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순이 Jul 03. 2024

모던타임즈, 1989년 미국

한낮의 영화 산책 1/11

동네의 구립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영화감상 문화강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7월부터 9월까지 주 1회씩 총 11주 동안 강좌가 열리고, 매주마다 영화를 한편씩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선 첫 시간에는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남는 시간 동안 '모던타임즈' 를 봤다. 굉장히 유명한 영화라는데 어째서인지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알고 보니 가수 아이유가 이 영화를 모티브로 노래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노래를 들어보니 얼핏 들은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찰리 채플린이 누구인지 알고 영화 음악도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긴 하다.


어쨌든 처음 보는 영화이기도 하고 평소 거의 볼 일이 없던, 흑백의 무성 영화라 신선하고 좋았다. 강좌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영화를 다 볼 수가 없어서 앞부분만 조금 보고 뒷부분은 간략하게 설명만 들었다. 집에 와서 저녁에 남편과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저 봤다. 찰리가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도서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재밌다며 깔깔대는데 나는 그 사람들의 웃음코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장면이 전혀 웃기지 않았고 오히려 잔인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찰리가 하루종일 공장에서 나사못을 조이는 단순작업을 하는 모습도 어쩐지 슬펐고, 일을 교대하고 잠시 쉬는 그 와중에도 몸이 틱 마냥 움찔 움찔대는데 보기가 짠했다. 그렇게 영화가 처음에는 좀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재밌어졌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사못을 조이는 일을 하는 공장 노동자 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일하다가 신경쇠약에 걸려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정신병원 퇴원 후 거리를 방황하다가 시위 군중에 휩쓸려서 주동자로 오해를 받고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감옥에 가보니까 알아서 먹여주고 재워주니 밖에서 식사도 제대로 못 해가며 죽어라 일할 때보다 훨씬 더 편하고 좋다. 오히려 공장 노동자 생활이 더 끔찍하다. 이대로 쭉 감옥에서 편하게 살고 싶지만, 어쩌다 탈옥하려는 범죄자들을 훼방하고 감옥 측에 도움이 되는 모범적인 일을 하게 되어 특별 사면으로 풀려나게 된다. 다시 사회로 나온 찰리는 감옥에서 써준 추천서로 무사히 취업에 성공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실직하게 된다. 결국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자 마음먹고,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는다.


우연히 길에서 빵을 훔치는 배고픈 소녀를 만난 찰리는, 도망치는 그 소녀 대신 본인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는 것에 성공하나 싶었지만, 다른 목격자의 진술로 본의 아니게 풀려나고 애초에 도둑질을 했던 그 소녀가 잡혀가버린다. 찰리의 그다음 계획은 무전취식이다. 다행히 그 계획에는 성공하여 경찰에 연행되는데, 범죄자를 싣고 가는 차량에서 방금 전에 잡혔던 그 소녀와 재회한다. 갑작스러운 차 사고로 찰리와 소녀는 차에서 떨어지게 되고, 소녀는 찰리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감옥에 들어가는 게 목적이었던 찰리는 소녀를 보고 마음을 바꾼다.


그렇게 만난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찰리는 소녀와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우연히 어느 백화점에서 야간 경비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곳에 면접을 보고 당당히 합격한다. 하지만 취직하자마자 그곳에 강도가 들게 되고, 알고 보니 그 강도가 예전에 다니던 공장의 동료임을 알게 된다. 찰리는 그들과 함께 백화점 안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백화점 안에서 자다가 결국 그다음 날 경찰서로 연행된다.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 꿈꾸던 감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혼자였을 때와 옆에 누군가가 있을 때와의 생각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다행히 열흘 만에 풀려난 찰리의 눈앞에 그 소녀가 기다리고 있다. 소녀가 집을 구했다며 찰리를 그곳으로 안내하는데, 집은 굉장히 낡고 허름하지만 둘은 그곳에서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곳에서 평생 함께 하기에는 집이 너무 낡고 위험하다.


그러다가 찰리는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공장이 재가동해서 노동자를 모집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그곳으로 달려간다. 신경쇠약으로 나온 공장에 다시 들어가는 찰리의 모습을 보고 나는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공장에 취직해서 이대로 쭉 가는가 싶었는데, 공장이 다시 파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찰리는 또다시 실직자가 된다. 실직자가 되어 허무하게 길거리로 내몰린 찰리는 길에서 만난 경찰들에게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경찰에 연행된다. 역시나 또 열흘의 시간이 흐른다. 수감을 마치고 나왔더니 소녀가 멀끔해진 차림으로 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찰리를 보내고 혼자가 된 소녀가 길거리에서 춤을 추다가 우연히 어느 카페 사장의 눈에 띄어 그곳에 취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찰리가 감옥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소녀는 늘 그를 기다리며 그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 놓는다. 저번에는 집, 이번에는 직장이다. 소녀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카페에 찰리를 데리고 가서 사장에게 사정사정해서 그를 서버로 취직하게 만든다. 찰리가 마음에 든 사장은 그를 정식으로 채용하고자 하는데, 그때 소녀를 쫒던 한 무리가 그곳에 찾아와서 소녀를 데려가려고 하기에, 결국 둘은 그 좋은 기회를 버리고 그 카페를 도망쳐 나와서 다시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사실 소녀는 고아가 되어 국가에 연계된 가출 청소년이었는데, 시설로 가기 싫어서 몰래 도망쳐 나왔다. 국가기관에서 소녀를 데리러 온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찰리와 함께 있고 싶지 그곳에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둘은 잠시 시름에 빠지는 것 같지만, 다시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어디론가 걸어간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두 사람의 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히 해피엔딩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찰리 채플린 그 자체다. 찰리 채플린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보는 내내 재밌었다. 몸을 굉장히 잘 쓰는 것 같다. 걷는 것만 봐도 재밌다. 보고 나서 여운이 많이 남는다. 기회 되면 찰리 채플린의 다른 영화도 봐야겠다.


영화에서 가장 최악의 장면을 꼽자면, 다시 취업한 공장에서 공장장이 기계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이다. 일단 보기가 너무 불편했고, 그 장면이 뭘 시사하는지도 모르겠다. 기계에 끼인 공장장에게 찰리가 점심도시락을 떠먹여 주는데, 도대체 이걸 유머라고 연출한 건지 그 의도를 도무지 모르겠는 와중에 이상하게 시간을 끌어서 지루한 느낌도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푸르게 빛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