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커나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겪는다. 그 실수를 발판 삼아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부모가 뒤를 잡아주지만 어느 순간 놓아주지 않으면 혼자 탈 수 없다.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되는 것이다.
2021년 10월 15일, 아파트에서 어린이집의 ‘자연 미술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작품을 어린이집 주변에 꾸며 놓고, 부모와 함께 만들기를 하는 행사였다. 원래는 재작년처럼 먹거리를 준비해서 같이 나눠 먹으려고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취식은 생략되었다.
“사랑아, 아빠가 가도 돼?”
“싫어, 엄마가 와”
“엄마 약간 늦을 수도 있어”
“늦는 것 싫어”
그저께 밤, 사랑이는 아빠 대신에 엄마가 오라며 울고불고 난리였다. 엄마가 회사에서 약간 늦을 수도 있다고 하니 늦게 오는 게 싫다며 또 울었다. 평소에는 아빠가 하원을 시켜주지만 미술제에는 엄마가 오기를 바랐던 것이다.
자연 미술제가 열리는 시간,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미술제에 참여한다고 하고 부모 중 1명만 가능하다고 해서 집에 있었다.
‘뚜르르르르’
“여보세요?”
“어, 나 어린이집 앞인데 오늘 행사 때 애 하나 당 부모 한 명씩 올 수 있는 거래, 그래서 두 명 와도 된다고”
“아 그래? 그럼 갈게”
옷을 주섬주섬 입고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다. 행사장은 어린이 집 주변과 우리 집 앞 동에 있는 테니스장이었다. 행사는 인원이 많아 3시 4시 타임으로 나누어서 하기로 했고 우리 가족은 4시 타임으로 선택을 했다. 테니스장에는 이미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테이블 위에서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아직 우리 아이들 차례가 되지 않아 아이들은 어린이 집 뒤편에서 아내와 놀고 있었다. 어린이 집 주변 나무에 걸려 있는 아이들 작품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각자 그리고 만든 작품들이 걸려 있는 모습들을 보니 대견하고 웃음이 지어졌다.
“사랑아 이제 만들기 하러 가자”
이제 우리 가족 만들기 차례였다. 테니스장으로 가서 선생님 한 분에게 만들기 재료를 받아들고 남은 테이블에 가서 만들기를 시작했다. 나무 조각, 목공풀, 매직을 이용해서 만들기를 했다. 사랑이는 아내와 하고 행복이는 나와 만들기를 하기로 했다.
달팽이, 고슴도치, 목걸이 3개를 만들어야 해서 행복이 것을 내가 좀 만들어 주려고 했다.
“아빠, 내가 할 거야, 하지 마”
“어 그래, 행복이가 너무 할 게 많아서 아빠가 조금만 도와주려고”
행복이가 스스로 한다며 하지 말라고 말했다. 작은 손으로 고슴도치 같이 작은 막대기들을 만지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빠가 만들어주면 금방 만들 수 있지만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리는 것이 된다. 어른이 하는 것처럼 완벽하지는 못하더라고 하나씩 해보는 게 아이에게는 기쁨이자 행복이다.
만들기를 다 하고 난 뒤 안면 있는 다른 학부모들과 인사를 하고 아이들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선생님들은 이제 마무리 단계라 펼쳐 놓은 작품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어린이 집이 집 앞에 있어서 다행, 육아휴직 중이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사랑이는 잠들기 전에 웃기는 말을 했다.
“엄마가 너무 일찍 와서 어린이 집에서 연극을 못 봤어”
“사랑아, 사랑이가 엄마보고 일찍 오라고 했자나”
“그래도 너무 일찍 왔어”
“...”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