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 불편한 편의점, 복도식 아파트 외
밀리의 서재와 여덟 권의 책
1. 불편한 편의점 시즌1
2. 불편한 편의점 시즌2
3. 복도식 아파트
4. 수박 맛 좋아
5. 앨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6. 자살한 사람들의 모임
7. 독서모임 꾸리는 법
8. 밤은 책이다
통신사 혜택으로 밀리의 서재를 한 달 동안 무료이용할 수 있게 됐다. 첫 번째 책으로 '불편한 편의점' 시즌1을 완독 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독고' 는 한때 아내와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자, 불법으로 대리수술을 해주는 성형외과의 의사였다.
어느 날 자신이 상담해 준 여성이 고소트닥터에 의해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해고-가족해체-알코올중독-알코올성치매 등의 사건을 차례차례 겪으며 서울역 노숙자로 몰락한다.
어느 날 독고는 서울역에서 한 70대 여성의 지갑을 찾아주게 되고, 그 여성이 독고를 마음에 들어 해서 독고를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야간알바로 고용하게 된다. 그렇게 독고가 일하게 된 그 편의점을 둘러싸고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된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을 일상적으로 쓰기 시작한 코로나시국에 독고는 마스크 낀 자신의 모습과 소독약 냄새를 통해 자신이 과거에 의사였던 기억을 되찾게 되며,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대구에 의료봉사를 떠난다. 때마침 자신의 아내와 딸이 대구에 있음을 알게 된다.
대충 이런 이야기고, 21년도에 출간된 책인데, 시대상을 잘 묘사해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됐다. 그리고 참참참 (참치김밥, 참깨라면, 참소주) 이며, 옥수수수염차며, 특정회사에서 광고료를 받았나 싶을 정도로 위의 제품들을 많이 언급해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다. 괜히 참치김밥과 참깨라면이 먹고 싶어 진다.
시즌1을 다 읽은 후 두 번째 책으로 시즌2도 연달아서 읽었다. 주인공이 바뀌는가 싶더니 결국 배경이 이어진다. 시즌1에서 주인공 '독고'가 편의점 야간알바를 그만두면서 그 자리를 '곽선생'이 대신하게 된다. 곽선생은 형사출신의 흥신소사장인데, 편의점 사장의 아들이 독고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흥신소를 이용하면서 등장한 인물이다.
결과만 얘기하자면 그는 그 과정에서 흥신소를 관두고 독고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시즌2에서는 곽선생이 고향친구가 소개해준 경비일을 시작하게되면서 1년 넘게 일했던 편의점을 떠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야간알바 '황근배'가 대신하게 된다.
황근배는 또 누구냐면은, 먹고살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온 무명연극배우이며, 시즌1에서 등장했던 편의점 손님이자 연극연출가인 '인경' 의 지인이기도 하다. 인경은 편의점을 이용하던 중 독고에게서 흥미를 느끼고 실화를 바탕으로 연극을 만들게되며, 독고의 배역으로 황근배를 캐스팅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연극공연은 무기한 연기되고, 그 사이에 황근배가 연기공부도 할겸 편의점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독고가 일했던 편의점을 찾아서 호시탐탐 채용기회를 노리다가 기어이 야간알바를 시작한다.
황근배를 중심으로, 시즌1과 마찬가지로 옴니버스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역시 시즌1만큼이나 재밌다. 10대 청소년부터 시작해서 70대 노인까지, 전연령층이 골고루 등장해서 공감대형성의 폭이 넓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재밌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는 동안, 시대상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애썼다는 느낌,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하나하나 소중히 다룬다는 느낌, 읽는 사람을 배려하며 친절하게 쓰였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베스트셀러가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구나 싶다.
세 번째 책으로 서경희작가의 '복도식 아파트' 를 완독 했다. 주인공 '은영' 은 서울에서 세살이를 하다가 경기도로 내려가서 35년 대출로 아파트를 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역에 매립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는다. 알고 보니 안 팔리는 아파트를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매립지가 들어서면 집값 폭락은 확정일 것이고, 한시라도 빨리 아파트를 되팔고 싶지만 원하는 가격으로는 팔 수가 없고 최소 2-3천만 원은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은영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집을 헐값에 팔고 그 지역을 떠나서 다시 서울에서 전세살이를 시작하는데, 그 이후 그곳의 아파트 값이 다시 올랐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네 번째 책으로 같은 작가가 쓴 '수박 맛 좋아' 를 연달아서 완독 했다. 부모세대는 영끌, 빚투, 갭투로 힘겹게 마련한 부동산이 폭락하며 빚더미에 앉고, 자녀세대들은 일자리 축소로 인해 원하는 곳으로의 취업은 힘들며, 하나같이 청년배당금을 받으며 일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물가는 치솟고 기어이 수박 한 통에 100만 원이 하는 세상이 왔으며, 서민들은 수박 대신 수박바를 삼겹살 대신 돼지바를 사 먹는다. 집 없고 가난한 청년들은 부실시공된 아파트에서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살면서 아파트의 안전성을 인정해 내는 '하우스 마루타'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아래의 대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너 그거 알아? 빚내서 집 사던 시절에 우리나라 땅을 다 팔면 그 돈으로 러시아랑 동유럽땅을 다 살 수 있었대."
"진짜? 근데 그 많던 돈이 지금은 다 어디에 있어?"
다섯 번째 책으로 김영하가 쓴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집을 읽었다. 특히 가장 첫 장인 흡혈귀 이야기가 재밌다. 여자가 결혼한 남자가 알고 보니 불사조였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지금껏 안 죽고 살아왔으며 그동안 셀 수도 없는 결혼과 사별을 겪었다.
내가 만약 소설 속 여자라면, 남자의 존재를 진작에 알았더라면, 과연 그 남자와 결혼했을까. 난 알면서도 했을 것 같고 그걸 알아서 오히려 더 함께 있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을 것 같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부부가 함께 늙지 않고 나만 늙는 것에 대한 이질감과 불편함을 못 견딜 것 같기도 하다.
여섯 번째 책으로 '자살한 사람들의 모임' 이라는 책을 읽었다. 직장인 친구와 백수 친구가 내가 더 불행하네 어쩌네 불행배틀을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행을 호소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일곱 번째 책으로 '독서모임 꾸리는 법' 이라는 책을 읽었다. 여러 차례 모임을 경험해 본 지라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서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피식 웃었다. 역시 뭐든 지속적으로 하려면 어느 정도의 체계가 필요하구나. 그리고 어딜 가나 지나치게 말이 많은 사람은 호감을 사지 못 하는구나.
여덟 번째 책으로 이동진의 '밤은 책이다' 를 읽었다. 이동진 평론가가 밤에 읽기 좋은 수십 권의 책을 소개해준다. 이 책은 집중을 안 하고 너무 대충 읽어서 그런가 기억에 남는 내용이 별로 없다. 사실 '읽었다' 라고 표현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오디오북은 켜놓고 집안일이든 글쓰기든 다른 걸 할 수 있어서 좋다. 덕분에 효율적으로 많은 책을 단기간에 읽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오디오북은 혁신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