭아 뼈 쪽을 가리켰다. 살펴보니 모기나 벌레가 문 흔적이 있었다.
“아이고, 벌레가 물었나 보다, 조금 있다가 약 바르자”
하지만 아침 등원시간에 약을 발라줘야 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어린이 집 앞에 도착했다.
“사랑아, 조금 있다가 선생님한테 약 발라달라고 할게”
“싫어, 말 하지마”
“왜? 약 발라야지, 그럼 너 긁으면 안 된다”
“응!”
시간이 지나서 오후 4시 20분 하원시간이 되었다.
“와, 아빠 봐봐, 머리 왜 그래?”
백만 년 만에 파마를 했다. 나도 어색했고 아이들도 웃겨서 신기해했다.
“사랑아 너 왜 양말 한 짝 벗었어?”
“...”
“놀다 젖었어?”
“...”
사랑이는 한쪽 발 양말을 벗고 있었고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얘들아, 내일 먹을 간식 사러 슈퍼 가자”
평소에는 신나게 따라갔을 사랑이지만 어제따라 뭔가 불편한 모습이었다.
선생님이 묶어주신 양쪽 갈래머리 중 한 쪽이 풀어져 한 손으로 계속 잡고 있었고, 발 한 쪽은 양말을 벗은 채로 걸었다.
“아빠, 나 그냥 집에 갈래”
“엥? 그래 알았어”
사랑이가 슈퍼에 가지 않고 집에 간다고 하였다. 머리가 풀어져 불편한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간식을 먹은 뒤 아내가 퇴근을 하면서 포장해 온 삼계탕을 다 같이 먹었다. 간식을 먹으면서 밥을 잘 먹기로 약속했었다. 행복이는 그래도 밥을 잘 먹었지만 사랑이는 거의 먹지 않아 맨 마지막까지 식탁에 남아 밥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기 위해 그릇을 옮기던 중 식탁에 가니, 사랑이가 책으로 김치가 담겨 있는 플라스틱 통을 쳐서 국물이 가득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사랑아, 아빠가 밥 먹을 때는 책 가져오지 말랬지, 아 진짜, 일을 만들어요”
식탁 가득 흘러내리는 김치 국물은 식탁에 있는 책을 적시고 사랑이의 팔꿈치를 지나 의자에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이에게 짜증을 내며 물티슈를 여러 장 뽑아서 식탁 위를 닦았다.
사랑이는 거실에 있는 상에서 밥을 먹으라고 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아빠, 여기, 이제 못 먹겠어”
“사랑아, 너무 조금 먹었자나 더 먹어”
“싫어, 엄마가 먹을 수 있을만큼 먹으랬어”
“엄마가 말한 건 그래도 어느 정도 먹으라는 얘기야”
“싫어, 싫단 말이야”
사랑이는 울면서 뛰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알아서 해, 대신에 밥을 먹지 않으면 간식을 먹을 수 없어, 배부른데 간식을 어떻게 먹어”
“으앙”
“...”
“아빠, 나 그럼 두 숟가락만 더 먹고 그만 먹을래”
“알아서 해”
사랑이는 두 숟가락을 더 먹고 밥그릇을 가져왔다.
김치 국물을 엎고 밥도 잘 먹지 않은 아이, 말을 하면 듣지도 않고 징징거리기만 하니 짜증이 밀려왔다. 그러면 안됐는데 아이가 그 다음에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엄마, 나 여기”
사랑이가 발을 가리켰다. 아침에 봤을 때보다 발이 부어 있었다.
“너 발 긁었지?”
“긁지는 않고 만졌어”
“그게 그거지, 만지지마 약 발라줄게”
벌레 물린 피부를 만져 다리가 부었던 것이고, 그걸 아빠는 몰랐던 것이다.
하원을 하면서 비가 조금씩 내렸었다. 사랑이는 잠시 멈춰서서 벌레를 보는 듯했지만 나는 빨리 집에 가자고 했다.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아빠, 이리 와봐”라고 했지만 비가 온다며 얼른 집에 가자고 했었다.
방금 전 징징되는 아이는 어디로 가고 장난치는 아이가 앞에 있었다. 아이가 징징대고 음식을 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 아이니까. 그것을 받아드리는 아빠의 마음이 문제였다.
“아빠, 이리 와봐”, “아빠, 이제 그만 먹으면 안돼요?”
오늘 아이가 한 말, 행동이 자꾸 생각난다. 사랑아 오늘 여행 잘 가자. 비가 오던 안 오던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근데 비가 좀 많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