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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Dec 12. 2023

2023년 1월 일기모음 3

2023년 1월 20일 금요일


연휴 전이라 많이 바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가하다고 오전내내 생각했었고, 오후에는 비교적 바빠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일했다. 점심시간에는 헬로파이에서 치킨파이와 데니쉬샌드위치를 배달시켜먹었다. 샌드위치는 점심때 반을 먹고 남은 반은 저녁에 운동 전에 탈의실에서 먹었다. 일과 운동을 끝내고, 드디어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됐다.


연휴는 지금부터 24일까지다. 월급날이 25일인데 5일이나 앞당겨서 받았다. 국장님이 말씀하시기를, 연휴 때 돈 쓸 일도 많을텐데 미리 받아가야 기분 좋지 않겠느냐는게 그 이유다. 해가 바뀌어서 금액도 조금 올랐다. 이번 명절선물은 뭔가 상당히 비싸보이는 꿀세트다. 매년 식품 위주의 다양한 명절선물을 받는데 매번 제때 소진을 못 하고 여전히 어딘가 처박아두거나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린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은 지양하도록 하자.


꿀은 유통기한이 길어서 급하게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제 아침마다 빈속에 믹스커피는 그만 마시고 꿀물을 마셔야겠다. 직장을 빠져나와서 곧장 카페에 갔고 아메리카노를 한잔 사마시고 조금 앉아있다가 헬스장에 갔다. 한동안 돈 아낀답시고 카페에 잘 안 갔었는데 한번 가기 시작하니 계속 가게된다. 하지만 이것도 오늘까지다.


오래전에 잠깐 그림을 배울때,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다가도 틈틈이 일어나서 멀리 떨어져서 그림을 보라고 배웠었다. 가까이에서는 차마 보이지 않던 실수들이 멀리서 보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늘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하다가 저멀리 거울에 비친 내 알몸을 보고는 순간 저 말이 떠올랐다. 가까이서 볼 때는 차마 실감하지 못했다. 내 몸은 늙고 살찌고 추했다. 어깨, 팔, 엉덩이 어느정도의 근육이 붙어서 정말 아주 약간의 운동한 티가 났지만, 별볼일없다. 가슴은 처지고, 뱃살은 불룩하고, 엉덩이는 크지만 셀룰라이트가 있다.


늙는건 어쩔 수 없더라도 역시 살은 꼭 빼야겠다. 나에게 있어 다이어트는 이제 자기만족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현실을 직시하고나니 기분이 몹시 안 좋아졌다. 굉장히 침울한 상태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집으로 돌아왔다. 샌드위치 반쪽은 이미 소화가 된 지 오래라 굉장히 허기가 졌지만 거울 속 내 몸을 떠올리자니 차마 뭘 먹을수가 없다. 나흘간의 연휴동안 꼭 해야할 일이 있다. 적적함을 달래기위해 모임에라도 나갈까 생각했는데, 지금 내게는 사람을 만날 에너지가 없다. 그냥 집에서 할일 하면서 쉬어야겠다.


2023년 1월 21일 토요일


연휴첫날이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고 멍하니 누워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다. 수창청춘맨숀 무인카페가 생각났고 곧장 실행에 옮겼다. 카페에 앉아있는동안 송길영의 '그냥하지말라' 라는 책을 이북으로 읽고 독후감을 썼다. 독후감이래봤자 거의 책내용을 요약하는 수준이지만, 어쨌든 애써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기억하는데 꽤 도움이 됐다고 본다.


확실히 독서모임을 하니까 의무적으로나마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루종일 앉아있다가 올 생각이었지만 여차저차 일찍 귀가했다. 하지만 막상 집에 가려고 3호선을 타고 자리에 앉아있으니 후회가 됐다. 어차피 집말고는 갈 데도 없는데 그냥 계속 거기에 앉아있을걸 그랬다. 집에 와서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식사를 했고 내내 폰만 만지다가 씻고 누웠다.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 깨달음의 이야기' 를 읽었다. 불교에서 늘 하는 얘기가 짧은 글과 함께 만화로 그려졌다.


