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59일차
형제는 같은 피를 타고 났으니 성격도 비슷할까? 물론 비슷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나도 형만 봐도 다르다. 우리 집의 두 공주들도 다르다. 언니는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으로는 여린 면이 있고, 동생은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속으로는 강한 외유내강인 듯하다. 각각의 성격이 좋고 나쁨은 없다. 각자의 개성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개성을 잘 살려주는 조력자이다.
2021년 10월 20일 아이들 미술학원을 가는 날이었다. 전날 맞았던 백신의 효과가 아침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37.2~37.6도 사이 미열이 있었다. 집에서 누워 뒹굴 거리고 싶었지만 토끼 같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을 하원 시키자 아이들은 마치 새장에 갇혀 있던 새들이 나오듯 순식간에 뛰쳐나왔다. 미리 가져온 퀵보드를 타고 미술학원으로 출발 했다.
“사랑이 아버님, 괜찮으세요?”
“네? 아 백신이요? 열 조금 나는데 괜찮아요 37도에요”
“아, 저는 어제 38도까지 올랐어요”
“아 진짜요?”
“행복이만 아니면 저희가 사랑이 미술학원에 데리고 가도 될 텐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미열인데요 뭘”
같이 미술학원을 가는 엄마 중 한 명은 그저께 백신을 맞고 열이 났지만 어제는 조금 괜찮아진 모양이었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 중 크게 아픈 사람은 없었다.
“행복아 뭐해, 얼른 와”
행복이는 내 바로 뒤에 붙어서 오는지 알았다. 뒤돌아보니 멍하니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같이 앞으로 쭉쭉 나가지 않고 아빠 옆에서 천천히 가는 편이다. 그래도 언니들 사이에서 친구들 없이 미술학원을 잘 다닌다.
미술학원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 어느 새 사랑이는 친구와 올라가고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는 행복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미술학원에 들어가서도 행복이는 주위를 경계하며 내 손을 꼬옥 잡고 있었다.
“행복아, 재미있게 미술 수업하고 조금 있다가 봐 알았지?”
겁이 많은 행복이, 어렸을 적 내 모습이었을까?
“아빠, 나 영상 볼래”
“응, 오늘은 늦었어, 다음에 보자”
“싫어, 영상 볼래!”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1시간 넘게 먹은 사랑이, 씻고 나니 밤 8시 30분이 되었다. 이제 책 읽고 자야 될 시간인데 영상을 보겠다고 하시기 시작했다. 달래도 소용없다. 무조건 봐야 되는 사랑이, 하지만 영상 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보는 시간을 늘이기로 했다.
“아빠 미워,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사랑이는 아빠가 영상을 보여주지 않자 엄마에게 보여 달라고 했지만 엄마도 같은 대답이었다.
결국 영상을 못 보게 된 사랑이는 동생과 함께 안방에서 그림그리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자고 몇 번 얘기했지만 듣지 않아 포기하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으아앙”
“왜 그래?”
행복이가 눈을 감싸며 울고 있었다. 순간 사랑이가 눈을 찔렀다는 것을 직감했다.
“사랑이 너 행복이 눈 찔렀어?”
사랑이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이 없었다.
“너 눈 찌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지 알아? 아빠가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랬지? 머리 한 대 때리는 거와 차원이 다르다고, 어서 행복이한테 사과해”
사랑이는 행복이에게 미안하다고 했고, 행복이는 언니가 사과하자 언니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행복이가 착해보였다. 나 같았으면 언니가 사과해도 한참 동안 받아주지 않았을 텐데 바로 받아들이고 뽀뽀를 해주다니.
어렸을 적 형과 지독히 싸웠다. 아이들이 싸우는 게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위험한 행동은 하지 못하게 따끔하게 말해주어야 한다.
요놈들아, 그래도 1명밖에 없는 형제 자나. 사이좋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