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34일차
2021년 9월 24일, 둘째 행복이의 눈 수술 후 정기 검진을 하는 날이었다. 원래 어린이 집에서 근처 공원에 산책을 가기로 했었다. 행복이는 아침에 자기도 공원에 가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엄마가 내일 같이 산책을 가자며 달래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이를 등원시킨 뒤 행복이와 함께 아파트 상가로 손을 잡고 걸어갔다. 계란, 사탕과 과자 등 행복이 간식을 사고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사서 집으로 갔다. 행복이는 어린이집을 가지 않고 아빠와 맛있는 간식을 산 게 좋은지 얼굴이 활짝 펴 있었다.
집 정리를 하고 있는데 오랜 만에 중학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휴가를 냈다고 했다. 점심에 집에 정수기 점검 기사가 온다고 해서 그럼 그 전에 먹을 것을 사들고 오라고 했다.
“딩동”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 지금 집에 이사 온 뒤 우리 집에는 처음 놀러오는 것이었다.
“행복아 안녕”
행복이는 부끄러운지 내 뒤에 숨었지만 전에 한 두 번 본 기억이 있는지 곧 익숙해져 친구의 물음에 간단히 대답을 했다.
아침 11시 밖에 되지 않았지만 친구도 곧 가야했고 나와 행복이도 병원 시간이 있어 서둘러 식탁에 앉았다. 나와 친구는 친구가 사온 햄버거를 먹었고, 행복이는 카레를 주었다. 요새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고, 육아휴직과 아이 주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아, 아빠가 잘 생겼어 삼촌이 잘 생겼어?”
“음..”
행복이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 삼촌이 아빠보다 더 잘 생겼어”
“뭐? 행복아 거짓말 하면 안 돼”
행복이가 삼촌이 더 잘 생겼다고 장난을 쳤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자기가 더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듣자 의기양양하게 웃어댔다.
30분의 식사 시간은 짧았다.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도 밥을 먹기에도 길지 않았다. 친구를 현관문까지 배웅했다. 그냥 보내기 뭐해서 오전에 샀던 배도라지 음료수 2개를 친구 손에 들려줬다.
“행복아 우리도 이제 병원가야겠다 챙기자”
남은 밥을 먹이고, 외출 준비를 한 뒤 서둘러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진료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었지만 길이 막힐 수도 있었다.
“아빠, 오늘은 눈만 봐요?”
“응 그럼, 아무 것도 안 하고 행복이 눈이 건강하지만 확인하는 거야”
행복이는 눈에 약을 넣거나 수술을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는지 몇 번이나 확인을 한다.
행복이는 차 안에서 동물 노래 책과 세이펜을 들고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내 딸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행복이 목소리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았다. 낭랑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나중에 동요 부르면 잘 하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오후 1시 쯤 병원에 도착했다. 처음부터 지하 6층으로 내려가니 주차할 장소가 많이 보였다. 경쟁이 심한 윗층 보다는 경쟁이 없는 지하 6층이 주차 자리를 찾느라 뺑뺑 돌 필요도 없다. 아파트에 늦은 시간에 주차할 때도 맨 밑층으로 바로 내려가는 이유다.
1층 소아청소년과로 가서 접수증을 뽑은 뒤 시력 검사를 했다. 양쪽 눈 시력이 모두 0.8로 나왔다. 시력 검사 후 교수님 방으로 들어갔다. 젊은 의사가 먼저 간단히 눈을 본 뒤, 교수님이 들어와서 행복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저번보다 더 좋아졌어요, 눈 상태가 이제 정상이에요, 이제 왼쪽 눈만 하루 2시간 가림 치료를 하고 6개월 뒤로 예약 날짜를 잡을게요, 혹시나 눈이 가운데로 몰리는 현상이 갑자기 심해지면 미리 전화를 해서 내원을 하세요”
다행히 눈 상태는 더 좋아졌다고 하셨다. 행복이 손을 잡고 교수님 방문을 나섰다.
“행복아, 행복이 눈이 건강하데, 앞으로도 가림 치료 잘 하자”
“응”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행복이 눈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내도 정말 다행이라고 하였다.
저번 진료 때 검사를 안 한 게 있어서 환불을 하러 접수창고에 가서 기다리는 도중 주변을 둘러봤다. 머리를 모두 밀고 머리 뒤편에 실로 꿰맨 자국이 있는 어린이가 보였다. 어린이는 아빠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술을 잘 마치고 경과가 좋은 내 아이도 있지만 아직 검사와 수술을 앞두고 있는 다른 아이들, 병원에 올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모든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이를 태우고 집으로 오는 길, 행복이는 노래 책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신호등에 멈춰 서 있는 동안 잠시 행복이를 바라보았다. 천사가 따로 없다. 행복아 앞으로도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