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 우물, 푸르게 빛나는, 이렇게 세 단편이 수록된 단편소설집이다. 열린 문은 부모 없는 집에 정체불명의 위협적인 무언가가 침입해서 어린 남매가 공포에 떠는 이야기, 우물은 심각한 비염환자와 역시나 심각한 체취증 환자가 자신의 신체적 약점으로 인해 대인관계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다가, 우연히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가 오해로 멀어지고 역시나 계속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이야기, 푸르게 빛나는은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신종 벌레가 나타나서 임신한 아내와 그의 남편이 그로 인해 고통받다가 끝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세 단편 중 내 기준에서는 특히 마지막 이야기 푸르게 빛나는이 제일 재밌었다. 아내가 임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채 예민함을 드러내는 상황과, 아파트 입주 후 일어나는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이 서서히 신뢰를 잃고 틀어지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다.
우물의 경우도, 서로에게 하나뿐이었던 친했던 친구와 오해로 멀어진다. 한때 사랑했던 그리고 마음을 주고받던 사람과 멀어지는 것, 그리고 미지의 존재로부터 속수무책 위협받는 것, 모두 내 선에서 쉽사리 해결하기 힘든 것들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스토리가 재밌고 뒷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었지만 막상 결말을 맞닥뜨리니 무력한 느낌이 든다. 아무런 해결책 없이 갑자기 뚝 끝나버리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하긴 막연한 불안이라는 게 애초에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