"인간은 욕망 때문에 번민한다. 번민을 해결하고 싶다는 것 역시 욕망이다."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 그래서 뭐 그냥 그렇다면 그런줄 알고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라, 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내가 제대로 이해한건가 모르겠다.


"인간은 왜 죽지 않으면 안되는걸까? 인간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일까?"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그걸 계속 반복하는 것 즉 윤회하는 것이 결국 자연의 이치니까 뭐. 그리고 죽음은 그냥 결과일뿐이지 목적이 아니잖아. 저런 질문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며칠 우울한 감정을 자주 느꼈고 그 끝에는 항상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집중력을 잃으면 금방 우울한 감정에 휩싸이기 때문에 계속 뭔가를 해야만한다. 그래서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하다못해 잠이라도 자야한다. 음악공연이라도 보러가면 활력이 생기려나. 때마침 계명아트센터에서 히사이시조 영화음악 콘서트가 조만간 오픈할 예정이다. 하지만 결국 안 갈 것 같다.


2023년 1월 22일 일요일


최근들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 좋게 일어났던 적이 없다.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매번 슬픈 감정의 꿈을 꾸다가 깨는 것 같다. 요즘 할일이 없어서 밤에 일찍 자는 덕분에 아침마다 일찍 눈을 뜨는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매번 깬다. 어쩌면 해가 일찍 들기 시작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잠에서 깼지만 바로 일어나지 않고 한참을 그대로 누워서 온갖 잡생각에 빠졌다.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사지육신 멀쩡한 젊은 사람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 알 것도 같은 심정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종일 잠만 자면 괴로울 일도 밥 먹을 일도 없으니 자는 것만큼 가성비 좋게 휴일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어디든 나가고 싶어졌다. 마땅히 갈 곳도 만나자는 사람도 없다. 혼자서 갈 수 있는 가장 만만한 곳이 아무래도 카페인 것 같다. 만원짜리 한장을 들고 가면 몇시간을 앉아있을 수 있다.


무작정 3호선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명덕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해서 중앙로역에서 내렸다. 지하상가를 걸으며 알라딘과 핫트랙스 입구가 막혀있는걸 보고는 오늘 설날이랍시고 영업을 안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 외에는 문 여는 매장이 많았다. 지상으로 올라오기 전에 잠깐 아트박스에 들렀다. 매장에서는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왔고 10대 혹은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어린 손님들이 많았으며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대충 둘러봤는데 뭐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은 그다지 안 들었다.


어차피 살 생각도 없는데 봐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흥미가 사라져서 밖으로 나오려다가 문득 인형코너가 눈에 들어와서 그곳으로 향했다. 인형가방고리가 너무 귀여워보여서 순간적으로 물욕이 올라왔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단순히 귀엽다는 이유로 필요도 없는걸 굳이 가져서 뭐하나. 가방에 달고다니면서 눈에 들어올 때마다 기분은 좋아지겠지만 그 감정이 언제까지 갈까. 싫증나면 결국 쓰레기가 될 뿐이겠지.' 라는 생각에 금방 물욕이 사그라들었다.


아트박스를 나와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에이치앤엠 매장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영업중이었고, 특별히 바쁠 것도 없는데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들어갔다. 아트박스 때와 마찬가지로 별 감흥없이 옷들을 휙휙 둘러보다가 액세서리코너에 멈춰섰다. 알록달록하고 반짝거리는 물건들을 보니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에 반지들을 이것저것 손가락에 끼워봤다.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면서 사람들이 왜 액세서리를 착용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별로 사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서 모두 내려놓았다.


1층을 모두 둘러본 후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드디어 이건 꼭 사야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데님소재의 멜빵바지인데 탈의실에 가져가서 입어보니 사이즈가 넉넉하게 잘 맞다. 아무래도 여기가 외국브랜드다보니 빅사이즈가 많이 나와서 내 체형에 맞는 옷이 많다. 가격이 착한 편은 아니었지만 실용성이 좋아보여서 그냥 크게 고민하지 않고 사버렸다. 계획에 없던 소비이긴하나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크게 후회는 없다. 작년에 분명 1년동안 옷 안 사기를 실천하고자 다짐했는데 1월부터 벌써 그 약속을 깨버렸다. 사지않는 도전 9계명을 생각해보자. 한번 실패했다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번 한번뿐인걸로 하자. 계산을 마치고 매장을 빠져나왔다.


