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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Apr 16. 2017

아직, 있다






아직, 있다.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지 않느냐는 말에 동의할 수 없음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세월호는 우리의 삶과 세계 곳곳에 아직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아닌 사건. 한 시대의 아픔으로 그칠 것이 아닌 시대를 초월하는 역사적 비극으로 기억할 것. 그것들은 결국 세월호가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문제들의 결과이자 그 자체로 거대한 상징인 까닭일 것이다. 기억은 추모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슬픔을 버텨내기 위함이기도 하며 더 나은 것으로의 변화와 발전을 위함이기도 하다. 그 전부를 위해서 나는 기억하겠다.


1주기, 2주기 때도 광장에 있었다. 방패를 들고서 말이다. 추모와 저항, 진압과 통제.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혼란스러웠고 피곤했고 불편했고 지겨웠다. 나를 괴롭게 하면서도 지치게 만드는 당시의 현실이 미웠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 3주기다. 광장을 걷는 내 가방 위로 노란 리본이 흔들린다. 마음에 고동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분향소 앞에 이르렀을 때 나는 끝내 엉엉 울었다. 죽은 자의 얼굴을 여기 살아있는 내가 감히 볼 수 없었다. 죽음과 삶, 바다와 육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부끄러웠고 미안했고 무력했고 화가 났다. 겨우 꽃 한 송이를 놓았다. 꽃은 시들겠지만 나는 기억하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분투하듯 산다. 사는 게 다 비극이고 전쟁이다. 그러니까 잊어도 될까? 버겁고 고단한 현실이니까, 이제는 그만해도 되는 걸까. 되묻고 싶다. 비극과 전쟁은 어떻게 끝낼 수 있는가. 아니, 끝낼 수 없는 비극과 전쟁 속에서도 기어이 삶다운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선뜻 답하고 싶지 않다. 대신 묻고 또 물으려 한다.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대체 왜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지 말이다.


다만 이렇게 적는다. 나는 나의 그림자만 밟으며 걷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다들, 아직, 있기 때문이다.




                                                                                                                       2017.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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