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51일차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작게는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까 달달한 바닐라 라떼를 먹을까 부터 크게는 집을 사야 되나 말아야 하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 모든 게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하필 선택한 음료가 상해서 배가 아플 수도 있고, 집이 떨어질까 두려워 사지 않았는데 집값이 하늘 모르고 치솟을 수도 있다. 또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대박이 나서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도 있고, 쪽박을 찰 수도 있다.
그럼 각각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것은 모두 각각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마치 세상에 몸이 아픈 사람이 많지만 어떤 약은 그 사람에게 효능이 있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는 것과 같다.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지 몰라도 내가 그 상황이라면 최악의 선택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사람은 자기 의지대로 선택을 하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남이 하라는 대로, 리딩하는 대로 하다가 실패하면 그 사람을 탓하게 된다. 나라가 국민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울타리는 될 수 있을지라도 모든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수는 없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
나는 12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물론 계속 회사를 다녔으면 1년 동안의 연봉과 성과금, 각종 수당, 승진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함으로써 그것을 버렸다.
2020년과 2021년을 강타했던 코로나 시기, 육아휴직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아플 때나 어린이 집이 휴원을 할 때 큰 걱정 없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다. 많이 놀러간 것은 아니지만 평일에 놀러갈 때도 누구 눈치 보지 않고 휴가일수 걱정 없이 놀러갔다.
육아휴직 기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출간 계약을 맺고 지금은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책 한권 내고 끝내는 사람이 아닌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라고 하니 작가가 되었다.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으면 작가가 될 것이라는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꿈은 꿀 수 있었겠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핑계를 대면서 그냥 그렇게 흘러갔을 것이다.
물론 매일 쓰는 게 뭐 대수냐 책도 나오지 않고 무슨 작가냐 라고 할 수 도 있지만 내 스스로는 나에게 대견하다고 쓰다듬고 싶다.
이제 육아휴직 기간이 3개월 정도 남았다. 8개월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괴로운 일도 있었고, 기쁘고 즐거운 일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이 다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나에게는 3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가족들과도 더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고, 책도 한 권 더 낼 것이다. 하고 싶은 재태크 공부도 시간이 날 때 충분히 해야 된다.
2021년 10월 12일 하원시간, 아이들을 데리러 어린이 집에 갔다. 벨을 누르고 현관 문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사랑이가 무언가 만든 것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행복이는 아빠 얼굴이 반가운지 몇 번씩 쳐다보면서 신발을 신었다.
“아빠, 이거 봐, 누구 언니가 달팽이 줬어”
“아 진짜? 그럼 달팽이 집 하나 만들어줘야겠다”
사랑이가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달팽이를 넣어두었었다. 너무 작아서 근처 분리수거장에서 과일을 담았던 넓은 플라스틱 통을 집어 씻은 뒤 달팽이를 넣어두었다.
“달팽이 집 만들어야지”
아이들은 나뭇잎을 하나하나 모아서 통 바닥에 깔아주었다.
“이제 텃밭에 가서 물 줘야겠다.”
아파트에 있는 텃밭에 가서 수도꼭지를 틀고 통에 물을 조금 넣어 주었다.
달팽이 하나로도 행복한 아이들, 소중한 하루가 이렇게 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