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제 잡지와 브런치를 곁들인...
흥미로운 협업 사례. 아침(@achim.seoul)과 바통(@baton_mealcafe)의 만남.
이틀 전에 애인과 ‘대체 콜라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작은 내 호들갑. 평소 좋아하던 F&B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가 협업했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애인은 심드렁하게 반문한다. “그래서 둘이 왜 같이 한 건데?” 음, 서로 다른 분야의 브랜드가.. 새로운 교류를 통해.. 신선한 제품을 어쩌고저쩌고…
“그럼 원래 하던 거에서 브랜드 로고만 다르게 찍힌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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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협업의 시대. 누구랑 누가 한정판 뭐를 만들었네, 로컬 브랜드의 자존심 둘이 만나 기깔나는 에디션을 출시했네 등등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콜라보 소식이 쏟아진다. 근데 진짜 왜 만났지? 그들에게 협업은 무슨 의미고, 또 소비자한테는 무슨 의미려나. 내가 브랜드의 충성도 높은 팬이라고 치자. 그래서 이번 협업이 내 최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고, 기존에 전개하던 콘텐츠를 다각도로 확장한 탁월한 프로젝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콜라보를 위한 콜라보 말고, 자기들끼리만 으스대는 콜라보 말고, 목적과 이유가 분명하며 그걸 가지고 소비자를 설득할 힘이 있는 콜라보. 그러니까 다들 얘기하는 ‘브랜딩’을 위한 콜라보가 맞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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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떠오른 게 아침 매거진과 바통 밀 카페의 협업이다. 아침 매거진은 ‘아침’이라는 프레임으로 바캉스, 샤워, 요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타블로이드 판형의 계간지다. 이번 신간 18호의 주제는 브런치. “아침과 점심 사이 그 가운데에 자리한 맛과 시간의 하이브리드”로서의 브런치를 에세이, 인터뷰, 화보, 플레이리스트 등의 콘텐츠로 풀어냈다. 그중 레시피 섹션이 눈에 띈다. 윤진 편집장이 상상한 기분 좋은 브런치 한 접시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와 함께 유자 바질 버터를 만드는 방법이 소개된다. 편집장의 레시피가 아닌, 북유럽 가정식을 베이스로 건강한 브런치를 선보이는 바통 밀 카페의 레시피다. 그리고 유자 바질 버터가 포함된 기분 좋은 브런치 한 접시는 10월 한 달간 실제로 바통 매장에서 스페셜 메뉴로 제공됐다.
뭘 했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다. 브런치가 주제인 18호 콘텐츠 중 하나로 바통의 레시피가 소개됐다. 18호가 발간된 직후 한 달 동안 바통 매장에서는 ‘Achim X Bâton All day meal’이란 이름의 메뉴를 맛볼 수 있었다. 바통이 개발한 (메뉴에 포함된) 그래놀라와 잼이 아침이 디자인한 패키지에 담겼고, 깔끔하게 플레이팅된 메뉴는 필름 사진으로 촬영돼 포스터로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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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다. 아침은 지면 속 콘텐츠를 식사 메뉴라는 물성의 상품으로 꺼냈다. 바통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서브하며 고유의 레시피를 매거진에 소개했다. 잡지를 읽는 행위와, 음식을 먹는 행위와, 제품을 사는 행위가 동시에 입체적으로 전개됐다. 두 브랜드 다 원래 하던 걸 했고 잘해온 것들을 합쳐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냈다. 기존의 색깔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시도까지. 심지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두 브랜드의 윈-윈이다! (는 뇌피셜. 실제 매출도, 홍보 효과도, 내부사정도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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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통에서 올데이 밀이 제공된 마지막 날. 까먹고 있던 나는 어제 부랴부랴 다녀왔다. 존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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