허기가 져서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북성로에 있는 다락방만두까지 걸어갔으나 설연휴 내내 휴무라는 안내문이 셔터에 붙어있었다. 사실 3호선 안에서 폰으로 영업여부를 검색해봤었는데, 인터넷에는 영업중이라고 뜨길래 문을 여는줄 알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빈속이라 식사를 먼저 하고 카페에 가려고 했으나 그냥 카페에 바로 가는 수밖에 없겠다. 예전에 모임에서 모임원들과 함께 가려다가 자리 문제로 못 갔던 카페가 생각이 났다. 마침 오늘 영업 중이라 방문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추가된 '카페 아라노' 와 기본 크로와상을 주문했다. 크로와상은 가격에 비해 사이즈가 작게 느껴져서 주문이 망설여졌지만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주문했다. 주문할 수 있는 디저트메뉴가 한가지밖에 없었다. 막상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역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구나 싶었고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커피도 굉장히 맛있었다. 카페에서는 보사노바풍의 경쾌하면서도 감기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내 귀에는 음량이 다소 높아서 시끄럽다는 느낌이 강했고, 같은 음악이 계속 반복되자 음악을 듣는 것이 지겨워졌다. 가방 안에서 책을 꺼내서 읽다가 집중력이 떨어질때쯤 일어섰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수창청춘맨숀의 무인카페가 차라리 낫다. 거긴 크리스마스가 지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캐롤송에 트리장식인가 싶지만 그래도 음악이 잔잔한 편이고 무엇보다도 테이블이 넓고 의자가 편하다.


집에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편의점에 들러서 저녁식사로 인스턴트라면을 먹었다. 내일은 억지로라도 등산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모레는 집청소, 특히 주방정리를 해야겠다. 까짓거 한번 해보자. 오늘 하루종일 가장 많이 가졌던 감정은 외로움이다. 지금은 좀 낫다. 잠이 와서 일찍 자야겠다.


연휴동안 읽은 책


송길영 _ 그냥 하지 말라

데이터로 한국사회를 조망하고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준다. 방향이 틀린줄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하지 말라. 더이상 인간이 필요없어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창성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해야한다. 그걸 찾는건 결국 본인 몫이란다.


마리유키코 _ 이사

집과 관련된 현실공포이야기. 읽을때는 재밌었고 다 읽고나서는 크게 남는게 없다. 하지만 재밌었으니까 됐다.


김혜진 _ 9번의 일

읽을때는 몰랐는데 다 읽고보니까 딸에 대하여 쓰신 분이었네. 역시 날카롭다. 회사를 다니는 것이 내 존재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생존하려고 애쓰다보면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 직장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미쉘 _ 1일 1개 버리기

불필요한 물건을 차마 못 버려서 도움 얻으려고 미니멀리즘 책 한권 더 읽어보려고한다. 타이머 맞춰놓고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자야겠다.


2023년 1월 24일 화요일


오늘은 연휴 마지막날이다. 오전에는 네이버 무료영화를 봤다. 영화 제목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 이고 영국을 배경으로 한 좀비영화다. 어느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영국 전역에 퍼지면서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버린다.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간신히 바이러스를 피해가지만 집밖으로 나갔다가 그 좀비들에게 물리면 똑같이 좀비가 된다.


주인공 숀은 여자친구 리즈에게 실연당하고 슬픔을 달래기위해 잔뜩 술을 마시고 취한다. 다음날 깨어났을때 세상이 엉망이 되어있음을 깨닫고, 친구 애드와 함께, 헤어진 연인 리즈와 엄마를 좀비화된 세상에서 구하러 나선다. 숀은 자기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한다지만 세우는 계획마다 터무니없고, 애드는 매순간 멍청한 실수를 일삼는다. 두 친구의 엉뚱한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들을 보다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웃겨서 큭큭대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됐느냐면은, 좀비 종식이 불가능하여 세상은 결국 좀비들과 공존하며 살아간다. 좀비들은 목줄을 한채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서 시청자들을 웃기는가 하면, 심지어 좀비와 결혼해서 우리는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며 자신의 사랑을 증명해내려는 사람도 등장한다. 애드도 결국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가 되어버리는데, 마당 창고에 애완견처럼 묶인채 종종 숀과 함께 전자오락을 하며 예전처럼 여전히 친구로 지낸다. 결말이 그렇게 막 웃기지는 않은데 그냥 황당해서 피식하는 수준. 참 그렇지, 제목부터가 새벽의 황당한 저주였지. (위드 좀비)


