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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Jun 21. 2024

아무도 주지 않지만 혼자서 먹는 눈칫밥

1개월 차 4월 2/2

일단 한 시름 덜었다. 나 같은 경우 육아휴직을 출산 이후에 쓴 게 아니라 임신 중에 쓴 거라서, 육아휴직기간이 출산휴가 전에 몇 개월치만 등록되어 있고, 출산 후에 다시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사업주가 그렇게 신청서를 작성해 줬으며 그때 가서 다시 서류를 작성하던가 하자고 했다.


출산 후에 다시 또 사장을 찾아가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눌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사업주의 승인 없이 내가 원하면 알아서 되도록 시스템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육아휴직기간이 완전히 끝나고 그다음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자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복직을 할 수 없으면 실업급여라도 받아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순탄하게 일이 흘러갈지 모르겠다.


요즘 한국 사회가 워낙에 아이를 낳지 않다 보니,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 공식 선언을 했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봤다. 점차 아이를 낳는 사람 입장에서 유리하게 법이 개정되고 있는 중이라고 기대해 보기로 하고,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의 일을 미리 앞당겨서 정해봐야 도움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지금은 그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쓰는데 몰두해야겠다. 그러니까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 당분간은 신경을 끄자. 태교에 좋지 않다.


4월 한 달 동안 뭘 했는지 돌이켜보자면, 일단 5월 중순의 결혼식을 앞두고 결혼준비를 했다. 크게 준비할 것은 없었고, 양가 어머니들 한복을 맞추러 함께 다녀오고, 웨딩앨범에 넣을 사진들을 엄선해서 고르고, 청첩장을 주러 타지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다녀오고, 남편의 친척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일을 했다. 육아휴직급여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결혼식에 대한 걱정도 함께 했다. 중압감이 들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하고, 남편과 둘이서 당일치기 의성 캠핑장에 다녀왔다. 역시나 남편과 함께 글쓰기 오프라인 모임에도 짤막하게 다녀왔고, 베이비페어에도 다녀왔다. 산부인과에 가서 2차 기형아 검사를 받았다. 1차는 지난달에 받았다. 시간 여유가 있는 김에 평소에 미루던 안과 정기검진과 치과 스케일링도 받고 왔다.


내일배움카드로 무엇을 배울지에 대해서 한참 동안 고민해 보다가 유튜브 영상 편집 과정을 배워보기로 했다. 토요일마다 6시간씩 수업을 듣는데, 중순부터 시작해서 일단 두 차례 들었다. 구몬학습 일본어 교재도 풀었다. 그 밖에는 뭘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고, 주로 비생산적으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특히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논다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죄책감 같은걸 많이 느꼈다. 그래서 계속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많이 시달렸던 것 같다.


육아휴직급여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복직을 못 하면 무슨 일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다음 달에 결혼식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걱정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아이가 내 뱃속에 건강하게 잘 만들어져서 무사히 세상 밖에 나올 수 있을지, 낳게 된다면 과연 잘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수많은 걱정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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