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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Oct 31. 2021

이유 있는 콜라보

그런데 이제 잡지와 브런치를 곁들인...



흥미로운 협업 사례. 아침(@achim.seoul)과 바통(@baton_mealcafe)의 만남.



(c) Achim



이틀 전에 애인과 ‘대체 콜라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작은 내 호들갑. 평소 좋아하던 F&B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가 협업했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애인은 심드렁하게 반문한다. “그래서 둘이 왜 같이 한 건데?” 음, 서로 다른 분야의 브랜드가.. 새로운 교류를 통해.. 신선한 제품을 어쩌고저쩌고… 



“그럼 원래 하던 거에서 브랜드 로고만 다르게 찍힌 거 아냐?”


바야흐로 협업의 시대. 누구랑 누가 한정판 뭐를 만들었네, 로컬 브랜드의 자존심 둘이 만나 기깔나는 에디션을 출시했네 등등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콜라보 소식이 쏟아진다. 근데 진짜 왜 만났지? 그들에게 협업은 무슨 의미고, 또 소비자한테는 무슨 의미려나. 내가 브랜드의 충성도 높은 팬이라고 치자. 그래서 이번 협업이 내 최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고, 기존에 전개하던 콘텐츠를 다각도로 확장한 탁월한 프로젝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콜라보를 위한 콜라보 말고, 자기들끼리만 으스대는 콜라보 말고, 목적과 이유가 분명하며 그걸 가지고 소비자를 설득할 힘이 있는 콜라보. 그러니까 다들 얘기하는 ‘브랜딩’을 위한 콜라보가 맞는지 말이다.


(c) Achim


(c) Achim



마침 떠오른 게 아침 매거진과 바통 밀 카페의 협업이다. 아침 매거진은 ‘아침’이라는 프레임으로 바캉스, 샤워, 요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타블로이드 판형의 계간지다. 이번 신간 18호의 주제는 브런치. “아침과 점심 사이 그 가운데에 자리한 맛과 시간의 하이브리드”로서의 브런치를 에세이, 인터뷰, 화보, 플레이리스트 등의 콘텐츠로 풀어냈다. 그중 레시피 섹션이 눈에 띈다. 윤진 편집장이 상상한 기분 좋은 브런치 한 접시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와 함께 유자 바질 버터를 만드는 방법이 소개된다. 편집장의 레시피가 아닌, 북유럽 가정식을 베이스로 건강한 브런치를 선보이는 바통 밀 카페의 레시피다. 그리고 유자 바질 버터가 포함된 기분 좋은 브런치 한 접시는 10월 한 달간 실제로 바통 매장에서 스페셜 메뉴로 제공됐다.



(c) Achim



(c) Achim



(c) Achim



뭘 했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다. 브런치가 주제인 18호 콘텐츠 중 하나로 바통의 레시피가 소개됐다. 18호가 발간된 직후 한 달 동안 바통 매장에서는 ‘Achim X Bâton All day meal’이란 이름의 메뉴를 맛볼 수 있었다. 바통이 개발한 (메뉴에 포함된) 그래놀라와 잼이 아침이 디자인한 패키지에 담겼고, 깔끔하게 플레이팅된 메뉴는 필름 사진으로 촬영돼 포스터로 판매됐다.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다. 아침은 지면 속 콘텐츠를 식사 메뉴라는 물성의 상품으로 꺼냈다. 바통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서브하며 고유의 레시피를 매거진에 소개했다. 잡지를 읽는 행위와, 음식을 먹는 행위와, 제품을 사는 행위가 동시에 입체적으로 전개됐다. 두 브랜드 다 원래 하던 걸 했고 잘해온 것들을 합쳐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냈다. 기존의 색깔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시도까지. 심지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두 브랜드의 윈-윈이다! (는 뇌피셜. 실제 매출도, 홍보 효과도, 내부사정도 나는 모른다.)


(c) Achim



오늘은 바통에서 올데이 밀이 제공된 마지막 날. 까먹고 있던 나는 어제 부랴부랴 다녀왔다. 존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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