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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 K Jul 13. 2022

테니스 코트 위 에너지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는 자세

 드디어, 2주간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끝이 났다. '어우조(어차피 우승은 조코비치)'라는 말처럼 남자 단식 우승컵은 조코비치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결승 전 상대가 예상외였다. '악마의 재능'을 가졌다는 호주 선수 닉 키리오스였다. 원래 키리오스는 4강전에서 나달과 시합을 해야 했으나, 8강전을 겨우 마친 나달은 남은 경기를 포기한다. 아무리 MZ세대라고 하지만(호주에서도 MZ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테니스에 대한 존중과 경기하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고, 거기에 더해서 관중들까지 무시하는 키리오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결승행이라니.. 나달이 8강에서 아팠던 것처럼, 행여라도 조코비치도 부상으로 인해 키리오스가 우승을 하지 않을까 내심 불안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걱정은 현실이 되지 않았고, 그렇게 올해 또 하나의 메이저 대회가 막을 내렸다.

[윔블던 권순우 선수 경기를 보며 기네스 한 잔]

 어려서부터 여러 종류의 스포츠를 직접 하는 것도, 관람하는 것도 좋아했던 내 머릿속에는 많은 선수들이 존재한다. 멋진 은퇴식 후 운동선수로써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선수, 마치 본인의 한계를 시험이라도 할 것처럼 너무 오랜 기간까지 현역에 있다가 자연스레 잊힌 선수, 부상으로 안타깝게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선수 등 종목에 상관없이 다양한 이유로 그 선수의 플레이는 이제 영상으로만 봐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거의 20년 동안 테니스의 중심이 되었던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를 두고 몇 해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는 바로 '은퇴 시기'다. 세 선수 모두 지금 테니스를 그만둔다고 해도 평생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어놨을 테고,(정말 부럽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가장 정상에서 박수받으며 떠나고 싶을 텐데도, 세 선수는 지독하리만큼 악착같이 매년 투어에 참가했다. 2022년을 기준으로 페더러는 40대, 나달과 조코비치는 30대 후반이 되었다. 역시나 신체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페더러는 작년부터 부상을 이유로 투어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올해 윔블던 결승에는 정장을 멀끔히 차려입고 객석에 앉아 있었다. 아마 페더러는 별도의 은퇴식 없이 이제 이렇게 또 역사 속으로 묻히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음은 나달. 윔블던 8강에서 5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리를 가져온 나달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몇몇 검사를 해봐야 하지만, 남은 경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음날 검사 후 '복부 근육 파열'로 결국 남은 경기를 뛰지 못하고 짐을 싸게 된다. 생각해 보자. 배의 근육 일부가 찢어졌는데, 3:2로 시합을 뒤집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보통 정신력을 가진 사람은 불가능하다.

  '많은 순간 나는 경기를 끝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트와 에너지가 내가 경기를 계속하게 했다.'

[윔블던에 맞춘 하얀 운동복]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라도, 빠르게 달리고,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젊은 선수를 상대하기는 버겁다. 아마도 나달과 조코비치에게도 점점 그런 시련은 가까워질 것이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페나조'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건 나에게 행운이었다. 물론 이 세명의 선수를 뛰어넘는 선수들은 또 나올 수 있을 것이고, 나오길 바란다. 스포츠에서 기록이 깨지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짜릿한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고작 두 시간씩 이틀 정도 치는 나에게도 테니스는 많은 아픔을 주고 있다. 세월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황제들의 멋진 마무리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 덧붙이는 글 : 아픈 오른쪽 팔꿈치와 왼쪽 발목에 파스를 붙이고 이 글을 쓴다.

[멀리서 봐야 아름답다. 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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