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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Aug 01. 2021

<쓰는 기분> 박연준

그런데 이제 김해서 작가의 글 한 편을 곁들인...


사랑하는 해서의 글이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쓰는 기분>에 실렸습니다.


1.

<쓰는 기분>은 시가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박연준 시인이 건네는 다정한 권유와 격려를 담았습니다. “읽을 때 묶여 있다가 쓸 때 해방되”는 그가, 당신도 해방의 순간을 꿈꾸고 있지 않냐고 물어오는 초대장이기도 하죠.


2.

해서 역시 쓸 때 해방되는 사람입니다. 시를 쓰고 에세이를 쓸 때, 형식 따위 신경 안 쓰고 자기 안의 것을 백지 위로 뱉는 데만 집중할 때, 질주하듯 활자들을 몰아세운 뒤 이를 문장과 문단의 형태로 벼려갈 때. 쓰는 감각에 사로잡힐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로 충만해지는 사람이 제가 보는 김해서입니다.


3.

그 에너지를 해서와 공유하는 여자들이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서로의 일상과 감정과 문장을 나누는 4명의 여자들. 박연준 시인이 ‘모과’라고 이름 붙인 시 모임. 쓰는 것으로 자신과 주변을 발견하고 회복시키는 이 놀라운 사람들은, 각자의 문장에 달고 시고 그윽한 말들을 건네며 꼭꼭 숨겨져 있는 마음을 애정으로 두들겨 봅니다. 모과 모임을 마치고 돌아온 해서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덩달아 기쁘고 뭉클해집니다. 그리고 끝내 부러워집니다.


4.

이 책에서 해서는 든든한 여자들에 대해 썼습니다. 모과처럼 무용하고 부질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자유롭고 새로운 순간을 선물해주는 시에 대해서. 그런 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서요. 읽다 보면 나에게도 모과 같은 존재가 있던가 문득 골똘해집니다.


5.

박연준 시인이 해서에게 쓴 편지 두 편도 꼭 읽어주세요. 해서의 이름이 데려다주는 풍경을 기쁘게 상상하고, 시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제자의 소리를 듣는 시인의 떨리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멀리, 우리 같이 걸어가자고 용기 내어 말해주는 어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내 선생님도 아닌데 읽으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6.

김해서는 작가입니다. 공식적으로 등단하지도,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지도 않았지만요. 가장 아름답고 솔직하고 애틋한 문장을 쓰는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실이 동네방네 전국으로 퍼지는 건 시간 문제. 과장 아닙니다. 팔불출도 아닙니다. 저는 가장 가까운 독자 자리나 잘 사수해야 할 텐데요.







쓰는 기분

ㅣ 저자 : 박연준 

ㅣ 출판사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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