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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Nov 14. 2023

ㅎ. 회자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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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으로서 서른 중반의 나이를 지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나이와 상관없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예를 들어 내 경험상 아줌마들은 대체로 늙었지만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대단하다. 나이 탓만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나이를 무시할 수가 없는 게, 어릴 때와 비교하니 확실히 감정적인 부분에서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애석하게도 나는 늙어버렸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것만 같다. 긍정적인 결과가 주어질 리 없는 곳에 감정소모를 하고 애먼 짓만 죽어라 하다가, 속된 말로 나가리가 됐다. 더 이상 소모할 감정이 없다. 지쳐버렸다.


이제는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욕심과 계획 등이 없으면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서로가 요구하는 필요한 요소들이 없으면 관계를 이어가기가 어렵겠다. 불필요한 관계들끼리 만나봐야 서로 할 말도 없고 함께 해야 할 일도 없다. 자유로운 연애만 하면서 살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적성에 맞아야 가능하겠다. 누군가는 자유롭게 연애만 하면서 즐기면서 살아도 된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그 연애만 하면서 즐긴다는 게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자유로운 연애라고 해봐야 적당히 서로 외적으로 끌리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같이 밥이나 먹고 시답잖은 일상얘기나 쥐어짜내고 몸이나 섞다가 질리면 헤어지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고를 들여서 어느 정도 관계가 발전하면, 또다시 같이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몸을 섞다가 싫증 나면 헤어지고를 반복하게 되겠지.


특히 나처럼 일적으로나 취미로나 전문분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상대방에서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인간은 기껏 연애를 해봐야 위와 같은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겠다. 상상해보면 역시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결혼을 하지 않는 연애의 끝은 뻔해 보인다. 역시 관계라는 건 일련의 스테이션을 밟아가야 지속이 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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