좀비영화는 한국영화 몇편 본게 고작이긴한데, 어쨌든 이번 영화는 그동안 봤던 좀비영화 중 가장 가볍고 부담없이 볼 수 있었던 영화다. 좀비들이 엄청 징그럽거나 위협적이지 않다. 그저 눈동자 색깔이 다르고 힘없이 비실거리는 존재들일뿐. 굳이 신파를 넣지 않아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애초에 장르부터가 코미디다. 물론 약간의 잔인한 장면이 나오긴했으나 좀비영화 특성상 피해갈 수 없는 요소였으리라.


오후에는 독서모임에 갔다. 독서모임을 가장한 수다모임이라더니 진짜 그랬다. 인원이 11명인데 개중 모임장과 나를 포함해서 단 4명만이 책을 읽거나 혹은 들고왔고, 책 이야기보다는 다른 잡다한 이야기들이 대화의 주를 이뤘다. 독서모임이라고하기에는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살짝 아쉬운 감은 있었다마는, 그래도 잡다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떠들썩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막 친하지는 않지만 안면이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서 내가 은근한 친밀감과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걸 오늘 새삼 느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던건 아니고, 그냥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일상을 꾸려나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들이 이야기를 꺼내면 귀기울여듣게 되는 나를 발견하면서, 내가 이 사람들에게 얕게나마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여기서 지금보다 더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지만, 지금처럼 얕고 느슨하게 각자 모임원들로서의 가늘고 긴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취해야할 스탠스에 대해 생각해봤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유익한 책을 읽는 것, 그렇게 읽은 책의 내용을 잘 정리해서 말로써 글로써 공유하는 것, 그리고 소모임어플에 후기글을 꼬박꼬박 작성하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이번달 전기세가 나왔다. 4만원 초반대로, 지난달에 3만원 후반대가 나왔던 것과 비교하니 요금이 조금 더 나왔다. 집주인이 이맘때쯤 전기세 고지서를 각 현관문앞에 붙여둔다. 슬쩍 다른 집들 고지서를 봤는데 평균 7-10만원 정도 나온다. 무려 2만원대가 나온 집도 있는데, 아무래도 세입자가 집을 오래 비워뒀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난방을 안 하고 아낀들, 온수빼서 쓰고 최소한 먹고살기위해 이것저것 전기를 쓰다보면 2만원대의 요금은 겨울철에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금액이다.


2023년 1월 25일 수요일


나흘간의 연휴가 끝나고 출근을 했다. 국장님이 직원들에게 커피를 사주셨다. 나는 아이스바닐라라떼를 골랐고 오전내내 마시면서 일했다. 굉장히 바빴고 오랜만에 바쁘게 일하니 활력이 느껴지면서 약간 즐겁기까지했다. 물론 이것도 기껏해야 오전 몇시간이지,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지치지만 말이다. 점심때 집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주방수도가 언 것을 확인했다.


밤에 수도를 틀어놓고 자서 아침까지는 분명 멀쩡했는데, 수도를 잠그고 출근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몇시간 사이에 그렇게 얼어버릴줄은 몰랐다. 심지어 욕실 세면대도 얼어버렸다. 세면대 수도는 몇번 건드리니 물이 다시 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샤워헤드가 터져버렸고, 냉수 쪽은 나오지만 온수 쪽은 나오지 않는다. 점심때 잠깐 밥 먹으러 온거라 손을 볼 여유는 없어서 대충 식사를 마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다.


