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순이 Jun 21. 2024

돈 아끼려고 집에만 있는데 오히려 소비가 늘다니

3개월 차 6월

6월은 아직 덜 끝나서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미 6월 말이기도 하고 또 글쓰기에 재미가 붙은 김에 미리 쓴다. 6월 1일이 되자마자 곧바로 육아휴직 급여 신청을 했다. 급여 신청은 한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달마다 해야 하는 부분이다. 인터넷으로 클릭 몇 번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막 귀찮지는 않다.


보건소 임신 출산 교육 마지막 수업을 들었다. 늘 그렇듯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다녀왔다. 정밀초음파와 임신당뇨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아이는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다. 남편과 함께 교동, 동성로, 수성못에 다녀오거나, 도서관 데이트도 종종 했다. 집에 있을 때는 같이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좋좋소' 라는 중소기업 소재 드라마를 정주행을 했다. 좋좋소에 등장하는 이미나 대리의 이야기만 따로 빼서 또 다른 드라마로 탄생시킨 '미나씨 또 프사 바꿨네요' 도 정주행 했다. 다큐멘터리도 여러 편 봤다.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한국 사회는 거의 전 세대에 걸쳐서 암울하다.


인터넷 쇼핑을 엄청나게 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케아에서 60만 원이 훌쩍 넘는 큰돈을 썼다. 아기 침대, 기저귀 갈이대, 테이블 등의 가구와 더불어 살림에 필요한 이것저것을 샀다. 지금 사기에는 이르지만, 임신 출산 교육의 여파인지 미리 사놓고 내가 먼저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알라딘에서 영유아 동화책을 10권이나 샀다. 내가 좋아하는 의류브랜드인 에잇세컨즈에서 옷도 여러 벌 샀다. 사면서 남편 것도 몇 벌 샀다.


쿠팡에서도 수시로 물건을 사댔다. 6월 한 달 동안 산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쌀, 현미, 보리, 아몬드, 땅콩, 도시락 김, 스파게티소스, 불닭볶음면, 무화과잼, 유리물병, 유리텀블러, 헤어린스, 클렌징폼, 토너, 화장솜, 선스틱, 다리미, 다리미판, 벽시계, 여름용 브라렛, 임산부용 원피스, 양말 등이 있다. 생필품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겠다. 아직도 사고 싶은 게 많다. 특히 출산 후를 생각하면 사야 할 것이 엄청 많은데, 굳이 지금 사지 않아도 되니까, 그동안 많이 썼으니 당분간 소비를 멈춰야겠다.


남편이 알려줘서 온라인 글쓰기 모임 활동을 시작했다. 일단 글 한편을 제출했고, 다음 글도 미리 써놨다. 모임 기간 동안 총 11편의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모임 중간에 참여해서 첫 주는 빼고 10편만 쓰면 되는데, 지나간 것도 자진해서 써봤다. 결혼에 관한 글을 써서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했다. 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하브라타 부모교육과 영어회화 문화강좌 수강신청을 했는데 둘 다 수강 확정이 돼서 다음 달부터 들을 수 있게 됐다. 집에서 거리가 조금 있긴 하지만 또 다른 도서관에서 역시나 다음 달부터 한주에 한 번씩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길래 이것도 일단 신청해 뒀다. 아마 될 것 같은데, 어쨌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몬학습 일본어 학습지는 거의 못 풀었다. 아직 6월이 열흘 정도 남았는데 지금부터 매일 일정량을 풀면 다음 달 학습지가 배송되기 전까지 진도를 맞출 수 있다. 3월부터 시작해서 6개월치를 선결제해뒀기에, 앞으로 7월, 8월, 2개월분이 남은 상태다. 처음 의지와는 다르게 일본어를 잘하고자 하는 의욕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창고 정리를 하고, 남편 옷방 정리를 하고, 싱크대 선반 정리를 했다. 그릭요거트를 직접 만들어서 먹고, 오이 피클도 담갔다. 지난달에 가족센터에서 배운 천연세제 만들기를 집에서도 시도해 봤다. 낮에 너무 더워서 기운이 없는 탓에 낮잠을 자주 잤다. 처음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낮잠을 자는 식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냥 늦잠을 잤다. 덕분에 생체리듬이 깨진 건지 밤마다 잠이 잘 오지 않게 됐다. 이번달 접어들면서 부쩍 심해진 태동도 한몫한다. 특히 밤마다 태동이 심해진다.


뭐 하나 진득하게 하는 것도 없으면서 또 이것저것 해야 한다는 강박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임산부 요가, 내일배움카드 훈련 과정, 문화센터 강좌 등을 시간 들여 한참 동안이나 찾아보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다. 다시 원점이다. 최대한 돈이 안 드는 방향으로 현재 주어진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 시기를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일단 다음 달부터는 도서관 강좌로 지금보다는 조금 바빠질 테니, 괜히 이 일 저 일 벌이지 말자. 가급적이면 집에서, 그리고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아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로 결혼과 관련된 일들로 보낸 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