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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헤어진 엑스남친 병운이 (하정우) 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온 여자 희수 (전도연) 가, 병운이와 하루동안 같이 돈을 빌리러 다니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헤어져 있던 그 1년 동안 병운이는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희수 또한 결혼도 하고 이혼도 했다. 어라, 이거 고작 1년 지난 거 맞나. 1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네. 둘이 어떻게 만나고 얼마를 만났고 왜 헤어졌고 그런 걸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를 않아서 그냥 상황을 짐작해 볼 수밖에 없다.
낙천적이고 애교스럽고 사람 좋은 병운이 역의 하정우. 주위에 여자사람 친구들이 정말 많다. 그 여자들은 다들 병운이를 좋게 얘기하고 넙죽넙죽 돈도 빌려줄 정도로 신뢰가 두텁지만, 그래서 그 여자들 다들 지금 어디 있을까. 죄다 다들 다른 남자들하고 결혼하거나 그냥 그러고들 살고 있지 정작 병운이하고는 연애를 한다거나 결혼을 한다거나 진지하게 만나고 있지는 않는다.
그 여자들이 병운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온 희수에게 한 마디씩 말을 붙인다. 나는 저게 다들 본인 상황 아니라고, 병운이가 본인 사람이 아니라고, 책임감 없게 쉽게들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짜 희수 말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 함부로 한다.
"좋아해서 돈 빌려줘놓고 이제 와서 왜 갚으래요? 나 같으면 그 돈 안 받겠다."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 하는데, 사람이 상황 보고 막 버리고 그러면 안 되는 건데..."
결혼은 병운이 같은 사람하고 해야지 즐겁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감상평도 있던데 나는 이 사람이 핵심적인 부분을 간과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른 여자들이 정말로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병운이와 계속 만나지 않는 건 아닐 것 같다. 돈이 없다면서 경마장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뭔가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절대로 나에게 좋은 사람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