퇴근후 곧장 귀가해서 저녁식사로 우동을 끓여먹고 냉동피자 한조각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방청소를 하고 주방수도 해빙작업에 나섰다. 싱크대 문을 열고 벽에 붙은 수도관에 헤어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쬤다. 깊은 속까지 꽝꽝 얼었는지 아무리 바람을 쬐도 물이 안 나왔다. 될 때까지 집요하게 했더니 대략 1시간 정도 지나서 물이 콸콸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안도하며 일단 세탁기를 돌려놓고 밀린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다 끝냈지만 세탁기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잠시 헬스장에 다녀왔다. 운동은 하지 않고 목욕탕 다녀오듯 씻고만 왔다. 온수가 안 나와서 아침에 씻을걸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일단 헬스장 샤워장에서 최대한 씻고 아침에는 간단히 세수와 양치만 하면 되겠다 싶었다. 집에 와서 빨래를 널고 잠들기 전까지 내내 휴대폰을 만졌다.


카카오 애드핏 매체 심사가 승인됐다. 티스토리에 접속할 때마다 계속 수익 안내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안내에 따라서,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광고 연동 신청을 했는데, 며칠내로 승인됐다는 통보가 도착했다. 티스토리는 승인이 어렵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쉽게 승인이 났다. 총 4가지 광고를 연동할 수 있는데 개중 하나만 연동하기로 했다. 사실 데이블의 경우 아직 연동 자격 (일주일 평균 방문자수 1,500명) 조차 주어지지 않아서 내가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지만 말이다.


수익을 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마는 너무 많은 광고를 달아서 글을 읽는 사람의 피로도를 가중시키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섰기에 카카오 애드핏 하나만 연동하기로 했다. 내가 최근에 티스토리를 시작한 이유는 내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고 수익창출은 덤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맞게 블로그를 꾸려나가야 할 것 같다. 일단 현재 생각은 이렇고 앞으로 또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봐야겠지. 생각은 매번 바뀌는거니까.


요즘 블로그를 '지속적' 으로 운영하면서 광고를 달지 않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적어도 내가 발견하거나 구독하는 블로그들은 대부분 그렇다. 아무래도 이왕 시간들여 정성들여 포스팅하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면 좋겠지. 그런 와중에 광고를 전혀 달지 않는 블로그가 있다. 블로그를 운영한지 장장 10년이 넘었고, 회사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거의 매일 꼬박꼬박 양질의 포스팅을 하고 있으며, 누적 포스트수가 자그마치 만오천개, 누적 방문자수가 천만을 넘는다. 포스팅하는 족족 '좋아요' 가 기본 100개는 달린다.


애드포스트를 연동하고 수익을 창출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쪽으로는 잘 모르는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관심이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블로그를 지속하게 만드는 동기가 돈과는 무관하다는 점, 돈을 좇지않는 성정 등에서 순수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돈 앞에서 순수해지기에는 돈에 대한 욕심이 보통사람 수준이라 아무래도 어렵겠고, 주어진 기회를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어서, 불순한 마음을 살짝 섞어서 이 블로그를 잘 한번 운영해보려고 한다.


내 블로그의 콘셉트는 '매일 일기쓰는 블로그' 로 정했고 간간이 책이나 영화 등을 보고 리뷰도 올릴거다. 어느정도 주제를 갖추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종류의 글은 아직 생각해본게 없다. 내가 매일 지치지 않고 쓸 수 있는 글은 아직까지는 일상 이야기 즉, 일기뿐인 것 같다. 일단 나부터가 남의 일상과 생각에 관심이 있고, 일기쓰는 블로그를 구독해서 종종 챙겨보곤 한다. 내가 이렇다보니 남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착각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일기는 분명 어느정도의 수요가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얼마나 재미있고 진솔하게 쓰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애드핏 수익이 내게 가져다줄 이점

꾸준히 글을 쓰고 블로그를 운영해나갈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

좋아하는 일 (글쓰기) 로 돈을 번다는게 이런걸까?


2023년 1월 26일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전히 세면대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욕실벽과 유리에 성에가 가득 꼈고, 유리가 얼어서 터져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다. 얼음물 같이 차가운 물에 간신히 세수를 하고 출근했다. 이건 저녁에 안 사실인데, 변기까지 얼어서 물이 안 내려간다. 진짜 날이 많이 춥긴한가보다. 손 쓸 기력이 없어서 그냥 자연해빙을 기대하며 방치하기로 했다. 일은 바빴고, 퇴근후 전기장판을 튼 따뜻한 침대 위에 붙어서 내내 뒹굴다가 잔다. 글 쓸 내용조차 없는 하루다.


