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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감정노동자

by 허공

<이 이야기는 경찰에 주제로 한 창작 단편 소설입니다>


코드 1, 코드 1, '아들이 엄마를 때리고 있다'는 112신고가 들어왔다.

'아, 이제 대기 시간인데'

10여분 뒤면 대기 시간인데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김 경사는 박 경위와 순33호 순찰차를 타고 출동했다.

현장은 파출소와 약 10여분 거리에 있는 호텔이었다.

호텔 315호, 신고자가 신고한 호텔의 방호수였다.

방으로 올라가기 위에 엘리베이터를 탔다.

3층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정폭력신고, 가족 간의 일이라 언뜻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평소에 서로 쌓인 게 많아서인지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긴장을 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서 김경사는 손에 방검장갑을 착용하였다. 불시에 흉기가 나에게 날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끄아아아!"

복도에는 비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재빠르게 315호로 뛰어가자 이미 방문은 열려 있었다.

방문을 열고 김경사는 순간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들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방에서 누워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벽과 침대 곳곳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는 침대에 앉아 울고 있었다. 방 안에는 술병과 음식이 탁자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우선 상황 판단을 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누가 폭력을 행사했고, 누가 다쳤는지, 그리고 얼마나 다쳤는지 파악해야했다.

누워 있는 남자를 보니 입과 코, 그리고 머리 쪽에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흉기로 찔린 흔적은 없었고, 주변에 칼이나 다른 흉기로 보이는 물건도 없었다.


남자가 소리를 지르고 있어, 정상적으로 질문을 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여 김경사는 여자에게 질문을 하고, 함께 출동했던 박경위는 남자가 자해를 하지 못하게 몸을 누르며 진정을 시키기 시작했다.

"어머니시죠?"

"네...흑흑"

"진정하시고, 아들이 때린다고 신고를 하셨는데 어디 폭행을 당하셨나요"

"아니요"

"그럼, 여기 아들 맞죠?"

"네"

"근데 왜 아들이 누워서 피를 흘리고 있나요"

"그게 저와 제주도에 놀러와서 술한잔을 하다가 갑자기 옛날 일을 꺼내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몸을 벽에 부딪히고, 머리를 바닥에 찧어서.."

"스스로 자해를 했다는 말인가요"

"네 맞아요"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들은 엄마를 때리지 않았고, 혼자 자해를 한 상황, 흉기나 다른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들은 갑자기 돌변하며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으아악, 다 죽일꺼야, 니네 뭐야, 시발"

아들이 스스로 자해를 하고 있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김경사와 박경위는 아들의 팔을 뒤로 꺾어 뒷수갑을 채우고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목과 허리를 눌렀다.

이후 도착한 다른 순찰차, 도와주러 온 같은 팀원들이었다. 119구급대원들도 6명이나 도착하여 아들을 진료했고, 외상이 일부 있었으나 큰 상처는 없다고 판단을 하였다.

정신이상자나 자해, 타해 위험성이 있는 자들을 응급입원시킬 수 있어 응급입원팀에 전화하였으나 이미 병상이 가득 차 입원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떡하지, 일단 파출소로 가자"

계속 호텔에 있을 수 없어 우선 파출소로 보호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후 아들은 파출소 주취자 보호석에 앉혀 뒷수갑을 풀러 벽에 고정했지만 여전히 술이 깨지 않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악, 놔, 놓으라고, 이xx놈들아"

그리고 새벽 4시까지 3시간 동안 김경사 포함 경찰관들은 휴식 대신, 한 남성의 비명과 욕설을 들어야했다.

"와 오래 살겠다! 이렇게 욕먹으니까 말이지, 에휴"

옆에 있던 박경위가 한마디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경찰관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지만 그 지팡이를 제대로 휘두르기 전에, 경찰관들의 감정은

무너져내린다.

경찰관들은 감정노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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