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순이 Mar 16. 2024

모임 2

봄 글쓰기모임 숙제 3

한동안 또 조용하게 지내다가 심심한 마음에 결국 직접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다. 책과 일상에 관한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는게 목적이었다. 사람들이 알아서 들어왔지만 채팅방이 조용하니 금방 나가버렸다. 당근마켓에 모임 홍보글을 올렸더니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금방 몰렸다. 사람이 거의 서른명까지 모였다가 중간중간에 계속 나가고 들어오고를 반복하다가 현재는 스물다섯명이 됐다.


하루는 그 누구도 말 한 마디 없다가 또 하루는 여럿이 나와서 떠들었다. 단톡방이 망할 것 같으면서도 꾸준히 유지되는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처음에는 온라인 모임으로만 방을 운영할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면 모임 유지가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 오프라인 모임을 열 수도 있다는 여지를 줬다. 하지만 여지만 줬지 모임을 열 생각은 안 했다. 왜냐하면 내게는 모임을 진행할 사교성도 자신감도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나서서 제발 모임을 열어달라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 모임을 유지해야 하니까 일단 억지로 모임을 열어보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모임활동을 수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는게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러면서 굳이 왜 직접 모임을 만들어가면서까지 모임을 유지를 하고 싶은거냐면은, 사람을 직접 만나지는 않더라도 어쩌다 누구라도 붙잡고 아무 말이라도 하고 싶을 때를 대비해서 이 정도 장치는 만들어두고 싶은 것이다.


아무튼 단톡방에서 가장 수다스럽던 모임원 한명이 모임일정을 올리지마자 바로 참석버튼을 눌렀다. 분명 말 꺼낸 사람이 몇명 있었는데 생각보다 참석하려는 사람이 적었다. 참고로 내 남자친구도 이 모임에 있다. 남자친구도 참석버튼을 누르고 이 모임원과 셋이서 만나며 최초의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남자는 한의사였다. 시장에서 점빵을 한다기에 진짜로 그런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직업군이었다. 명함도 받았다. 시장 부근에 위치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중학생 딸이 있는 40대 이혼남이라는 정보는 만나기 전에 단톡방에서 이미 파악했다. 남자는 말이 많았다. 뒷풀이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남자친구나 나나 둘 다 그것을 눈치챘지만 더 같이 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서둘러 보내버렸다.


사람은 괜찮았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만날 때 한시간 혹은 길어봐야 두시간 정도가 최대치인 것 같다. 그 이상 함께 있으면 진이 빠진다. 어쨌든 이로써 오프라인 모임도 여는 어느 정도 활성화된 모임의 모습을 갖추는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오프라인 만남 이후 채팅방에서 점점 더 말이 많아졌다. 안면을 터서 좀 더 친근감을 느껴서일 수도 있고,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급발진하게 되면서 방에서 쫒겨났다. 갑자기 뜬금없이 성별논쟁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던지더니 어떤 사람과 둘이서 썰전을 벌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몇몇 사람들이 방을 나가기 시작했고, 그동안 말 없이 조용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남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 방의 운영방침이 마음에 들어서 조금 시끄러워도 참고 있었는데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네요. 특정 인물의 TMI 그만 듣고 싶습니다. 외로우면 돌싱방 가서 노세요. 방구석 백수신가요. 제발 이 방에서 나가세요. 결국 남자는 방에서 나갔다.


그렇게 갑자기 나와서 떠들던 사람들은 그 뒤로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내심 사람들이 괘씸해졌다. 나는 그 남자가 그렇게 싫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단톡방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들어오는 사람마다 다 인사해주고 사람들 말에 꼬박꼬박 다 답장해주고 또 자기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게 내 입장에서는 꽤 재밌었다. 하지만 이 남자가 계속 방에 있었다면 다른 사람들이 줄줄이 방에서 나갔을 지도 모르겠다.


이 남자가 나가고 나니 방이 휑한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 되다가 갑자기 새로 들어온 사람이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공지를 올려줄테니 자유롭게 열어도된다고 하니 그 사람은 알아서 척척 모임을 열었고, 나도 그 모임에 꼽사리 끼듯 참여했다. 이 모임을 시작으로 다시 또 방이 조금씩 활성화되는게 느껴졌다. 사람들도 다시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개월동안 서너번의 오프라인 모임을 열 수 있었고, 현재까지 미적지근하게나마 방이 유지되고 있다.


반년전에 활동하다가 그만둔 글쓰기 모임에서 생각지도 못한 연락이 왔다.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수락했다. 이 모임 활동은 현재진행중이다. 모임 덕분에 안 쓸 글도 굳이 쓰게 된다. 글쓰기모임에 제출하려고 집에 관한 수필을 썼다가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브런치 연재글로 올렸다.


첫번째 제출글은 주제가 정해져 있어서 거기에 맞춰서 부랴부랴 썼다. 두번째 제출글은 과거에 써놓은 글을 수정해서 냈다. 세번째 제출글은 미완성 상태로 일단 제출했다가 완성을 못 하겠어서 포기했다. 뭐라도 다시 써서 내야할 것 같은데 뭘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일단 세번째 글은 잠시 놔두고, 이제 마지막 네번째 제출글을 내야할 때가 왔다. 역시나 뭘 쓸 지 고민하다가 모임 경험담에 대해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임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