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52일차
가족, 엄마 이 단어들은 이름만 들어도 찡할 때가 있다. 젊은 나이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렇다.
부모가 되어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들은 나를 어떻게 키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당시에 어린이집도 없어서 무조건 집에서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데 말이다. 그래서 형과 나를 낳은 뒤 일을 그만두셨던 것일까?
우리들의 엄마, 어머니들도 모두 리즈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칠순을 앞두고 있는 우리 어머니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2021년 10월 13일, 퇴근을 한 아내가 아침에 음악을 한 곡 들었는데 눈물이 났다며 들어보라고 했다. 가수 김진호의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라는 제목의 곡이었다.
가사를 잘 들어보라고 했다. 가사는 아래와 같다.
여행을 가는 게 옷 한 벌 사는 게 어색해진 사람
바삐 지내는 게 걱정을 하는 게 당연해진 사람
한 번이라도 마음 편히 떠나보는 게 어려운 일이 돼버린 사람
동네 담벼락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아직도 걸음 멈추는 사람
엄마의 사진엔 꽃밭이 있어 꽃밭 한가운데 엄마가 있어
그녀의 주변엔 꽃밭이 있어 아름답게 자란 꽃밭이 있어
나를 찾던 벌과 사랑을 했지 그 추억 그리워 꽃밭에 있지
나는 다시 피어날 수 없지만 나를 찾던 벌도 사라졌지만
나의 사랑 너의 얼굴에 남아 너를 안을 때 난 꽃밭에 있어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들으니 괜스레 눈이 붉어졌다. 꽃이 나이가 들었어도 꽃이 아님은 아니지만, 젊은 나이에 비해서는 시들어가는 꽃이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SG워너비의 김진호가 실제로 어머니와 같이 노래를 불렀었다. 김진호는 어머니와 노래를 같이 부르며 엄마와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게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다고 얘기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꽃 같은 젊은 시절, 어머니들은 우리들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그 시절을 보내셨을 것이다. 젊은 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소중한 그 시간은 어느 새 사라졌고 어머니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거나 몸이 아프신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그래서 마음 놓고 어디를 놀러가지도 못하시고 마음이 편치 않다는 가사가 들어 있던 것일까
부모님들이 살아계실 때 효도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옆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막상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거나 아프시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 것인가.
며칠 뒤는 어머니 칠순이다. 코로나 때문에 온 가족이 모이는 게 불가능 해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을 했었다. 아내가 아이디어를 주어 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했었다. 원래는 가까운 해외로 보내드리려고 했지만 해외는 불안하다며 거절하셔, 국내 제주도로 여행을 보내드렸다.
길게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아직 현직에 계신 관계로 2박 3일만 보내드렸다. 여행 중 어머니가 보내주신 사진을 보았다. 오랜 만에 두 분이서 경치 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고 즐겁게 보내시는 모습에 마음이 좀 놓였다.
어제는 부모님이 여행을 마치고 올라오는 날이었다. 어머니가 공항에서 티켓팅을 하려고 하는데 예매된 비행기 티켓 날짜가 어제가 아닌 그 다음 날로 예약이 되어 있어 웃돈을 주고 티켓팅을 했다고 하셨다. 여행사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니 항공 구매 담당자가 예매 실수를 하였고 죄송하다며 차액만큼 바로 환불을 해주었다. 전화로 뭐라고 하려다가 담당자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 화를 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려는 데 그런 일을 겪으니 얼마나 놀라셨을까? 해외였으면 큰일 날 뻔했다.
노래를 듣고 아이들을 더 따뜻하게 대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빠, 왜 TV왜 안 보여줘”
“응, 사랑이가 밥을 너무 늦게 먹어서 밤이 늦었어, 오늘은 안 돼”
“아빠 미워, 못됐어”
사랑이는 내 마음과 달리 아빠를 못 됐다고 하였다.
잠자기 전 아이들에게 침대에서 책을 읽어주었다. 자신을 돌봐주던 아빠 거북이 나이가 들어 다치고 귀가 들리지 않자 아기 거북이 아빠 거북이를 돌봐주는 이야기였다.
“사랑아, 아빠한테도 사랑한다고 해봐”
“사랑.. 해요”
행복이는 바로 사랑한다고 말해줬지만 사랑이는 몇 번 재촉해서 겨우 말을 받아냈다.
‘요놈아, 엄마한테처럼 아빠도 사랑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