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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Oct 13. 2024

출생 29일차, 아기가 자는 시간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출생 29일째, 남편 출산휴가 5일차


오전 8시 분유 70

오전 11시 분유 80

오후 1시 30분 분유 80

오후 3시 30분 병모유 100, 분유 20

오후 5시 30분 병모유 100, 분유 20

오후 7시 30분 분유 80

오후 11시 분유 80

새벽 2시 병모유 120

새벽 3시 30분 병모유 40, 분유 20

새벽 4시 30분 분유 30

합계 병모유 360, 분유 480, 820


* 대변 : 오후 3시, 양이 엄청 많고 아주 살짝 녹색을 띤다.


어제 간만에 사우나에 다녀왔다. 아기 낳고 두 번째인가. 집에 남편도 있고 곧 산후도우미도 올 거고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종종 갈 생각이다. 헬스장도 가려고 했는데, 그래서 옷 갈아입고 가방까지 다 쌌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이제 더 이상 임신 핑계 (배속에서 나온 지 한참 됐다), 출산 핑계 (이제 몸은 운동할 정도로 대충 회복되지 않았나), 육아 핑계 (남편 출산 휴가에다가 산후도우미까지 출근할 거잖니) 대면서 운동을 미룰 수 없다. 이 일기를 쓰고 있는 오늘은 (10월 13일 일요일) 출산한 지 30일이 되는 날이다. 땀 흘리는 격한 운동을 안 한지가, 임신 기간 포함해서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새벽에 아기가 안 자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남편이 오늘 아침 8시 30분까지, 행사로 인한 출근을 해야 해서 남편이 어제 새벽 1시에는 잘 수 있도록 내가 교대해 줬다. 그전에 나는 9시인가 10시부터 시작해서 잠을 조금 뒀다. 남편은 조만간 다시 출근을 할 건데, 이제 교대시간을 오늘처럼 이렇게 새벽 1시 내지 2시쯤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새벽 1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교대할 때만 해도 아기는 분명 자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방 깼다. 새벽 1시에 자고 일어나 보니 가슴이 퉁퉁 불고 아프길래, 곧바로 유축을 했다. 한창 유축을 하고 있는데 아기가 깨서 빼액 울었다. 기록을 보니 남편이 오후 11시에 분유 80을 타먹였다. 아 배고플 때가 됐구나. 갓 유축한 모유를 주니 잘 먹는다. 일단 100을 줬는데 부족해하길래 20을 더 줬다.


밥을 먹었으면 다시 잤으면 좋겠는데 잠을 안 잔다. 계속 입을 쩝쩝대고, 바닥에 누워있지도 않으려고 하고,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가 고픈 느낌이랄까. 수유텀을 생각해서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3시 30분에 모유 남은 걸 먹이고, 분유도 조금 더 타먹였다. 3시쯤에 직수도 해봤는데 잘 빤다. 확실히 배가 고픈 게 맞는 것 같다. 근데 5분 이상을 넘기기가 힘들다. 자세가 너무 불편하고 아기도 지속적, 안정적으로 젖을 빨지 못한다. 유축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젖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젖을 빨기에 아기 입도 너무 작은 것 같다. 인공 젖꼭지는 아기 입에 딱 맞아 들어가서 빠는 동안 고정이 되어있는데 사람 젖은 뭔가 좀... 뭔가 반대로 된 것 같네. 그 뒤로 젖병을 물리니 허겁지겁 먹는다.


새벽 4시 30분에 마지막 수유를 하고, 드디어 잠들었다. 나도 아기를 따라서 얼른 잤다. 아침 7시에 깨서 울 때까지 푹 잤다. 아니 푹 잤다고 할 수 있나. 요즘 아기가 잘 때마다 잠꼬대 같은 걸 한다. 에, 에, 흐에에에, 대충 이런 소리. 틈틈이 아기 소리를 들으면서 얕게 잤다. 7시에 분유 100 타 먹이고, 트림시키고, 무릎 위에 한참 앉혀두다가, 다시 자길래 역류방지쿠션 위에 조심히 올려두니 다행히 계속 잔다. 드디어 글 쓸 시간을 확보했다. 부족한 잠을 자는 것도 좋겠지만 잠을 자기에는 뭔가 시간이 아깝다. 몸도 씻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젖병도 씻어야하고 빨래도 해야한다. 폰도 만지고 싶고 유튜브도 보고 싶다. 일단 일기부터 다 쓰고 커피 타임을 좀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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