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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이터 대장>

육아휴직255일차

by 허공

어렸을 적 생각해 보면 날씨가 덥건, 춥건 놀이터에 나가 친구들과 노는 게 재미있었다. 날씨가 더우면 옷을 얇게 입고 놀면 되는 것이고, 추우면 옷을 껴입고 놀면 되는 것이었다. 날씨가 뭔 상관? 그냥 재미있게 놀면 되는 것인데 걱정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2021년 10월 16일 토요일, 갑자기 날씨가 확 추워졌다. 일요일에 한파가 몰아친다고 했는데 토요일 아침부터 추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배고프다 뭐 먹지?”

“빵 먹을까?”

“빵?”

“사랑이가 거기 새로 생긴 빵집 빵 잘 먹더라고”

“맞다, 거기 가서 사오지 모”

“아침에 열었을까”

“빵집인데 열었겠지”


아침에 일어나 전날 설거지한 그릇을 정리하면서 무엇을 먹을지 아내와 이야기 하다 새로 생긴 빵집을 가기로 했다. 대충 옷을 껴입고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다. 문을 나서는 순간 골바람이 몰아치며 추위가 느껴졌다. 서둘러 근처 빵집으로 뛰어갔다. 빵집에 가까이 갈수록 빵 굽는 냄새가 코에 스며들며 빵집이 열렸음을 알리고 있었다.


빵집에 들어가니 아이와 아내가 사오라고 한 바게트 빵은 아직 나오지 않았었다. 대신 소세지 빵, 소보로빵, 감자빵을 사서 집으로 갔다. 빵을 한 입 깨무니 확실히 일반 프렌차이즈 빵과는 차이가 있었다. 건강한 빵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빵은 이 빵집에서 많이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밥을 먹고 집에서 뒹굴 거리니 아이들은 좀이 쑤셨나 보다. 밖에 나가서 놀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두꺼운 옷을 입히고 놀이터로 나갔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탔는데 타자마자 손이 시리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빠, 추워”

“손 시려”

“아이고 추워? 다음에 나올 때는 장갑 끼고 나와야겠다.”

아이들과 놀이터에 갔더니 추워서 인지 아이들이 거의 나와 있지 않았다. 아이들은 놀이터에 아무도 없자 그네를 차지했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놀기 시작했다.


“아빠, 밀어줘”

“그래, 얘들아 반동을 줘야지”

이제 스스로 반동을 줘서 타도 되려만 아빠에게 계속 밀어달라고 하였다. 한참을 타다가 아이들은 손이 시리다며 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약속대로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무니 꿀맛이었다.


점심을 먹고 집에서 한참을 있다가 아이들은 또 산책을 가자며 졸라대기 시작했다.

“또?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야”

“싫어, 조금만 놀 거야”

“알았어 그럼 장갑 끼고 나가”

“응”

아이들은 오전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내복도 입고 장갑도 끼고 산책을 나섰다.

역시나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은 장갑을 끼자 손이 시리지 않는지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그네를 탔다.

“아빠, 나 텃밭에 있는 운동기구 탈래”

“그래”

근처에 있는 텃밭으로 가서 운동기구를 타다가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아빠, 나 쉬 했어”

“뭐? 어서 집에 가자, 행복아 그러니까 밖에 나올 때는 미리 쉬를 하고 나와야해 알았지?”

행복이가 밖에 나온 지 20분이 되지 않았는데 그만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짧은 2번째 산책은 이렇게 끝이 났다. 행복이의 오줌이 아니었다면 한참을 더 놀았을 것이다. 행복이에게 고맙다고 해야 했을까? 진짜 추위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더 추워지더라도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자고 할 것이다. 그게 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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