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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Nov 20. 2023

책리뷰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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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학 중에 일찍이 결혼을 하고 이십 대 시절 내내 7년가량을 아내와 함께 재즈카페를 운영하던 하루키는, 스물아홉 무렵에 퇴근 후 짬짬이 써서 별생각 없이 응모했던 소설이 덜컥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다. 그 뒤로 가게 운영과 글쓰기를 동시에 하다가 가게를 접고 전업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서른세 살 무렵에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소설가가 되고 가장 먼저 직면한 심각한 문제는 다름 아닌 건강유지였고 그 건강유지를 위해 달리기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특별한 장비와 장소, 함께 할 상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라는 것이 하루키가 달리기를 선택하는데 작용한 큰 이점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런 '달리는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업소설가로서 매일 글을 쓰고 또 매일 달리기를 하고, 달리는 대회 즉 마라톤대회에 나가는 일상사를 다루고 있다.


하루키는 5km 마라톤대회를 첫 시작으로, 철인 3종경기와 울트라마라톤 대회에까지 도전했다. 순위권에 드는 것에는 욕심이 전혀 없었다고 하는데 하긴 저 정도 수준이면 중도포기 없이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참고로 철인 3종경기는 사이클, 수영, 마라톤을 동시에 쉬지 않고 이어가는 경기, 울트라마라톤은 풀코스보다 더 장거리의 마라톤을 뜻한다. (5km - 10km - 하프 21km - 풀 42km - 울트라 50-100-200km)


하루키는 기어이 100km의 장거리를 완주해 내는 데 성공했는데, 단 한 번도 걷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 만약 묘비명이 있다면 '적어도 끝까지 걷지 않았다, 작가 그리고 러너' 라고 적고 싶다는데, 하루키에게 있어 달리기는 소설과 거의 동급인 셈이다. 글쓰기를 달리기를 하면서 배웠다고 말할 정도랄까.


나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한 달 반 전쯤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마라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참가신청서를 작성해 놓고서는, 책장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딱히 '모두 같이 달리기를 해서 건강해집시다' 하고 주장하거나 건강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아니고 그저 달리는 소설가의 개인사를 다루는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달리기 욕구를 끌어올리는데 꽤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달리기를 전혀 할 줄 몰랐다. 학교 다닐 때도 체력장이 5등급이었던가 그랬다. 아무튼 몸도 무겁고 무릎관절도 약하고 평소 딱히 달릴 일도 없거니와 이런저런 이유(혹은 핑계)로 인해 달리는 일이 몸에 익어있지를 않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대회에 나가야 하니까 연습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러닝머신 속도를 대략 9-10 레벨로 맞춰놓고 달리기를 시도해 보았는데, 처음에는 5분도 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달 정도를 매일 반복하다 보니 15분가량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신기하게도 며칠만 게을러져도 금세 몸이 다시 힘들어지고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오래 달리기라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다.


대회에 나가려면 최소 30분 이상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어야 하는데, 결국 시작도 못 하고 포기해 버렸다. 대회 전날까지만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당연히 나간다는 식으로 떠들고 다녔는데 당일에 결국 늦잠을 자버렸고, 아깝게 못 나갔다는 식으로 굴었지만 사실 그건 포기한 거나 매한가지였다.


나는 마라톤대회에 도저히 나갈 자신이 없어서 계속 누워있었다. 내 행동이 너무 부끄럽고 한심스러워서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했지만, 결국 이렇게 책리뷰를 통해 주절주절 다 털어놓는다. 좀 더 자신감이 생기면 다시 도전해 보기로 하자. 내년에는 꼭 나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다시 차근차근 연습해 봐야겠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출퇴근 지옥을 겪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하루 1시간 정도 달리는 건  일도 아니지 않을까? 나는 그런 걸 겪지 않고 집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데 이 정도도 하지 않으면 천벌 받지 않겠어? 그렇고말고"


하루키는 위와 같은 심정으로 달리기 의지를 북돋는다고 하는데 그럼 나는 아래와 같은 심정으로 매일 달려야 하나 싶다. 이유가 어찌 됐든 어떤 식으로든 의지를 북돋아서 다시 한번 열심히, 노력해 봐야겠다.


"집에서 10분 거리 일터에 편하게 출퇴근하는데, 하루 1시간이라도 안 달리면 안 되지, 내가 그러면 안 되지"


마지막으로 아래에 두고두고 읽고 싶은 이 책의 일부 대목을 첨부하며 이 리뷰를 마무리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살이 찌는 체질이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아내는 아무리 먹어도 운동을 하지 않아도, 전혀 살이 찌지 않으며 군살도 붙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자주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 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을 어떤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도 손쉽게 얻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런 살찌기 쉬운 체질로 태어났다는 것은 도리어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즉 내 경우 체중이 불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식사에 유의하고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골치 아픈 인생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계속해 나가면 신진대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결과적으로 몸은 건강해지며 노화도 어느 정도는 경감시킬 것이다.


그런데 거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의 사람은 운동과 식사에 유의할 필요가 없다. 필요도 없는데 그런 귀찮은 짓을 일부러 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체력이 점점 쇠퇴해 가는 경우가 많다. 의식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연히 근육이 약해지고 뼈가 약해져 가는 것이다.


무엇이 공평한가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법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가운데에도 "정말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체중이 불어나서..." 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이유로 오히려 하늘이 내린 행운이라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야 할 일이 아닐까? 적신호를 보기 쉬운 만큼 오히려 다행스러운 것이라고. 뭐 여간해서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70~7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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