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준비>

육아휴직240일차

by 허공


당신은 어렸을 적 어머니가 생일상을 차려준 것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아내가 생일상을 차려준 것은? 그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그건 아니지만 생일상을 차리기 위한 노력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2021년 10월 1일, 아내의 생일 전날이었다.

“아 웃겨”

“응?”

“달력 보는 데 내 생일 준비라고 써놓은 게 웃겨서”

“아, 하하하”

“뭘 얼마나 준비하려고? 매해 이렇게 해줘”

“응 그래”

아침에 내가 달력에 적은 것을 보고 아내가 웃겨서 한 마디 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킨 뒤 생일 준비를 하기로 했다. 우선 전날 문구점에서 사온 풍선을 불기로 했다. 바람 넣는 기구로 ‘생일축하해’라고 쓰인 풍선 5개를 먼저 완성했다. 다음은 풍선 안에 꽃가루 같은 종이를 넣은 풍선 5개를 불었다. 종이를 넣은 풍선을 천장에 매달기 위해 실로 풍선들을 연결한 뒤 스카치 테잎으로 붙이고 거실 천장에 붙였다.


다음은 생일상을 차리기 위한 요리였다. 전날 사둔 닭날개와 닭봉으로 간장을 넣어 요리를 하기로 했다. 우선 닭을 우유에 넣고 10분 정도 기다렸다. 냄새와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우유를 버리고 한두 번 물로 행군 뒤 소금과 후추 약간을 넣어 간을 했다. 다음은 양념 만들기였다. 간장 2숟가락, 설탕, 다진 마늘, 올리고당을 넣어 양념을 만들었다. 닭에 양념을 넣은 뒤 비닐장갑을 끼고 골고루 묻혀주었다. 저녁에 에어프라이어를 돌리기 전 냉장고에 넣어두고 숙성시키기로 했다.


다음 요리는 돼지고기 수육이었다. 오전에 아이들을 보내고 바로 장을 봤었다. 마트에 가서 삼겹살 800g, 상추, 깻잎을 샀다. 돼지고기 수육은 이미 전에 몇 번 해서 머릿속에 들어 있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다시 인터넷에 검색을 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우선 큰 냄비에 물을 2리터 정도 받았다. 다음은 깐 마늘 15알, 삼겹살을 사면서 받은 월계수잎 3장, 양파 반 개, 된장 2숟가락을 넣고 끓였다.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미리 핏물을 빼두었던 삼겹살 4덩어리를 조심스럽게 투척했다. 센 불에 20분, 중간 불에 20분, 약 불에 20분을 충분히 끓여주었다.


요리를 하기 전 집 앞 꽃집에 꽃을 예약했었다. 예약 시간이 다가와 가보니 예쁜 꽃다발이 완성되어 있었다. 원래는 해바라기 꽃을 해주신다고 했지만 아내가 좋아하는 수국을 메인으로 해달라고 했다.


생일케이크를 사기 위해 빵집에 갔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고 싶어 했지만 아내는 생크림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했었다. 생크림 케이크 위해 딸기가 있어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이렇게 대략적으로 음식 준비와 생일 준비를 하니 어느 새 아이들 하원 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숨 돌릴 틈도 별로 없이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사랑아, 엄마 생일 상 준비해야 되니까 오늘은 바로 들어가자”

“싫어, 놀다가 들어 갈 거야”

“엄마 생일 선물로 그림도 그려야지”

“아이들은 밖에서 놀아야 해”

자기 할 말을 하고 사랑이는 다른 친구와 함께 저 멀리로 뛰기 시작했다. 할 말을 잃은 나는 행복이와 함께 뒤를 쫓았다.


한참을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에 숙성시킨 닭을 꺼내서 하나씩 에어프라이어에 올려 놓은 뒤 구워 주었다. 미리 삶아 놓았던 돼지고기 수육도 다시 한 번 끓여주었다.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요, 엄마”

“와, 수국이네 예쁘다”

“와, 메인 요리를 두 개나 했네, 꼭 우리 엄마 밥상 같다.”

퇴근 후 돌아온 아내는 꽃과 요리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은 정신없이 닭을 뜯었고, 돼지고기 수육은 잘 삶아져서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이번 생일상은 성공이다. 내년에는 복직을 할 텐데 올해만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생일상을 차려봐야지. 세상의 생일상을 차려주는 사람은 모두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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