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내다보는 준비>

육아휴직 260일차

by 허공


우리는 살면서 먼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계획을 해봤자 길게는 수능시험이나 입사시험, 짧게는 하루 계획, 일주일 계획 정도를 세운다. 그런데 지금 세계를 이끄는 기업들은 길게는 20~30년 정도를 계획하여 준비한다. 단기적으로만 보는 사람과 장기적으로 보는 사람, 어떤 차이가 있을까? 눈앞에만 집중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길게 멀리 보는 사람이 결국 더 높이,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2021년 10월 22일, 어제 조선일보 <최원석의 디코드>라는 코너의 ‘애플 실리콘 전략을 알아도 따라 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기사를 보았다. 디코드(decode)란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본다는 의미다. 기사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진짜 뛰어난 전략은 남들이 내가 하는 일과 앞으로 하려는 일을 다 알게 됐는데도, 따라오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구성해 놓은 무대, 내가 오랫동안 준비해서 가장 잘 아는 무대로, 경쟁자들이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올 수밖에 없도록 하는 전략이겠죠


이런 전략을 남들이 따라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그 전략을 모두가 알게 되기 ‘훨씬 이전의 단계’에서 아주 장기적인 사고와 계획’을 했기 때문입니다.


영국 자동차 회사 몰락의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하지만, 6~7년 전 런던에서 만났던 한 영국 자동차 업계의 베테랑 엔지니어 얘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20~30년 전 영국 자동차 회사에는 오직 1년 짜리 계획만 있었다. 당장 올해만 생각했기 때문에 미래를 계획할 수 없었고, 결국 20~30년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회사에 맞설 수가 없게 됐다. 내가 보는 이유는 이 한 가지다. 1년 짜리 계획, 영국 자동차 회사에는 그 이상이 없었다.”


어떻습니까? ‘애플 실리콘’전략을 바라보면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전략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그동안 해온 일들, 오래 전부터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무너뜨리지 않고 그대로 실행해 온 장기적 관점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물어봐야겠죠. 얼마나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지, 5년 전, 10년 전에 우리에게 장기적 계획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것을 중간에 뒤엎는 일을 반복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시켜 왔는지에 대해서요. 상대 전략의 내용을 논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그런 장기적 관점의 사고를 할 수 있는 리더가 있는지, 혹은 그런 조직 환경이 마련돼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10년은 고사하고 1년 짜리 계획도 없는 것은 아닌지, 지난달 세운 계획을 이번 달에, 어제 세운 계획을 오늘, 아침에 세운 계획을 저녁에 뒤엎고 있지 않은지, 중간급이나 고위 리더가 바뀌면 ‘다시 처음부터’는 아닌지, 몇 년 전 다른 팀에서 하다가 안됐던 일을 그대로 가져와 하면서, 이전 팀에서 어떤 시행착오·문제가 있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면서 다들 바쁘게 일하고 있으니 됐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기사의 전문은 훨씬 더 길었지만 중요 부분은 위 내용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예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영국 자동차 회사의 몰락, 그 이유는 1년 짜리 단기적인 계획 밖에는 없었다는 것, 반대로 지금 세계 자동차 회사 시총 1위인 테슬라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수십 년 뒤의 비전을 가지고 전기차로의 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거 같은 정책으로 부동산이 폭등하여 대통령까지 사과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충분히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정책으로 ‘실패’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적인 기업을 보며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다면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나는 과연 장기적인 계획이 있는가? 그저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이 다일까? 목표가, 비전이 없다면 한 가정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1년 계획은 기본이고, 10년, 20년, 30년 뒤의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내 목표, 우리 가족의 미래부터 제대로 해야지.


“아 너무 맛있어서 쓰러질 것 같아”

어제 저녁 사랑이는 연어를 먹고 너무 맛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나서

“이 못생긴”

영상을 실컷 보고도 더 보여주지 않는다며 아빠에게 못생긴 이라는 단어를 썼다. 일단 내 딸의 현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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