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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Nov 15. 2023

번지점프를 하다

첫사랑이 환생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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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첫사랑이 환생한 사람이라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열일곱 살 고등학생이고 앞날이 창창한 하나의 어린 생명일 텐데, 저렇게 외국에 데리고 가서 동반자살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심지어 책임질 가족도 있는 사람이. 생이 의미 없어질 정도로 위대한 '둘 만의 사랑' 을 보고 있자니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진짜 뭐라고 해야 하나... 다소 당황스럽다.


한편으로는 결혼해서 가정도 꾸리고 안정적인 직장도 가지고 있는 배울 만큼 배운 성인이 저렇게까지 쉽게 이성의 끈을 놓고 감정적으로 행동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만약 똑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족과 직장을 선택하고 첫사랑을 단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서 동반자살하며 생을 끝내는 행동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설령 그게 동성이 아니라 이성이었더라도.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는 육체를 초월한 영혼 간의 사랑을 이성애자였던 두 남자가 전생의 기억으로 이어져서 결국 사랑하게 되는 식으로 묘사를 하면서 동성애를 갖다 쓰는 식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영혼이 이어져있기 때문에 서로 어떤 성별을 가지고 태어나든 육체를 초월해서 무조건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동성애는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같이 죽자. 죽어서 다시 태어나서 다시 만나자.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더라도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더 나아가서 첫사랑의 영혼이 남고생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어쨌든 질타는 받겠지만) 그나마 허용 가능한 성인여성이 가지게 된다고한들, 그래도 가정과 직장을 택하는 게 이성적인 판단이고 보편적인 선택이라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각하고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이 다 이럴 거라고 생각하는 거 좀 오만이려나?


사회통념상,


ㅡ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즉 동성 간의 사랑은 인정받지 못한다. 지금은 좀 덜할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에는 더 심했을 것이다.


ㅡ성인과 미성년자의 사랑은 인정받지 못한다.


ㅡ가정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 사랑하는 것은 인정받지 못한다.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이 금기를 모두 깼다. 가정이 있는 유부남 성인 남자교사가 미성년자 남자고등학생과 사랑에 빠져서 가족과 일을 모두 버리고 그 남자고등학생의 인생까지도 송두리째 뺏어갔다. 덧붙여서 남자고등학생의 부모 및 그 가족들에게도 엄청난 죄를 저지른 셈이다.


예전에 알던 사람들 중에서 이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는데, 내용이 꽤 센세이션 해서 사실 나도 여러 번 봤다. 처음 봤을 때는 결말이 충격적이라 놀랐었고 그다음부터는 이런 식으로 자잘한 감상 혹은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음에 한번 더 보면 또 어떤 소리들을 늘어놓으려나. 옛날 영화라 대사가 조금 오글거리고 촌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배우들 특히 이병현의 연기와 영화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애틋한 분위기가 좋아서 여러 번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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