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가 너무 좋다. 저녁 식사 앞두고 간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밥이 안 넘어갈 줄 알았는데 막상 먹으니까 다 들어간다. 고구마맛탕이 또 생각난다.
3일차 야식
야채죽, 물김치
저녁 먹고 와서 낮잠을 조금 잤다. 8시 다 되어갈 무렵 방으로 전화가 걸려와서 받아보니 수유콜이다. 내려가서 모유수유를 시도했는데 젖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서 그냥 분유를 먹였다. 아기한테 분유 먹이고 트럼 시키고 안아주고 하다가 와서 8시 30분쯤에 먹었다. 여기는 저녁 8시마다 방에다가 야식으로 죽을 넣어준다.
7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뒹굴거리고 누워있다가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 밥 다 먹고 돌아와서 씻고 모유 유축을 시도해 봤다.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30분간 유축했더니 대략 10cc 정도 나왔다. 애 낳고 첫 수유인데 나쁘지 않은 성과일지도. 유축한 모유를 신생아실에 갖다주고 아기 면회도 잠깐 했다.
태블릿으로 나는 솔로를 보고 12시 30분에 점심을 먹으러 또 식당에 갔다. 밥시간이 금방 금방 돌아온다. 식사를 하고 조금 있으니 화장실 신호가 온다. 처음에는 잘 안 돼서 포기하려다가 참을성을 가지고 시도했더니 다행히 성공했다. 회음부 쪽 봉합 부분이 아파서 항문에 힘을 주기가 어려워서 배변에 불편을 느낄 뿐, 변비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좌욕을 하고 방에 들어와서 쉬는 중이다. 2시부터 5시 사이에 수유콜이 있다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남편과 장기여행 중인 것 같다. 혹은 어딘가에서 일주일살기 라든가. 추석연휴 때 어딘가 놀러 가자고 했었는데 그게 산후조리원이 될 줄이야. 사실 남편과 이렇게 온종일 조리원에 붙어있을 줄 몰랐다. 출산예정일이 추석연휴 지나고였으니, 내가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남편은 낮에는 직장에 가서 일을 하고, 밤에는 조리원으로 퇴근하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추석연휴 시작과 동시에 아이가 태어나게돼서 연휴 동안 이렇게 조리원에 있을 수 있게 됐다. 뭐 어쨌거나 남편 면회 및 합숙만 가능하고 다른 외부인은 일체 출입금지라는 이 조리원의 운영방침이 마음에 든다. 외출을 못 하는 건 별로다. 산책을 하고 싶다.
3시에는 간식으로 브라우니를 준다고 한다. 5시 30분에는 또 밥시간이다. 노곤노곤 잠이 오지만 참고 있다. 일단 수유콜도 대기해야 하고,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라서 낮잠을 자면 거의 불면 확정이기 때문에 참아보기로 한다. 남편은 계속 누워있다가 이제 막 일어나서 씻고 늦은 점심으로 간짜장을 먹으러 나갔다.
(오후 2시 30분 일기)
산부인과에서 출산선물로 받은 손수건과 조리원 입소 선물로 받은 손수건을 모두 세탁했다. 손수건은 한번 세탁해서 써야 하는데 어차피 집에서 할 거 여기서 하면 좋겠다 싶었다. 세탁기에 삶기 기능이 있길래 눌러보니 1시간 40분 정도 돌아갔다. 시간 맞춰 꺼내와서 방 건조대에 널어놨는데 밤 돼서 만져보니 벌써 다 말랐다. 조금 이따가 걷어서 잘 개서 지퍼팩에 넣어야겠다.
3시쯤에 방으로 수유콜이 왔다. 3시 15분부터 4시까지 수유실에서 모유 수유를 했다. 일단 시도해 봤는데 젖이 나오고 있기는 한 건지 감이 안 잡힌다. 왼쪽 가슴을 10분, 오른쪽 가슴을 5분 정도 물렸다. 젖을 물다가 자꾸 잠에 빠져든다. 젖 양이 적으면 보충해서 먹이라고 분유를 탄 젖병도 주시는데, 그것도 같이 물렸다. 몇 번 빨다가 만다. 억지로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만 먹이고 조금 안아주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4시에 간식을 먹으면서 나는 솔로를 봤다. 3시에 간식으로 들어온 브라우니와 남편이 홈플러스에서 사 온 빵을 먹었다. 5시 30분 저녁식사시간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이번에는 식당에서 밥을 받아서 카페테리아로 들고 가서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좌욕을 했다. 그리고 잠이 쏟아지길래 잠깐 낮잠을 잤다가 방으로 전화가 걸려와서 깼다. 받아보니 지금 바로 수유하러 올 수 있느냐는 신생아실 전화다. 자다 깨서 좀 씻고 가고 싶었는데 아기가 지금 배가 고픈 상태라서 바로 오지 않으면 못 기다리고 그냥 분유를 먹이겠다고 한다.
저녁 8시. 서둘러서 내려가서 모유 수유를 시도했는데 어쩐지 젖이 안 나오는 것 같다. 아기가 젖을 먹겠다고 막 힘을 줘서 빠는데 몇 번 빨더니 멈추고 어? 몇 번 빨더니 또 멈추고 어어? 왠지 이런 느낌이다. 열심히 빠는데 나오는 게 없는 것 같달까. 빠르게 포기하고 분유를 먹였다. 잘 먹는다. 한참 먹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안 먹는다. 어깨 쪽으로 안아서 등을 만지니 트림을 한다. 그 뒤로 갑작스러운 기침에 딸꾹질에 뭔가 불편해 보인다. 직원을 부르니 변을 눴다며 기저귀를 갈아주신다. 한참 안고 있다가 아기를 놔두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수유콜이 오기 전에 유축을 좀 해뒀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으면 그걸 먹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내일은 유축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3,4시간 간격으로 유축을 하라는데 아침에 딱 한 번밖에 안 해봤다. 지금은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어쩐지 가슴이 찌릿찌릿한 느낌이 든다. 만져보니 아프고 딱딱하다.
남편과 함께 간식을 먹으면서 나는 솔로 돌싱특집과 SNL 따위를 봤다. 남편이 간식을 사러 잠깐 밖에 나갔다. 10시가 넘으면 출입이 안 돼서 혹시나 이따가 뭐가 또 먹고 싶을 수도 있고 놔뒀다가 내일 먹어도 되니까 미리 나갔다. 지금 나는 솔로 본방송이 하고 있는데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 나는 그 사이에 일기를 쓴다. 하루종일 먹고 또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