카카오 애드핏 수익을 조회해보니 어제 하루 (25일) 기준 15원이 책정되었다. 진짜 수익이 나긴 나는구나 싶어서 기쁜 마음과, 금액이 너무 적어서 웃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금액이 크지 않으니 어쩌다 한번씩만 조회해봐야겠다. 대충 검색해보니 수익금이 5만원이 넘어야 출금이 가능하다는데, 지금같은 성과 가지고 과연 올해 안에 출금이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이야기한 그 승인이 어렵다는건 카카오 애드핏이 아닌 구글 애드센스인 것 같다. 일단 나는 카카오 애드핏만 연동했다.


몇주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문학동네 똑똑문자단' 홍보 포스트를 발견하고는 흥미가 가길래 신청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추천도서와 함께 짧은 편지글을 문자로 보내준다. 현재까지 총 두편 받았다. 추천도서는 커트 보니것의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이다.


2023년 1월 27일 금요일


밀리의 서재가 어제 기간이 만료돼서 오늘 재구독했다. KT장기이용자 무료쿠폰을 이용했다. 재구독 후 첫번째로 읽은 책은 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 이다. 메인에 추천도서로 뜨길래 한번 읽어볼까 싶어서 대충 줄거리를 훑어보니,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를 먹겠다는 둥 어쩌겠다는 둥 하는 다소 괴이한 내용이라 처음에는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안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한국 현대문학 스테디셀러에다가, 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달린 리뷰가 1,000개 가까이 되길래 소설을 읽는다면 이런 소설을 읽어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졌다.


마침 또 페이지수도 많지 않아서 가볍게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너무 흥미로워서 안 읽고 지나쳤으면 아쉬웠을 뻔했다. 몰입이 얼마나 잘 되는지 앉은자리에서 완독했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감정이 북받쳐서 약간 울기까지 했다. 특히 담이 구를 먹을 때, 어차피 세상은 구에게 관심이 없었고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었다고 독백하는 대목에서 울컥했다.


2023년 1월 28일 토요일


사는게 녹록지 않아서 눈물이 마를 일이 없다. 퇴근후 감정이 북받쳐서 약간 울었다. 전기장판을 켜서 따뜻하게 덥힌 이불속에 드러누워서 내내 오디오북을 듣다가, 배달의민족 어플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배달시켜먹었다. 나빠졌던 기분이 이내 괜찮아졌다.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와 나는 언제까지 일해야할까 이 두가지 상반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전자는 계속 일을 하고 싶은데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 후자는 일하지 않고 쉬고 싶은데 언제까지 이렇게 일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둘 다 다른 생각이지만 불러오는 감정은 비슷한 것 같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불안하다는 것.


이불속에서 어제 읽었던 구의 증명을 다시 읽었다. 그나저나 구의 증명은 한국소설인데 등장인물들 이름이 다 왜 그럴까. 구, 담, 더지, 노마, 그리고 누나이름이 진주였었나 전주였었나. 예전에 읽었던 이두온작가의 '타오르는 마음' 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이 책 등장인물들 이름도 하나같이 국적을 알 수 없게끔 설정되어있었다.


무엇을 기대하며 혹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설정한 장치일까. 잘 모르겠지만 느낌은 좋다. 아무튼 오랜만에 재밌는 소설을 읽어서 좋다. 책은 넘쳐나고 매일 새로운 책이 나오는데 개중 딱 이거다 싶은 책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제목과 표지 등에 끌려서 읽어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책들이 많다. 구의 증명은 성공적이었다. 재밌는 책을 또 찾고싶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문학만 읽는 사람이 있고 문학만 읽지 않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세련되게 적자면, 일단 내가 겪기로는 보통 여자들이 문학만 읽고 남자들은 문학만 안 읽는 경우가 많았다. 문학만 읽는 사람들은 문학만 읽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지만, 문학만 안 읽는 사람들은 문학만 읽는 사람들을 유독 비난한다. 물론 안 그러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튼 비난의 내용은 주로 쓸데없다, (소설의 경우) 지어낸 이야기를 왜 읽느냐, 만들어진 세상에 빠져서 현실을 도피한다, 등이 되겠다.


