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238일차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작은 약속이라도 마찬가지다. 혹시 지킬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지키도록 노력해야한다.
2021년 9월 29일, 미술학원 가는 날을 금요일에서 수요일로 바꿨다. 아이들을 하원 시키는 시간도 오후 2시 40분에서 3시 40분으로 늦춰지게 되었다.
전날 저녁 외식을 하고 나서 편의점에 들렀다. 아이들은 구슬아이스크림 젤리를 샀다. 구슬아이스크림은 먹어봤어도 구슬아이스크림 젤리를 처음 본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맛있다고 했다.
“아빠, 오늘 미술학원 갈 때 젤리 가져와?”
사랑이가 아침에 등원할 때 말했다.
“응? 사랑아 근데 그 젤리는 이미 먹던 것이라서 친구들과 못 나눠먹어”
“그래도 가져와”
“그럼 친구들 보는 데서 먹지 마”
“응, 비 오니까 유모차 가져와, 유모차에서 먹게”
“그래 알았어”
친구들 앞에서 신기한 젤리를 먹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원을 하러 가기 전 하늘을 보니 비가 오지 않았다. 일기 예보에는 오후 6시까지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일단 비가 오지 않으니 유모차를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아이들 퀵보드 2개를 끌고 갔다.
어린이 집 앞에 도착해 벨을 누르려고 하는데 ‘툭툭’소리가 들렸다.
‘뭐지?’
어린이 집 현관 위에 있는 천 가림 막에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소리였다.
‘분명히 비가 오면 유모차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서둘러 퀵보드를 다시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문 앞에 있는 유모차에는 레인커버가 씌워져 있지 않아 신발장에 넣어둔 레인커버를 꺼내 유모차에 씌웠다. 다음은 부엌 서랍장에 있는 아이들 구슬아이스크림 젤리를 꺼내야했다.
급한 마음으로 서랍장을 열고 구슬아이스크림 젤리 통을 드는 순간, 이미 개봉해 놓은 젤리 통의 뚜껑을 생각하지 못했다.
‘촤라락’
“으악”
순간 마치 영화의 슬로우 모션처럼 통 안에 있는 젤리가 바닥으로 뿌려졌다.
‘어떻게 하지, 지금 가야하는데, 젤리를 그냥 청소기로 빨아들일까?’
결정을 해야 했다. 엎은 젤리는 둘째 행복이의 젤리였다. 울고 있는 행복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젤리를 담기로 했다. 우선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시간이 늦어지니 다른 엄마들에게 대신 하원을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젤리를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다.
큰 젤리도 아니고 작은 구슬 같은 젤리를 하나하나 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한 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의 젤리가 바닥에 넓게 퍼져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젤리를 담고 다시 또 쏟아질 수 있어 젤리 뚜껑에 테이프를 붙여 단단히 고정해 두었다. 아이들에게 줄 건빵과 바나나우유도 몇 개 챙겼다.
서둘러 쌍둥이 유모차를 밀며 집을 나갔다. 저 멀리 아파트 광장에서 소예 엄마가 보이고 그 옆에 행복이가 우산을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은이 엄마는 사랑이와 다른 아이들과 먼저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행복아!”
행복이의 이름을 부르며 갔는데 행복이가 한 손으로 눈을 닦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행복이가 아빠가 안 보여서 울음이 나왔나 봐요”
“아. 네”
“행복아, 아빠 늦어서 울었어? 금방 온다고 얘기해 놨는데, 울지 마, 어서 가자”
행복이를 유모차에 태워 레인커버를 잠근 뒤 미술학원으로 출발했다.
1시간 미술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은 아파트 광장에 모여 간식을 나눠 먹으며 놀기 시작했다. 사랑이와 행복이는 유모차 안에서 젤리를 맛있게 먹었다. 다른 친구들이 구슬아이스크림 젤리를 보며 신기해했다.
“이거 어디서 났어요?”
사랑이 친구 소예가 물었다.
“응, 저 멀리 슈퍼에서 샀지”
“사랑이 아빠, 다음에 저도 사주세요”
“응? 그래”
옆에서 이를 지켜본 행복이가 말했다.
“아빠, 소예 언니 용감해”
“응? 하하 왜 용감해?”
“응 아빠한테 사달라고 해서”
“뭐? 하하”
우여곡절 끝에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만약 아이스크림젤리를 가져가지 않고 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울고불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평소 약속을 하면 지키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내가 아이들과 약속을 함부로 생각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아빠 말에 신뢰가 없다.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