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교육을 받고,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일단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제 좀 쉬어볼까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있는데 갑자기 방 전화가 걸려왔다. 교육을 받으러 왜 안 오냐는 독촉 전화였다. 일정표를 보니 조리원 입소 교육이 잡혀있었고, 미처 일정을 체크하지 못하고 있었다. 10분 정도 시간이 늦어졌고, 허둥지둥 교육 장소로 갔다.
설명 들을 것이 너무 많았다. 많은 내용을 정해진 시간에 다 설명해야 해서 그런가 직원의 말이 굉장히 빨라서 계속 듣고 있으니 조금 지쳤다. 중간중간에 궁금한 게 있어도 질문을 하거나 끼어들 틈이 없었다. 다 끝나고 나서야 겨우 궁금한 걸 물으니 친절하게 답변해 주셨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혈압을 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조금 있으니 금방 점심시간이 되어서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남편은 그 사이에 잠시 집에 가서 청소, 샤워, 식사 등을 하고 오기로 했다.
밥을 먹고 돌아오니 방으로 또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고, 그 사이에 갑자기 소변이 줄줄 새는 바람에 옷이 다 젖었다. 방 전화를 안 받으니 내 휴대폰으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니 신생아실이었다. 아기 상태에 대해서 알려주며 설명을 들었냐고 물었다. 몸무게가 몇 그램 빠지고, 코 안 쪽이 조금 헐고, 발 끝에 멍이 조금 들고, 몽고반점이 있고, 혈액형이 무엇이고 하는 내용이었는데, 몇 가지는 조리원에 들어오기 전에 확인한 사항이고 몇 가지는 금시초문이었다. 대충 설명을 듣고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몸을 씻고 패드를 갈고, 젖은 조리원복을 다시 입고 밖에 나가서 새 조리원복을 챙겨 들고 와서 다시 갈아입었다. 출산 후 소변이 계속 새는 증상이 생겼다. 조금만 소변이 마려워도 소변이 새는데, 아침에 진료실에 물으니 아직 회복 전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금방 괜찮아진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쨌든 굉장히 불편하고 수치스러운 증상이다. 몸 상태가 안 좋기도 하고, 갑자기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글을 쓰면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시간까지 별 다른 일정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침대에 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또 방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아보니 무슨 전신서비스를 목요일 11시 30분에 잡겠다는데 괜찮겠냐는 확인 전화였다. 이건 또 무슨 내용이지. 너무 귀찮고 피곤해서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일단 알겠다고 하고 끊었다.
순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느낌이 들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계속 화가 났다. 유튜브로 적당한 음악을 검색해서 들었다.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다. 태블릿으로 출산부터 시작해서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다 되어간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다시 조리원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약간의 대화를 나눈 후 전화를 끊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남편이 도착해 있었다.
양치를 하고 좌욕을 하고 조금 쉬다가 남편과 같이 신생아실에 아기 면회를 하러 갔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나는 솔로를 조금 보다가 남편은 먼저 자고 나는 잠이 안 와서 한참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나서 오늘 하루 동안의 일에 대해서 글을 쓰고 오늘 먹은 식사 사진을 정리한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안 온다.
조리원 입소 3일 차부터 수유실에 들어가서 모유 수유를 한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젖이 돌기 시작하는지 가슴이 커지고 딱딱하게 뭉치기 시작한다. 교육받을 때 현재 상황을 말하니 젖이 도는 것 같으니 지금부터 가슴 마사지를 하고 혼자서 유축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가만히 놔두자니 가슴이 불편해서 유축을 시도하긴 해야겠다.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은데 모유 수유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곤하다.
오늘 한일은,일단 조리원 입소. 이것저것 설명 많이 들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조리원에서의 생활은 그렇다 치고, 퇴소 후 아기 예방접종이나 이런 것도 해야 하는데, 내가 과연 여길 나가서 애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그리고 이틀 만에 샤워를 했다. 며칠간 미뤄둔 일기도 썼다. 가져왔던 짐도 일단 다 풀어뒀다.신생아실 캠 앱을설치했다, 내일 승인되면 확인 가능하다고 한다.
밥을 엄청 많이 먹고, 몸무게가 많이 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애를 낳았는데 애 낳기 전보다 몸무게가 더 늘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자꾸 본전 뽑겠다고 밥 많이 퍼지 말고, 내일부터는 과식을 하지 말아야겠다. 남은 올해 동안 15 킬로그램을 빼야 한다. 임신 기간 동안 찐 몸무게가 딱 15킬로그램이다. 한 달에 5킬로씩 뺀다고 생각하고 음식 조절하고 적당히 운동해야겠다.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며 울고 웃었다.
내일 할 일은,
1. 7시 30분 기상, 8시 아침식사. 12시 30분 점심식사, 15시 오후간식, 17시 30분 저녁식사, 20시 야식
2. 아기 면회 10시~12시, 14시~17시, 19시~21시
3, 좌욕 수시로 (4회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4. 가슴 마사지, 모유 유축 연습
5. 일기 쓰기. 조리원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일단 매일 일기를 쓸 생각이다. 일단 오늘 하루는 성공했다.
6. 그동안 모은 병원비 영수증, 실비 청구 가능한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알아보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미루는지 모르겠다. 사실 내일 당장 알아봐도 되는 거 아닌가. 제발 조금만 의욕을 내보자. 일단 어플로 확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