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등원이 힘든가요?>

육아휴직237일차

by 허공

아이들 등원은 쉬울까 어려울까?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다면 쉬울 수 있고, 말을 잘 안 들으면 어려울까?


2021년 9월 29일, 아침 7시 40분에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영어 음악을 틀어주었다. 평소와는 달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니특공대 ABC송을 틀어주었다. 전날에는 벌떡 일어났지만 오늘따라 아이들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의 메뉴는 미역국과 계란말이로 정했다. 이미 이틀 전에 미역국을 완성해 놔서 그냥 끓이기만 하면 됐고, 계란 2개로 요리 아닌 요리를 완성했다.

“얘들아, 일어나자”

처음 깨운 뒤 30분이 지나서야 아이들은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 6살과 5살 아이들, 5살 행복이는 스스로 화장실에 먼저 들어가서 소변을 봤고, 아내가 옆에 있어 뒤처리를 도와주었다.

“엄마 간다 안녕”

아이들 머리를 묶어주고 아내가 먼저 출근을 하고 집을 나갔다. 행복이는 먼저 밥상에 앉아 미역국과 계란을 먹기 시작했다.

문제는 언니 사랑이, 사랑이는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봤다. 그리고 스스로 뒤처리를 해야하는데 계속 감감 무소식이다.


“사랑아, 뭐 하니 어서 나오자”

“사랑아?”

계속 대답이 없다.

“사랑아, 어제 아빠한테 다음부터는 혼자 소변보고 뒤처리 한다고 했지?”

여전히 답이 없다.

“행복아, 행복이는 어서 밥 먹어, 밥 먹는 사람 먼저 간식 줄게”

“싫어”

갑자기 사랑이가 화장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사랑아, 소리 지르면 간식 없다”

“싫어”

“사랑아, 소리 한 번만 더 지르면 그냥 어린이집 간다.”

“....”

“사랑이 나오고 있니”

“하고 있다고”


사랑이는 요새 “싫어”병에 빠졌다. 말만 하면 “싫어”라는 말을 달고 산다.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고 “좋아”라고 말을 하라고 해도 듣지 않고 아빠를 째려본다. 소리를 지르고 동생에게도 함부로 한다.

아이들이 뭔가를 요구할 때 그냥 해주면 편하다. 갈등이 없다. 그냥 내가 화장실에 가서 뒤처리를 해주고 밥을 먹여주면 빨리 끝난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이들은 계속 스스로 뒤처리를 하지 못하고 밥을 떠먹지 않는다. 어린이 집에서도 그 행동이 똑같지는 않지만 알게 모르게 반복된다.

“밥 다 먹고 간식 먹을 거야 어서 먹어”

결국 오늘은 아이들에게 거의 밥을 떠먹여 주지 않고 맨 마지막에만 한두 번 떠먹여 주었다. 아이들은 아침마다 보던 윙크 학습기를 보지 못하고 밥을 먹었다. 보지 못한 윙크는 저녁에 보면 된다. 어쨌든 사랑이는 스스로 뒤처리를 하였고 아빠가 이제 도와주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밥을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대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 새 등원 시간이 가까워졌다.

“늦었다. 어서 옷 입자”

“으앙, 언니가, 언니가”

행복이는 자신의 목수건을 언니가 하는 줄 알고 울음을 터뜨렸다. 다행히 사랑이가 다른 목수건을 해줘서 금방 울음을 그치고 옷을 입었다.


등원 시간을 3분 남기고 겨우 어린이 집에 도착했다. 사랑이는 아빠를 쳐다보지 않고 어린이 집에 들어갔다. 행복이는 뒤를 돌아 아빠 품에 한 번 안긴 뒤 들어갔다. 같은 엄마 배 속에서 나와도 이렇게 성격이 다르다.

등원시간이 힘든가요? 내 대답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힘든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다. 오늘은 그나마 덜 힘든 날이었다. 어쨌건 아이들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 기분이 좋은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다. 중요한 건 그걸 받아들이는 부모들의 마음 자세다. 그리고 준비자세는 기본이다. 미리 도시락 가방이나 옷가지를 챙겨놓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덜 허둥댄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라면, 이제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게 부모의 할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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