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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야가 좁을수록 전문적일수록 그리고 권위적일수록 사람들의 자부심이나 배타성도 강하고 거기서 날아오는 저항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13쪽 소설가는 포용적인 인간인가 에서)
팔십 년대 후반 무렵 하루키는 일본을 떠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로 결심한다. 일본 내에서도 소설가로 그럭저럭 먹고살 수는 있었지만, 슬슬 마흔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내심 작가로서의 성장 욕심도 있었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일본 내에서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아온 것이 일본을 떠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일본인인 하루키는, 본국인 일본 내에서 자신의 작품과 개인에 대한 비난이 상당히 심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문학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해오며 작문에 대해서는 어떠한 훈련도 받은 적 없는 하루키가 스물아홉에 처음 쓴 소설이 신인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하지만, 문학계에서 이것도 문학이냐면서 비난과 조롱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고 '하루키의 글은 기껏해야 외국문학의 재탕이고 이런 건 일본 안에서나 통할 것이다' 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일본을 떠나 미국, 유럽 등으로 해외 진출을 하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외국에서는 오히려 '하루키의 작품은 다른 소설과는 다르다' 며 오리지널리티를 인정받은 것이다. 해외에서 하루키의 작품이 잘 팔리기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하루키의 책이 해외에서 잘 팔리는 것은 번역하기 쉬운 문장인 데다가 외국인이 알아먹기 쉬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글들을 읽어보면, 하루키가 일본 내에서 얼마나 이단아였는지가 느껴진다. 작년인가 재작년쯤에는 돈 벌려고 나라 팔아먹는 매국노라는 소리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난징대학살 문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우익단체에서 걸고넘어진 것인데, 뭐 본인 나라에서 배척을 당하든 말든 외국 나가서 박사학위 따고 강의하고 잘 먹고 잘 사는 무라카미 하루키 씨. 사실 한국에서도 뭐 일각에서는 인기가 많지만 호불호가 꽤 나뉘는 것 같다.
이 책은 하루키가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서, 소설가로서 소설을 써나가는 상황에 대해서, 한자리에 정리해서 말하고 싶은 마음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어서, 일하는 틈틈이 시간을 내서 단편적으로 써놓은 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즉 출판사에서 의뢰를 받아서 쓴 글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을 위해 쓴 글이다.
제목 그대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즉 전업소설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다. 소설가로서 겪은 개인사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어떤 인물을 등장시키고 누구를 위해 써야 하는가 등, 소설을 써보고 싶은 사람,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 소설가의 삶이 궁금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