정작 그런 사람이 게임 등의 가상현실에 빠져지내는 경우를 봤다. 나는 게임이 취향에 안 맞아서 거의 하지 않지만, 그래도 옆에서 보기에 게임은 가성비 좋은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굳이 현실도피를 논하자면 소설보다는 게임이 더 과하지 않나 싶은데. 이 사람은 비문학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으나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와 내로남불하지 않는 태도 등은 못 배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느 쪽이냐면은, 한때는 소설만 읽던 편독가였고 지금은 잡다하게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 근데 나는 한쪽으로만 치우친 사람들도 나쁘지 않게 본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굳이 비난하지만 않는다면야.


2023년 1월 29일 일요일


오랜만에 모친과 함께 서문시장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가기가 싫었는데 막상 가니까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구경이 꽤 재밌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점심식사로 칼제비(5,000원)를 사먹고 후식으로 씨앗호떡(1,000원)을 사먹었다. 집에 가져갈 떡(13,000원)도 두팩 샀다. 꿀떡과 쑥떡. 각각 5,000원, 8,000원씩 했다. 예전에 떡 한팩에 삼사천원씩 하던 때를 떠올리다가, 금액이 만원을 껑충 넘길래 조금 당황했다. 모두 모친이 결제했다.


시장 구석구석을 구경한 후 그곳을 빠져나왔다. 필요한 물건이 파는 곳의 위치를 물을 때도 칼제비와 호떡을 사먹을 때도 시장사람들 대부분이 우리 모녀에게 친절했다. 시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그 인파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모친이 커피 한잔하고 싶다고 해서 어딜 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수창청춘맨숀 무인카페에 가면 좋겠다 싶어서 거기까지 걸어갔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따로 안내문구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북성로까지 걸어가서 어울리커피클럽에 갔다. 수창청춘맨숀 무인카페를 이용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 외에는 서로 아무 불만이 없었다. 서문시장에서 달성공원역까지 또 거기서 북성로까지 산책하는 것이 좋았고 때마침 날씨도 너무 좋았다.


커피를 마시고 나와서 다락방만두에 가서 만두 (찐만두, 꾼만두 각 4,500원씩) 를 사먹고 알라딘중고서점과 핫트랙스와 지하상가 곳곳을 둘러보고 지하철을 타고 동네로 돌아와서 모친과 나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반찬가게에 들러서 강낭콩조림과 우엉강정을 샀다.


얼어서 물이 안 내려가던 변기는 이제 정상화됐다. 오늘 낮동안 날이 따뜻해서 자연적으로 녹은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날도 좋았는데 주방수도는 도대체 왜 또 얼었을까. 저녁에 집에 와서 수도가 언 것을 발견했다. 오늘 하루종일 주방수도를 안 쓰긴 했는데, 밤새 얼었던걸까. 밤에 잘 때 수도가 얼 정도로 추운 것 같지가 않아서 따로 물줄기를 틀어놓지 않았다.


후회가 됐다. 나는 매번 왜 제대로 대비를 못 하는걸까. 수도가 얼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 내 행동이 아닌 주어진 환경을 탓하자면, 열악한 환경은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구나 싶다. 수도가 얼어서 물이 안 나오니 아까 밥할때 세면대 물을 받아서 써야만 했다. 내일까지 물이 안 나오면 손을 봐야할 것 같다. 양치를 하고 일반쓰레기, 종이, 캔을 모두 집 밖에 내다놨다. 눈이 오고 있었다.


모친왈 "맨날 회사-집만 오고가며 멀쩡한 사람들만 만나다가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이상한 사람들 만나서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새삼 느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동안 유독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을 많이 만났던 하루다.)


2023년 1월 30일 월요일


오늘 세무사한테 연말정산 자료를 보내는 과정에서 내 카카오계정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걸 발견했다. 2단계 인증을 설정했다. 내가 그동안 이것도 설정 안 해뒀었다니 한심하다. 구글, 네이버, 삼성계정 등을 모두 신경쓰는동안 정작 카카오계정에는 신경을 못 썼다. 간편인증서 비밀번호를 바꾼 적이 없는데 비밀번호가 안 맞다. 비밀번호 오입력 5회 이상으로 결국 인증서가 자동삭제되어버리는 바람에 인증서를 다시 발급받았다.


