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조용하지만 그 무엇보다 강력한 소리를 지닌다.
달리기를 할 때는 지속적으로 호흡을 해야 하고 강도가 높아질수록 호흡은 거칠어진다. 사람들과 함께 달리다 보면 처음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달린다. 신나게 웃고 떠들며 달리다 보면 언제 이만큼이나 뛰었지 싶을 정도로 시간은 순식간에 흐르고 거리도 눈 깜짝할 새 충족된다. 하지만 이것은 가볍게 조깅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속도가 오르고 거리가 점점 늘어날수록 옆사람과의 공간에는 거친 호흡소리와 함께 적막만이 흐를 뿐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한 소리로 의사소통을 진행한다. 내가 말을 하면 상대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맞받아친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한다.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며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면에서 달리기도 대화와 유사한 면을 지니고 있으며, 강력한 소리를 지닌다는 것을 글로 적어나가려 한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나는 소리로는 대표적으로 3가지 정도가 있다. 발과 지면이 맞닿으면서 나는 소리, 내뱉고 들이마시는 호흡소리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
혹시 너무나도 힘들어서 당장이라도 멈춰버리고 싶던 순간들이 있지 않았나? 필자는 그런 날들이 정말 많았다.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무겁고 호흡조차 하기 힘든 그런 순간들. 그런 때를 생각해 보면 그 훈련들은 어찌나 힘들던지 아직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이거까지는 마무리 지어야지', '이거까지만 가보자' 등의 수많은 말들을 속으로 내뱉지만 역시나 한계는 존재한다. 자신이 자신에게 해주는 말들은 합리화되기 쉽다. 그러면 그럴 때 필자가 힘을 얻으며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게 해 준 것은 무엇인가?
바로 주변 동료들이 달리며 내는 소리들이다. 달리다 보면 주변 동료들과 발이 딱딱 맞는 순간이 존재한다. 이때는 각자 지면을 밀치던 힘이 이제는 하나가 되어 더 강력한 힘으로 지면을 박차게 되고, 앞에서 나를 끌어주는 동료의 발소리는 내게 집중력을 심어준다. 또 주변에서 들려오는 호흡소리도 필자의 한계를 뚫어주는데 한몫한다. '다들 열심히 참고 달리는구나', '저 호흡 소리와 하나 되어 끝까지 가보자'.. 마지막으로는 주변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가 정말 큰 힘이 된다. 다른 그룹 동료들의 응원소리, 바람이 나무를 스치면서 내는 소리, 그냥 사람 사는 소리 등 모든 것이 내게 음악이 되고 오늘의 달리기에 불을 지펴준다.
내가 힘들 때 내는 발소리와 호흡소리를 듣고, 동료들은 더 힘차게 달리며 소리를 내주었다. 동료들이 힘들 때면 내가 더 큰 소리를 내며 그들을 끌어주었다. 우리는 아무 말하지 않아도 오로지 달리기 그 자체로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끌어주고 있었다.
달리기는 말을 하지 못할 뿐 다양한 소리를 내고, 나를 끌어준다. 달리기는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힘으로 더 멀리, 더 빠르게 한발 더 내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소리를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