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말 없이 나에게 말을 건다
육아휴직218일차
2021년 9월 8일.
강원도 강릉 강동면의 숙소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설렌다.
가까운 여행이든 먼 여행이든 상관없다.
특히 바다로 떠나는 여행은 즐겁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면 그 동안의 모든 걸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4시간에 걸친 대장정.
대장정까지는 아닐까.
어쨌든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긴 여행은 쉽지 않다.
차 안에서 오래 동안 앉아 있는 건 어른도 하기 힘들다.
"와 드디어 도착이다. 바다다"
드디어 숙소가 보이는 바다에 도착했다.
아이들도, 아내도, 나도 좋아서 소리쳤다.
올 때 계속 비가 왔었다. 내일도 비가 온다 했었다.
쨍쨍한 해를 기대했건만, 날짜를 잘못 택한 우리가 잘못이었다.
그런데 거짓말 같이 비가 그쳤다.
우리가 바다에 오니 비가 쏙 숨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다를 바다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위의 틈바귀바다 파도는 하얀 잇몸을 끝없이
드러내 보였다.
아이들은 숙소에 오자마자 수영복을 입고
튜브 안에 들어가 신나게 수영을 했다.
올해 처음 하는 수영.
아이들도 아내도 나도, 모두 신나했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가려했는데, 첫째 사랑이가
또 물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역시 인생은 원하는대로만 되지 않았다.
다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다 잠시 아내와 얘기를 나누는 도중
고개를 돌려보니 둘째 행복이가 물속에서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의 머리를 들어올리고 괜찮다고 하였다.
아이는 물을 먹었는지 켁켁 거리고 눈물을 흘렸다.
구명조끼가 불편하다고 벗은 게 화근이었다.
튜브에만 의지하다가 뒤집어져 물에 빠지고 만 것이었다.
"이제 물속에 안들어가, 앞이 보이지 않고, 소리도 즐리지 않았어, 무서웠어"
행복이는 울음을 떠뜨리며 무섭다고 하였다.
가슴이 아프고 아이가 안쓰러웠다.
아이는 한 순간도 눈을 떼면 안 된다고 하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다음 날에는 다시 아이가 물에 들어가 놀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밤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며칠 전에 읽은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내용이 따오르면서 이순신 장군은 이 바다에서 어떻게 이기고 견뎠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왜 이러지, 왠 이순신 장군.'
바다는 말 없이 나에게 말을 건다.
인생은 끝없는 파도라고.
모든 시름과 걱정은 다 여기 놓아버리라고.
내가 다 품어준다고.
갈매기들은 바다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하늘을 날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