티스토리는 한번 로그인해두면 계속 로그인상태가 유지되는데, 원인불명으로 로그아웃처리가 된게 세번정도 된다. 얼마전에는 네이버 로그인이 안 돼서 애를 먹었다. 결국 로그인전용아이디를 해제했다가 다시 설정하고 비밀번호를 바꿔서 간신히 로그인했다. 해킹 및 금전피해 경험이 있는지라 갑자기 로그인이 안 되거나 뭔가 의심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굉장히 불안해진다. 내가 뭘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겠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주방수도가 저절로 녹아있다. 저녁식사를 하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샤워를 하고 다시 집에 왔다. 오늘의 운동부위는 등이고, 늘 그렇듯 깔짝거리다가 왔다. 세탁기는 주방에 붙어있어서 수도가 얼면 세탁기도 물이 안 나온다. 이제 물도 나오겠다, 어제 못 돌린 세탁기를 오늘 돌린다. 다 돌아가서 널고 잠들기 전까지 폰을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


늦은밤 단톡방에서 어쩌다가 동거얘기가 나왔다. 동거에 대한 모임원들의 생각은 긍정과 부정, 대략 반으로 나뉘는 것 같고, 의외로 30대 중반 이상의 미혼들이 동거에 대해서 보수적이라는걸 알게됐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다. 동거를 굳이 좋고 나쁨 혹은 찬반으로 나눈다면 나는 역시 나쁘게 생각하는 쪽, 반대하는 쪽인 것 같다.


내가 만약 동거를 한다면 내 직장 내 가족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동거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뻔히 아는데, 나는 좀 꺼려질 것 같아서 애초에 해볼 시도조차 안 하고 싶다. 살아보고 결혼하자가 아니라 이제는 곧 결혼할거니까 미리 살림 합치자 하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나는 대략 아래와 같은 의견들을 말했다. 단톡방에서 하지 않은 말도 약간 추가했다.


오래된 동거커플을 보면, 서로 서류로 엮지 않아도 저렇게 신뢰하며 함께 살 수 있다는게 좋아보인다. 한편으로는 결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서류에 도장찍고 신고만 하면 끝나는건데 저렇게 같이 살고 있으면서 결혼은 굳이 안 하는 이유는 뭘까.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 한다고들 하지만 이왕 같이 사는거 법적으로 부부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굳이 안 해야하는 이유는 뭘까. 그런 궁금증이 생긴다.


동거는 해도 결혼은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결혼은 왜 하면 안 되나. 결국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언젠가 이별하게될걸 고려해서 일종의 장치를 해두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무책임하다는 말이 나오는거 아닌가. 결혼해서 같이 살면 서로 안 맞아도 헤어지는 과정 (이혼) 이 빡세니까 억지로라도 맞추려고 애쓰고 적당히 체념하고 살아가겠지만, 동거는 헤어지면 그만이라 생각할테니 애초에 서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부터, 마스크 실내 착용 의무화가 해제됐다.


2023년 1월 31일


출퇴근하고, 마트가서 장보고, 혼자서 밥해먹고, 나흘연휴동안 독서며 카페며 등산이며 이것저것 즐기고, 책읽고, 독서모임가고, 블로그에 글 올리고, 서문시장가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1월 한달동안 그렇게 지냈다. 송길영의 '그냥 하지 말라' 를 읽고 요즘같은 세상에 뭘 필수적으로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했다. 티스토리를 시작하고, 단 하루도 빼지않고 매일 일기를 썼다.


광고수익이라는 가시적인 성과가 내게 글을 지속적으로 쓰게 하는 에너지를 준다. 들어가는 시간과 정성을 생각한다면 다른 일을 해서 버는게 훨씬더 합리적이겠지만. 액수를 떠나서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카카오애드핏을 연동해서 며칠 수익을 내보니 결국 욕심이 생겨서, 구글에드샌스도 연동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현재 신청해놓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 만약 승인 거절되면 내용 보완해서 될때까지 신청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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